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살인자 억제" 52%로 찬성 이유 1위... "세금 절약" 의견도 46%
보수당 지지자 75% 사형제 찬성... 연령·인종 구분 없이 높은 지지율
캐나다에서 1976년 폐지된 사형제도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54%가 살인범에 대한 사형제 부활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코가 지난 2월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는 사형이 "항상 적절하다"(14%) 또는 "때때로 적절하다"(53%)고 답했다. 사형이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이 조사는 온타리오주 더그 포드 주지사가 "침입 강도가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다면 바로 전기의자에 보내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직후 실시되어 더욱 주목받았다. 포드 주지사 측은 이후 "나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서양 연안 주들에서 사형제 부활 지지율이 60%로 가장 높았으며, 앨버타주와 BC주가 각각 59%, 온타리오주 55%, 사스카츄완-매니토바 54% 순이었다. 퀘벡주만 유일하게 50% 미만인 45%의 지지율을 보였다.
정당 지지성향별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21년 연방 선거에서 보수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75%가 사형제 부활을 지지한 반면,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 지지자는 51%, 중도 성향의 자유당 지지자는 48%만이 찬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종적 배경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계(53%), 동아시아계(61%), 원주민계(63%), 남아시아계(66%) 모두 과반수가 살인 사건에 대한 사형제를 지지했다.
사형제 지지자들의 주된 이유는 "잠재적 살인자들에 대한 억제책"(52%)이었으며, "범죄에 맞는 형벌"(49%), "살인자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비용과 세금 절약"(46%)이 뒤를 이었다. 특히 55세 이상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비용 절감 측면을 강조하는 비율이 54%로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사형제 반대파들은 "무고한 사람이 잘못 유죄 판결을 받고 처형될 위험성"(61%)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눈에는 눈' 논리에 대한 반대"(41%), "판사가 지정한 대로 살인자들이 교도소에서 형을 살아야 한다는 선호"(40%) 등이 반대 이유로 제시됐다.
추가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3%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호한 반면, 35%는 사형 집행이 더 낫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서는 지역별 지지율이 다소 낮아져 앨버타주(39%), BC주(38%), 대서양 연안 주들(38%), 온타리오주(37%), 사스카츄완-매니토바(37%), 퀘벡주(26%)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매년 실시된 이 조사는 일관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인의 약 75%가 사형제의 적절성을 옹호하고, 50% 이상이 살인 사건에 대한 사형제 부활을 지지하며, 35% 이상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보다 사형을 더 나은 선택으로 보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16개국에서 1,15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는 2022년 883건에 비해 31% 증가한 수치로, 지난 10년간 사형 집행 건수 중 2015년(1,634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대다수의 확인된 처형은 이란(최소 853건), 사우디아라비아(172건), 소말리아(최소 38건), 미국(24건)에서 집행됐다. 중국은 여전히 사형 집행을 가장 많이 한 국가로 추정되지만, 실제 집행 건수는 '국가기밀'로 분류돼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앰네스티의 집계에는 중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천 건의 처형과 베트남 및 북한의 사형 집행 건수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에 대한 사형 집행은 중국, 이란(24건), 사우디아라비아(6건), 싱가포르(1건) 4개국에서 확인됐다. 사형 집행 국가 수는 2022년 20개국에서 2023년 16개국으로 감소했다.
캐나다에서의 사형제 지지 여론은 전 세계적인 사형 감소 추세와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다가오는 연방 선거에서 '강경한 범죄 대응'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당의 전략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