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란 사전적 의미로는 수수께끼와 비밀에 싸여 있어서 설명하기 힘든 사물이나 사건을 말한다. 세상에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나 그중에서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에서도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3대 미스터리 사건이라고 하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그놈 목소리’ 란 제목으로 영화화된 이형호 아동 유괴 납치 살해사건, 그리고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오랜 기간 수많은 용의자를 수사하고도 범인을 찾아내지 못한 미제사건이기도 하다. 다만 화성사건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라는 범인의 DNA가 8차 피해자의 몸에서 채취하여 보관 중이던 것과 동일하다고 밝혀졌고 이로인해 모든 범행을 자백하여 해결되었으며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물론 이 8차 사건도 수많은 수사 인력이 투입되어 화성 일대의 우범자들을 싹쓸이하다시피 수사하였으나 진범을 잡지 못했다. 그 대신 엉뚱하게 윤성여라는 사람을 진범으로 몰아 20년간을 억울하게 옥살이시킨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사건이다. 그 당시의 수사 관행은 주로 용의자의 행선지나 정황에 대한 알리바이를 조사하면서 허점을 추궁하여 자백을 이끌어내는 원시적 형태의 수사기법이었다. 요즘처럼 DNA 에 의한 과학수사를 하는 시절이 아니었다.
역설적인 말이긴 하나 차라리 모두가 진범으로 확신하는 처지라면 용의자가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문초하여 ‘네가 네죄를 알렸다’ 하면서 곤장으로라도 물고를 내면 쉽게 자백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자칫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위험부담도 적지 않다.
아무튼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인권도 신장되면서 우격다짐식의 무리한 수사행태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증거를 위주로 한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앞서 말한 DNA 검사를 위주로 한 수사가 대세다. 비단 형사사건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친자 확인등 민사소송에서도 중요한 증거로 유용하게 쓰여지고 있다. DNA 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핵 속에 있는 염색체를 말하는데 이것이 일치하면 동일인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하도 수상하다보니 인권을 빙자하여 떼를 쓰는 것이 도가 넘어서 과학적 근거까지도 뒤집고 부정하려는 몹쓸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에 일어난 구미 3세 여아 유기치사사건은 수상한 가족의 억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전남편과 이혼하고 새로 남자를 만난 22세된 김여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아 기르던 딸을 전에 살던 집에 유기하여 죽게 내 버려두고 이사해서 발각된 사건이다. 그런데 그 아이에 대해DNA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경찰 수사 관계자들은 아연실색을 한 것이다. 유기한 김 여인의 자식이 아니고 그녀의 엄마인 48세된 석모 여인의 자식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김 여인은 자기 엄마의 딸을 자기 딸로 여기고 기르다가 새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리게 되자 그 아이가 보기 싫어서 혼자 내버려 두고 새 남자 집으로 이사해 버려서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단 아이가 누구 딸이건 간에 어떻게 어린아이를 혼자 내팽겨쳐서 굶어 죽게 할 수가 있을까. 천인공로할 일이지만 근래에 인간의 탈을 쓰고 별 해괴한 짓을 하는 세상이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 입양한 아이를 학대하다가 때려죽인 정은이양 계모사건, 생후 2개월된 아기가 울고 보챈다고 젊은 애비가 벽에다가 내던져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사건등을 보면 충격보다는 인간의 잔혹성에 대하여 분노하다가 체념하는 심정이다.
그런데 실로 황당한 반전이 일어났다. DNA 검사로 자기 자식이란 사실이 밝혀진 그동안 외할머니로 지내온 석모 여인은 절대로 자기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무려 4번의 DNA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자관계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출산한 사실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60세 된 남편조차도 자기 처가 임신이나 출산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DNA 검사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고 과학수사도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가족의 진술이 진실이라고 증명할 합리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과학수사의 기법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이들 가족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감추고 싶던지 감추어야만 하는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경찰 수사에서 정리한 상황을 살펴보면
1. 석 여인의 딸인 김 여인은 출산한 사실이 확인된다.
2. 석 여인도 그 무렵 출산하여 김 여인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한 의심이다.
3. 그러나 석 여인은 출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출산 병원이나 흔적도 찾지 못했고 그녀의 남편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4. 그런데 석 여인의 딸인 김 여인은 무엇이 급해 19살 때부터 임신을 서둘렀으나 2번이나 유산했다.
5.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 석 여인이 아이 낳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과 친부의 이름을 물을 때 거짓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내용을 검토한바 석 여인은 모든 사실을 감추고 무조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어떤 학자는 석 여인의 완강한 태도를 볼 때 혹시 키메라 증후군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DNA 학설을 뒤집는 새로운 학설인데 유전자 염색체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있을 수 있어서 딸인 김 여인이 낳은 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염색체가 다르더라도 김 여인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라면 부부의 혈액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아이의 혈액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일치되지 않으므로 그 아이는 엄마인 석 여인이 낳은 아이가 틀림없다는 결론이다. 현대의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이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추리해보면 석 여인이 산파의 손에서 출산을 하고 딸인 김 여인이 산후조리를 할 때 바꿔치기한 것 아닐까. 김 여인은 정말 몰랐나. 그리고 석 여인의 남편은 수사에 비협조라는데 비밀을 함께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나 석 여인이 실제로 출산한 것이 아니라면 딸인 김여인이 2 번씩이나 유산을 한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난자를 기증해 준 가능성도 생각해 볼수 있다. 그런데 그럴 경우에는 딸인 김 여인과 전 남편의 유전자가 검출되어야 하는데 아니므로 가정이 틀렸다. 혹시 석 여인이 딸인 김 여인을 앞세워 금전 댓가를 받고 대리모 장사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그래서 딸이 2번씩이나 유산을 했기 때문에 석 여인이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모 위탁 상대방의 정자를 받아 김 여인의 몸을 빌려 출산을 한 것이 아닐지 추리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도 출산한 아이를 위탁 가정에 주지 않고 길렀으므로 설명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석 여인의 입에서 진실을 자백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으나 지금처럼 모든 과학적 증거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추궁을 무조건 부정한다면 실토를 받아내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재판과정에서 현재까지 나타난 사실에 대하여는 응분의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진실은 밝혀내기가 어려운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