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직전에 취소된 폐 이식... "체외순환사 부족 탓"
"미국보다 낮은 급여에 BC주 의료인력 해외 유출 심각"
조시 오스본 보건장관 "전문의 유치 위한 긴급 대책 마련 중"
수개월을 기다린 폐 이식 수술이 직전에 취소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밴쿠버 아일랜드에 사는 말기 폐질환 환자는 지난 21일밤늦게 "밴쿠버로 즉시 오라"는 연락을 받고 희망에 부풀어 병원에 도착했지만, 수술에 필수적인 체외순환사(Perfusionist)가 없다는 이유로 양쪽 폐 이식 수술이 취소됐다.
체외순환사는 수술 중 환자의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를 조작하는 전문 의료인으로, 장기 이식 수술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당시 병원의 체외순환사는 다른 응급 상황에 모두 투입된 상태였다.
밴쿠버 코스탈 헬스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2002년 폐 이식 프로그램 시작 이래 체외순환사 부족으로 수술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브레넌 데이 보수당 주의원은 이 환자의 사례를 주의회에 제기하며, 2002년부터 체외순환사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4년 캐나다 임상 체외순환사 협회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일하던 체외순환사 12명이 이미 미국으로 떠났으며, 현직 체외순환사의 12%는 향후 2년 내 은퇴할 예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40세 이하 젊은 체외순환사의 38%가 향후 수년 내 직업을 떠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점이다.
2002년 기준 BC주에는 단 30명의 체외순환사만 있었으며, 현재 정확한 숫자는 파악 중이지만 필요한 인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인력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높은 급여와 낮은 세율이 지목된다. BC주 의료인들은 미국에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더 현대적인 시설에서 일할 수 있어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BC주 신민주당 정부가 미국에서 의료 인력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인력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시 오스본 BC주 보건장관은 "수술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된 환자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한다"며 "생명을 구하는 수술이 필요할 때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이 답변이 지난주 주의회 질의 시간에 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체외순환사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임상의, 검안사 등 BC주 의료 체계 전반에 걸쳐 있으며, 인구 고령화로 인해 향후 5~10년 동안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