온실 속에 화초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가 많다. 어린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지대를 대고 끈으로 묶어 놓은 것을 종종 본다. 바람에 흔들려 쓰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느 정도 자랐을 경우에는 묶어 놓은 끈을 풀어 지지대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시기를 놓치게 되면 어린 나무줄기가 성장하면서 끈을 삼켜 버린다. 그리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어린 자녀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지지대 역할은 제한되어야 한다. 초등학교를 입학시켜 놓고도 걱정한 나머지 등하교를 돕거나 심지어 가방까지 들어주는 어른들도 있다. 학교를 보냈으면 담임 선생님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민원으로 학교가 끙끙 앓게 된다.
학교에서 자녀가 곱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인정이 되나 자녀를 언제까지 품 안에 두고 키울 수 있을까. 친구와 티격태격 싸우며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곳이 교실이고 학교다. 준비물을 챙겨 오지 못해 불편함을 경험하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퀵 서비스처럼 모든 것을 부족함 없이 준비해 주는 부모 밑에 있는 자녀는 결코 스스로 성장할 힘을 가질 수 없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학교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부모의 감정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가된다. 위험한 곳을 아이 스스로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여유 있는 마음이 부모에게 있어야 한다. 교실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당연히 생긴다. 무릎이 까지기도 하고 넘어져서 멍이 들기도 한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상대방 아이 탓을 하며 교육적 접근보다 법률적 접근으로 성급하게 덤벼드는 부모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녀 망치는 지름길이다.
학교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곳이어야 한다. 모험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온실처럼 모든 것을 갖춘 곳이 되길 바라는 부모가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게 된다. 바람도 맞아봐야 한다. 비도 맞아봐야 되고 힘든 것도 느껴봐야 한다. 호호 불며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자녀는 결국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제때 습득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키워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살아온 저자의 깊은 교육적 안목은 신규 교사 또는 저경력 교사에게 어떻게 교사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학부모와 상담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지혜로운 교사 생활을 사례와 함께 알려주고 있다.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에 초등학교 교사라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한다. 초등학교 교감인 나에게도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학급 학부모와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나는 학교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학교로 찾아오는 학부모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생생한 조언을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오랫동안 교실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현장감이 많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실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상담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아이의 작은 변화를 읽어 내고 그 변화가 지닌 의미를 교사와 부모가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는 불안감을 덜어 내고 든든한 모습으로 아이 곁에 머물 수 있습니다. 지치지 않고 아이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것이 바로 상담입니다. 상담은 아이를 믿고 기다릴 힘을 부모와 교사에게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_ 61쪽
설거지하다 보면 그릇을 깰 수 있고 헤엄치다 보면 물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다툼과 갈등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아이도 부모도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_178쪽
아이가 친구와 어울려 지내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다음 아래 보기 가운데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 (각 사례별로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_ 184쪽
꺼진 전깃불 켜기
더러운 유리창 깨끗하게 닦기
여러 재료를 버무려서 김치 담그기
뒤엉킨 실타래 풀기
인생을 살다 문제에 부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유형들. _ 186쪽
남 탓 형: 외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유형
내 탓 형: 자신과 아이에게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는 유형
탐색 형: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도와줄 사람을 찾는 유형
참 좋은 칭찬은 홀로 우뚝 서게 하는 힘이 생기도록 도와줍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해 내가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합니다. 내 삶을 스스로 가꾸어 갈 용기와 힘이 솟아나도록 도와줍니다. _207쪽.
(칭찬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그럼에도 칭찬은 행복한 마음이 솟아나게 해 주고, 살맛 나게 하고 살아갈 힘을 주며 저절로 입이 벌어지게 한다. 궁금한 것이나 하고 싶은 걸 더 자세하고 깊이 파고들게 만든다. 나에게 좋은 것, 삶에 보탬이 되는 것을 여기저기 뒤지며 찾아다니게 한다.
그러다 이거다 싶으면 정성을 다해 내 몸과 마음으로 빨아들이도록 도와준다.) _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