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이나 비타민C를 먹으면 면역력이 강해지고 체력이 좋아져 감기 덜 걸리고 건강하다며 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돈을 쓴다. 모두 큰 부작용이 없고, 값도 싸거나 아예 돈이 들지 않으니 '보험 드는 셈' 치고 해본다.
잊을 만하면 홈쇼핑과 SNS(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해 "연구와 논문으로 효과가 입증됐다"라거나 "실제 건강해진 환자가 있다"는 '간증'이 쏟아진다.
그런데, 사실은 모르는 것보다 '조금만 아는 것'이 의학적으로는 더 위험할 수 있다. 건기식과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환자가 병을 키우고 오히려 다른 병에 걸리는 경우가 실제로도 많다.
애꿎은 데 '헛돈' 쓰는 걸 알고도 위안 삼아 먹는다면 더 충격적인 '사실'도 있다. 이미 18년 전 비타민C, E,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산화제는 오히려 사망 위험을 5%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과 비타민D는 골절을 막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근력을 낮춰 낙상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5년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 학술대회'에 특별 세미나를 통해 학계와 일반 대중에게 이를 더욱 널리 알릴 계획이다. 명 교수는 "의학은 관성의 학문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받아들이지만 말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꾸준히 발전해나가야 한다"며 "영양섭취기준과 건기식의 효과에 대해 의학, 영양학, 역학, 보건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쟁·토의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 교수가 지금까지 낸 메타분석 연구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등 비타민은 암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방광암 발생률을 다소 높인다.
△비타민C 보충제가 고혈압을 관리하고 감기 예방이나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단독 사용 시 폐암 예방 효과는 없다. 하루 1000㎎ 이상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은 위장관 장애, 신장결석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타민D 보충제는 노년 골절이나 골다공증, 암,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지 못한다. 과잉 섭취할 경우 신장 결석, 연부조직 석회화 등 일으킬 수 있고 근육이 약해져 낙상 위험이 커진다.
△칼슘 보충제가 골다공증을 예방해 골절을 막는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오메가3 보충제를 먹어도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이나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지 못한다.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통증 감소 효과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홍삼은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액 흐름 및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해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