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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네이버 영화
해변: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
바다: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하루
하늘: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 남은 연료로 비행이 가능한 한 시간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간 사전 정보는 몇 개 안 됐어. 1) 놀란 감독의 영화다. 2) 전쟁영화다. 3) 전쟁영화인데 고요하다.
그리고 내 영화 취향은 1)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대개 좋아한다. 2) 평소에 전쟁영화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 3) 국뽕감성싫어...
그리고 나는 영화가 좋았어. 별 네 개에서 네 개 반 정도.
하지만 꼭 보라는 추천은 못 하겠어. 오락성은 좀 떨어져서 영화를 어떤 가치를 두고 소비하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예상해.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혼합돼서 글을 쓰게 될 것 같아. 혹시 몰라서 구분선 그을게)
총소리, 폭탄소리 이런 것들 때문에 영화가 조용하진 않았지만 배우들의 대사량이 적고, 개인 서사가 미니멀해서(거의 주인공에 가까운 어린 병사 토미가 몇 살인지 뭐하던 앤지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음) 그런지 고요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
큰 상황이 있고, 그 안에서 각자가 처한 위기들이 있는데 그 격랑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인간'으로서의 태도를 관찰하는 느낌. 전쟁 속의 특정할 수 없는 여러 집단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더라.
절대 악이 따로 없었고, (이 영화에는 전쟁의 상대편인 독일군을 '적'일수는 있지만 '악'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 같았어. 그러고 보면 놀란의 영화에서 명확한 악으로 표현된 인물은 '조커'외에 따로 생각나지 않기는 하지만) 생존을 위해 (냉정하게 따지자면) 비겁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이 이해가 됐어. 나라면, 과연? 나라도, 아마.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선택들을 하는 인물들 (해군 제독, 배의 선장, 마지막 파일럿)이 진짜 영웅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들이 엄청난 활약을 해서 막 모두를 구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대다수라면 하지 않을 선택들을 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도출되었건 그 행위 자체로 영웅이 아닐까?
해변 :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
총을 쏘거나 폭탄을 날리는 적(인물)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빗발치는 총알이 등뒤로 쏟아지고, 주위는 하나 둘 쓰러기지 시작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날아와 폭격하고, 주위는 삽시간에 먼지에 휩쌓여. 조용히 나타난 어뢰는 배를 가르고, 단맛 같은 휴식은 찰나의 꿈처럼 침몰해. 생가 사를 가르는 기준은 오로지 '운'. 그마저도 다치지 않은 건강한 사람에게 국한되는 운. 총알이 빗겨갔기 때문에, 폭격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영으로 헤엄쳐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나를 구명할 무언가라도 있었기 때문에 운좋게 생존해. 위기의 연속이야. 살아남기 위해 인물들은 철저히 '개인'이 돼서 '우리'가 아닌 '나'를 위해 발버둥 쳐.
바다: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하루
선장님의 배는 소형 선박인데, 덩케르크에서 탈출을 기다리고 있는 '영국'군인들을 구하기 위해서 출항해. 원래는 해군(?)들이 직접 배를 몰고 가는 듯 했는데 나의 배를 남이 끌고 갈 수 없게 하는 선장님의 신념으로 직접 출발. 중간에 PTSD를 앓고 있는 군인을 구조하는데 그때문에 배 안에서의 소요가 일어나고, 아들이 돌아가자고 말을 했음에도 선장님은 결연해. 어른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전쟁에 어린 목숨들을 잃게할 순 없다. 구하러 가야 한다.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전투기와 먼저 시간적 접점이 생겨나고 후에 바다에 빠져있는 군인들과 닿으면서 접점을 만들어. 마지막에 세 공간의 접점을 모아 한 곳에 싣고 흩어진 시간들을 통합하는 느낌이 들었어.
하늘: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 남은 연료로 비행이 가능한 한 시간
해변의 군인들은 '탈출'을 위해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었고, 바다의 배는 '구출'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항해하고 있었다면 하늘에서 출동한 전투기 세 대는 적의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돌아가야 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연료는 충분하지 않았고, 설상가상 연료계도 고장났지. 연료를 절반은 남겨야 왔던 거리만큼 돌아갈텐데 적과 전투를 할수록 연료는 떨어지고, 나타나는 적의 숫자는 명확하게 지정되어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했던 것으로 봤어. 해변의 군인들과 바다의 선장님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생명과 맞바꿀 쉽지 않을 선택이었는데 조종사는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더라.
개인적인 감상으로 서사가 좋았어. 불필요한 부분은 거의 대부분 도려내고(완전히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은 민간 선박 등장 부분에서 흐르던 음악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담백하게 표현하되 모든 입장을 공감할 수 있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또 영상미도 좋았어. 해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군인들을 한 프레임 안에 잡았을 때, 전투기를 타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광활함과 적막감, 프로펠러가 멈춘 전투기가 활강하듯 내려오는 순간의 고요함과 암울함, 조용히 그러나 무섭게 침몰하는 거대한 배의 거대한 그림자. 연출도 참 좋았어. 1주, 1일, 1시간으로 각자 다르게 흐르던 시계가 모두 한 점에서 만나는 순간이 정말 좋더라고. 실패 속의 성공과 성공 속의 실패들의 나열.
ㅡ당신 친구는 괜찮나?
ㅡ네.
이 대사도 정말 좋았고, 마지막으로 배우들이 좋더라... 극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앳된 얼굴을 시작으로 극을 이끄는 배우들의 얼굴, 피지컬이 열일하더라. 눈이 호강했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박힌 인물은 선장님의 아들이랑 2호기 파일럿인데 두 금발 남자가 딱 마주 치고 '애프터 눈'하는 장면... 내적 비명 질렀어. 주인공의 영국 군복이 품이 되게 컸는데 그 속에서도 죽지 않는 비율이랑, 공군이 입은 군복도 간지났는데 피지컬 자체로 옷의 마지막을 완성시킨 것 같았고, 해군 제독이 입고 있던 장코트도 멋있었어.
물론, 여성 인물이 나오지 않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한국에서 소비하듯 여성 인물을 어떤 갈등의 촉매제나 주인공을 위한 소모성 소품으로 끼워 넣어 쓰지 않았으니까 아쉬운 부분일 수는 있어도 비판할 부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
아쉬운 점은 앞에서 한 번 언급했지만 특정 장면(민간 선박 등장 장면)에서 음악이 좀 과하다고 느껴져서 몰입이 오히려 깨졌던 부분이 있었어. 그부분 때문에 별 한 개에서 반 개를 뺏어. 좀만 담백하게 해 주지. 그래도 곱씹을수록 괜찮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어.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극대화 시켜서 보여주지 않았지만, 전쟁은 인간을 극도의 상황까지 몰아 붙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워졌어. 그런가하면 이젠 무기가 첨단화 돼서 저런 과정도 없이 그냥 몰살 당하지 않을까 하고 현시점에 대입해서 생각도 하게 되더라. 이영화를 보고 다른 전쟁 영화들도 보고 싶어졌어.
한편으로는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떠오르는 흥남철수나, 세월호 침몰 같이 우리나라에 대입되고 이입되는 상황들도 겹쳐져서 복잡한 심정으로 보게 되기도 하더라. 전쟁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차분하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볼만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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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27 12:44
ㅈㄴㄱㄷ 전쟁영화광 여시임... 고도가 너무 낮은데다 속력도 빨라서 낙하산 펴기 전에 떨어져서 죽엉 어쩔수 없어... 2차대전무렵쯤엔 비상탈출이래봣자 위로 쏘아지는게 아니구 뛰어내리는거라서..
비댓나두궁금해!ㅠㅠ나도궁금햇던거거둔이거
이미 방어선 밖으로 넘었다기보다는 전투기가 상태가 좋아서 연료 계기판 수리 및 충원만 하면 다시 쓸 수도 있어서 적에게 정보가 넘어갈까봐 전투기를 책임지고 끝에 불까지 내면서 임무를 다한 것 같다는 해석이 있어.
여시여시 나도 너무 궁금했는데 비댓알수있을까??
지나가던 전쟁영화광 여새입니다... 나는 한스짐머가 대사도없는 영화 자체 분위기 형성하는데 음악자체만으로 모든걸 다 담았다고 생각해서 너무 좋앗는데
그리고 전쟁은 고요할수밖에없다고 생각해서 난 너무 좋았어..생사가 순간에 갈리는 전쟁판에 대사읊는다고 떠들고자빠진게 더 인위적이고 웃겨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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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라서 자세한 상황 묘사를 안 했는데, 선장 아들의 짧은 시간 내의 성장과 전쟁을 겪고 고통에 빠져 제대로 생각할 수 없는 군인에 대한 이해, 연민이 담긴 것 같아서 좋았어.
ㅠㅠ전쟁영화 그닥 안좋아하는데 덩케르크는 진짜 좋았어 잔인하게 피튀는 장면 없이도 전쟁의 참혹함이 느껴져서...좌초된 배 안에서 일라이저우드 내보내려고 할 때 생존에 대해 얘기하는거 너무....아 저런게 전쟁이구나 싶드라
나도 진짜 좋았어 막 감성범벅 장치범벅 특히 여성소비범벅 아동소비범벅영화에서 벗어나서 불편함크게느끼껴서더 좋았어
그리고 ♥꼭 아이맥스로♥ 보기를
여자가 비중있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간호사로 여럿 나왔고 민간 수송 선박이 지나갈 때 한명 정도 있더라고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무력한 민폐캐로만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아서 나는 좋았던 거 같아
나는 전쟁영화 되게 좋아하는데 이렇게 담백하고 현실적인 전쟁영화는 처음이라 신선했어 놀란감독 누군지도 잘 모르고 그냥가서 본건데 반했어
여시후기랑 내가느낌감정이랑 진짜 거의 오조억퍼센트 똑같다.. 글로너무 잘풀어냇어..ㅠㅠ 후기잘읽엇어!! 굿애프터눈 할때 낟오 내적비명쩔엇는뎈ㅋㅋ 노래과햇다는거 그부분말곤 진짜 다똑같다 내가생각한거랑!
아후기너무흥미로워~~~~여시들이남긴 댓글다읽음
공군 미친잘생김 ㅜㅜ 세상 잘생겼어 얼굴 열일
여시 리뷰 정말 좋다 이동진평론가 리뷰보다 나한텐 더 와닿았음! 덩케 생각나면 두고두고 와서 보고싶어.
와 완전 공감 ㅜㅜㅜㅜ 오늘 영화보고와서 여시 후기읽는데 진짜 내가느낀거랑 오조오억퍼 같다... 중간에 대사 까지ㅜㅜㅜㅜㅜㅜㅜㅜ 괜찮니? 네 ㅜㅜㅜㅜ 이부분에서 졸라 울컥함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와 진짜 공감돼 글 너무 잘쓴다 나도 그 일주일 하루 한시간 그 시간들이 만나는 그 시점을 너무 잘풀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와 저 대사랑 그 피터랑 공군 만나면서 굿애프터눈 캬 진짜 너무공감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리뷰정말좋다잘읽엇어
다공감돼.. 나도 세월호 생각나서 착잡했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