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GPT(3.5) 무료 버전이 지은 시이다. 생기를 잃은 물과 하늘과 바람 그리고 나무의 이미지를 통해 우울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우수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시적 표현의 기본은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챗GPT(4.0) 유료 버전으로 지으면 더 나은 시를 만나볼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시를 읽으면서 쳇GPT가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미적 감동이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그 작품에 담긴 시인의 체험한 것과 관련된 진솔성을 연상하고 감동하게 된다. 그런데 챗GPT가 지은 시는 사실 기존의 데이터를 조합하여 재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빅데이터의 크기와 딥러닝의 정도에 따라 그 표현의 수준이 좌우될 뿐이다. 시를 지은 것이 챗GPT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거기서 느끼는 문학적 감동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쨌든 챗GPT는 인간의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것은 이미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문명적 실체로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디지털 치매를 말하면서 그 문제접을 심각하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단순한 정신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명적 사건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이 문명적 실체를 두고 이제는 그 장단점이나 존재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인간과의 공진화共進化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선, 인간이 챗GPT가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를 충실히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저작권 문제는 인간의 정신적 노동에 대한 법적인 보장의 핵심이므로 그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챗GPT가 만든 가짜 데이터 (deepfake)와 실제 데이터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챗GPT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은 현실적 실의 속에서 강强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채 챗GPT와의 공진화를 이루기 위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제한인문학회 회장, 문학 웹진 r너머 편집주간, 문예지 시작] 시와 시학. 편집위원 2010년 편운문학상 문학평론 부문 본상, 2018년 시와 시학 평론가상, 2021년 김준오시학상 수상 저서 타자들, 에움길에 서다. <한국시의 현대성과 탈식민성> [발명되는 감각들.J 공감의 시학. r미주 한인 시문학사. 외 다수 klhk@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