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듯, 법률신문에 실린 공수처 부장검사의 칼럼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공수처 김명석 부장검사다. 그는 ”국민 여러분 공수처가 이런 엉터리 수사기관이다“라는 것을 만천하에 고백하듯 공수처 내부의 엉망진창 난맥상을 솔직하게 적시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비리와 불법을 수사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비판과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여 절대 태어나선 안 될 괴물이라고 수많은 사람이 지적했지만 2019년 12월, 민주당을 비롯한 사이비 정당들과 4+1 야합세력의 합작으로 강제 입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공수처법의 내용도 희한하기 짝이 없었다. 공수처법이 정한 고위공직자 수사대상은 약 6천여 명 정도지만 조사권과 기소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대상은 검사와 판사들로서 약 5천여 명이 주 대상이다. 이렇게 만든 것은 문재인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은 판사와 검사를 숙청하거나 권력의 사냥개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악법 소지가 다분했다. 또한, 공수처장의 임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게 했고 공수처에 근무할 검사의 자격 요건이 원안에는 처음에는 10년 경력 이상자로 한다고 했다가 5년으로 대폭 완화하여 정권과 코드가 맞는 좌파성향 검사를 임명하여 정권 마음대로 칼춤을 추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여기에 수사관의 자격 요건도 기존 수사·재판 업무 등 실무 경력 5년 이상에서 7급 이상으로 변경까지 했다. 이렇게 태어난 공수처는 세금만 축내는 유명무실 기관으로 전락하여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 오늘날에 처한 공수처의 참혹한 모습이다. 특히 법률신문에 실린 김명석 부장의 칼럼은 공수처가 왜 간판을 내려야 하는지 그 타당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어 김명석 부장검사의 칼럼 전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는 법률신문에 김명석 부장검사가 쓴 칼럼 전문이다.
[필자는 검사 17년, 변호사 5년을 거쳐 2022년 10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되어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소회를 말하자면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란 두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필자도 나이나 경력 면에서 짧지 않은데 참으로 희한한 경험을 했다.
1. 정치적 편향 : 지면이 부족하므로 두 가지 사례만 거론해 보겠다.
▷ 올해 초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에 대하여 검찰에서 검찰 간부 2명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여 공수처로 이첩하였다. 이 사건은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사건인데도 차장검사는 필자에게 수사 경험이 없는 어린 A 검사에게 배당하라고 지시했다. 이상했다. 잠시 후 필자와 A 검사를 부르더니 ‘이게 무슨 직권남용이냐. 이 사건은 직권남용이 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자신이 미리 찾아놓은 판례 등 직권남용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료들을 A 검사에게 건네주며 직권남용 성립 여부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였다. 필자도 검사 17년 하면서 별꼴을 다 겪어봤지만 처음 봤다. 깜짝 놀랐다.
▷필자가 임명되기 전의 일이라고 한다.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사건의 경우, 입건 여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면 다른 검사에게 검토를 시키고, 또 부정적 의견을 내면 또 다른 검사에게 검토를 시키는 식으로 여러 검사를 거치다가 ‘입건 명령’이라도 하겠다고 성화를 부려 어쩔 수 없이 입건을 했다고 하길래, 농담인 줄 알았다.
▷필자는 위 두 사건 모두 수사를 하지 않아 범죄 성립 여부를 알지 못하고, 수사 결과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아직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도록 위와 같은 언행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2. 인사의 전횡
▷공수처 구성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잡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낸다. 언제 어디로 팔려 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출근을 해보면 전날 퇴근 이후에 인사명령이 공지되어 있고, 그러한 공지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뜬다. 이 부서에서 사람들을 빼서 저 부서로 우르르 몰았다가, 또 다른 데로 뺀다.
▷어떤 조직이라도 인사이동의 기준, 시기 정도는 대충이라도 예측이 가능해야 정상인데,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인사가 수시로 난다. 그러니 팀웍이 생길 리가 없고, 이동으로 인한 분란이 끊이질 않고 퇴직자가 속출한다. 사기업에서도 이렇게 하면 온전하지 못할 거 같은데, 공무원 조직에서 이런 무원칙 무기준의 인사는 상상해 본 적도 없어서 정말 신기했다. 공수처의 문제는 이뿐만 아닌듯하다. 평검사 좀 하다가 그만두고 변호사를 하던 사람들이 부장검사로 와서 수사를 지휘한다. 수사 경험도 길지 않은데 지휘 경험은 전혀 없으니 배가 산으로 가고 시끄럽다.
경찰관 한 명 구속해 보겠다고 1년 내내 조직 전체가 매달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들을 징계 청구했다가 기각되기도 하고, 멀쩡한 피의자를 자살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기도 하고, 검찰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코메디 같은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데, 방향을 잡아줘야 할 처장, 차장 또한 경험이 없으니 잘하는 건 줄 안다. 계속 영장이 기각되는 건 이러한 연유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3. 바람
이런 일을 3년간 겪고 산 공수처 구성원들은 마음의 병을 얻은 것처럼 시름시름하다. 대부분은 이미 그만뒀다. 그런데도 국정감사장에서는 ‘수사는 위아래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는 등의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걸 보면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차기 공수처장과 차장이 임명된다고 한다. 부디 그냥 정상적인 조직이 되기만 해도 좋겠다.]
**이상은 김명석 부장검사가 자신의 칼럼을 통해 밝힌 공수처가 처한 오늘의 현실이다. 공수처가 2년 동안 283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기소한 사건은 3건이며 그중 한 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한다. 인지 사건은 한 건도 없고 체포나 구속 사건도 없으며 접수된 사건의 다수는 다른 기관으로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런 수사기관이 왜 필요하며, 왜 간판을 내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김명석 부장검사의 칼럼이 증명해 주고 있기에 전문을 소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