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인들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인사동 근처에 일요일인데도 한산하더군요.
탑골공원 뒷켠을 걸어가는데
덩치가 큰 젊은 노인(60대초반쯤)이
장기를 두고 있는 할아버지들에게
발로 장기판을 툭툭 차며
욕을 하고 있더군요.
할아버지들은 못들은 척 장기판만 쳐다보고 있고요...
그랬더니 그 몹쓸놈의 젊은 노인(?)이
이번에는 노인들의 어깨를 발로 툭툭 차더군요.
그 꼴을 보다못해, 제가 걸어가다가 인상을 썼더니
저에게 시비를 걸어서 옥신각신하게 됐습니다.
그 녀석이 제게 먼저 주먹을 휘두르기에
넘어뜨렸더니 저한테 맞았다고 소리소리 질르더군요.
마침내 경찰관이 오고, 급기야는 근처 파출소까지 연행이 됐지요.
그 녀석은 제게 폭행을 당했다고 떼를 쓰면서
게임값 받겠다고 설레발을 치는데
조사를 하다보니 이 녀석 아직 60도 안된 59세 애들이었어요.
그리고 다행히 제 일행 중에 한 사람이 그 사람과 제가 시비가 붙기 전부터 그 사람의 행동이 못돼보여서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제게 주먹질을 하다가 제가 몸을 비트는 바람에 자기가 넘어진 영상이 있어서 저는 그냥 나오게 됐고
그 사람은 노인들 폭행죄와 협박죄롤 솟장을 적고 나와서 경찰서로 이첩되는 상황을 보고서 나왔습니다.
봄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던 날이었어요.
탑골공원엔 점심도 못먹고 나온 노인들이 누군가에게 점심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 눈만 반지르르하게 탑골공원 주변을 어슬렁거리더군요.
오늘 시인들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앞으로 20년만 시간을 아껴씁시다.
우리가 20년 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20년 뒤에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지금부터 20년만 시간을 아껴가며 살아갑시다.
오늘 탑골공원 노인분들과
20년만 시간을 아껴가면서 살아가자고 말하던 노시인의 말이
오버랩되어 쌀쌀하게 바람부는 꽃샘추위가 추운 줄 몰랐던 일요일이었습니다.
빗새
첫댓글 지금도 대낮에 서울에서 그런 일이 있다니 믿기지 않아 씁쓸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