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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冥(남명) 조식(曹植) 선생 시(詩)모음
浴川(욕천)-조식(曹植)
냇가에서 목욕하며
全身四十年前累(전신사십년전루) : 온몸의 사십 년 전의 허물을
千斛淸淵洗盡休(천곡청연세진휴) : 천섬의 맑은 물로 다 씻어 좋게 하리라
塵土倘能生五內(진토당능생오내) : 티끌이 혹시라도 오장에 생긴다면
直今刳腹付歸流(직금고복부귀류) : 지금 당장 배를 갈라 물에 흘려보내리라
無題 - 조식(曹植)
雨洗山嵐盡(우세산람진) : 산안개 말끔히 비 씻어 가니
尖峯畵裏看(첨봉화리간) : 그림 같이 드러나는 뾰족 묏부리.
歸雲低薄暮(귀운저박모) : 저물녘 녈 구름은 낮게 깔리어
意態自閑閑(의태자한한) : 그 모습 제 절로 한가롭구나.
偶吟 - 조식(曹植)
人之愛正士(인지애정사) :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아끼는 것은
好虎皮相似(호호피상사) : 호랑이 털가죽을 좋아함과 같아
生則欲殺之(생즉욕살지) : 살았을 땐 잡아 죽이려 하고
死後方稱美(사후방칭미) : 죽은 뒤엔 아름답다 떠들어대지
贈別文敬忠(증별 문경충) - 조식(曹植)
爲憐霜鬢促(위련상빈촉) : 귀밑머리 희어짐 가련히 여겨
朝日上遲遲(조일상지지) : 아침 해도 더디 떠오르네.
東山猶有意(동산유유의) : 동산에 아직 뜻이 있어서
靑眼送將歸(청안송장귀) : 반가운 눈빛으로 가는 이를 보내누나.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 조식(曹植)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 천 석 들이 종을 보게나.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 :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다네.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 어찌 두류산이,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것과 같으리.
*申欽의 靑窓軟談에는 제목이 天王峯, 轉句가 萬古天王峯으로 됨.
偶吟(우음) - 조식(曹植)
高山如大柱(고산여대주) : 큰 기둥 같은 높은 산이
撑却一邊天(탱각일변천) : 하늘 한 쪽을 버티고 섰다.
頃刻未嘗下(경각미상하) : 잠시도 낮춘 적 없는데도
亦非不自然(역비부자연) :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도다.
詠蓮(영련) - 조식(曺植)
연꽃을 노래함
只愛芙蕖柳下風(지애부거류하풍) : 다만 연꽃의 유하혜 기풍을 좋아하여
援而還止于潢中(원이환지우황중) : 손으로 당겨 봐도 연못 속에 그대로 있구나.
應嫌孤竹方爲隘(응혐고죽방위애) : 응당 고죽군의 편협함이 싫어서
遠播淸香到老翁(원파청향도로옹) : 멀리서 맑은 향기 늙은이에게 퍼져오는구나
寄叔安(기숙안) - 조식(曺植)
숙안에게 부치다
梅上春候動(매상춘후동) : 매화나무 위엔 봄기운 감돌고
枝間鳥語溫(지간조어온) : 가지 사이로 새 소리 따스하도다.
海亭山月白(해정산월백) : 바닷가 정자에 山 달이 밝은데
何以坐吾君(하이좌오군) : 어찌하면 나와 그대를 불러 앉힐까
德山卜居(덕산복거) - 조식(曺植)
덕산에 살 곳을 잡고서
春山底處无芳草(춘산저처무방초)
: 봄 산 어느 곳엔들 芳草가 없으랴만
只愛天王近帝居(지애천왕근제거)
: 다만 천왕봉이 하늘나라에 가까운 것이 부러워 찾아왔네.
白手歸來何物食(백수귀래하물식)
: 늙어 빈손으로 돌아와서 무엇을 먹고 살거나?
銀河十里喫有餘(은하십리끽유여)
: 맑은 물 십리 흐르니 먹고도 남으리.
斷俗寺政堂梅(단속사정당매) - 조식(曺植)
寺破僧羸山不古(사파승리산불고) : 절은 부서지고 종은 파리하며 산도 예와 다른데
前王自是未堪家(전왕자시미감가) : 전 왕은 스스로 집안 단속 잘하지 못했네.
化工正誤寒梅事(화공정오한매사) : 조물주는 정녕 추위속의 매화의 일 그르쳤나니
昨日開花今日花(작일개화금일화) : 어제도 꽃 피우고 오늘도 꽃 피운다네
단속사 정당매 : 진주에 있다
種竹山海亭(종죽산해정) - 조식(曺植)
산해정에 대를 심으며
此君孤不孤(차군고불고) : 대나무는 외로운 듯 해도 외롭지 않아
髥鬚則爲隣(염수칙위린) : 소나무가 이웃이 되니
莫待風霜看(막대풍상간) : 꼭 바람서리 기다려서야 볼 건 없어
倚倚這見眞(의의저견진) : 살랑살랑하는 가운데서도 참됨은 볼 수 있다네.
詠梨(영리) - 조식(曺植)
배를 읊음
支離梨樹立門前(지리이수입문전) : 보잘 것 없는 배나무 문 앞에 섰는데
子實辛酸齒未穿(자실신산치미천) : 열매는 시어서 이가 들어가지 않구나
渠與主人同棄物(거여주인동기물) : 너도 주인처럼 버려진 물건이지만
猶將樗櫟保天年(유장저력보천년) : 쓸모없기에 오히려 타고난 수명 부전하누나.
有感(유감) - 조식(曺植)
忍飢獨有忘飢事(인기독유망기사) : 굶주림 참는 데는 굶주림 잊는 수밖에
總爲生靈無處休(총위생령무처휴) : 모든 백성들은 쉴 곳이 없구나
舍主眠來百不救(사주면래백불구) : 집주인은 잠만 자고 전혀 구제 아니 하니
碧山蒼倒暮溪流(벽산창도모계류) : 푸른 산의 푸르름만 저녁 시내에 드리워져 있도다.
庭梨(정리) - 조식(曺植)
뜰의 배나무
半庭梨樹兩三株(반정리수양삼주) : 들을 반쯤 덮은 배나무 두어 그루
遮爲東陽擬木奴(차위동양의목노) : 무궁화와 함께 동쪽 햇볕 가리네.
無未一生全類娥(무미일생전류아) : 덤덤한 한평생 꼭 나와 비슷해
世人應道學楊朱(세인응도학양주) : 세상 사람들이야 양주를 배웠다하겠지
無題2(무제2) - 조식(曺植)
服藥求長年(복약구장년) : 약 먹고 장수하기는
不如孤竹子(불여고죽자) : 백이숙제 만할 이 있으랴
一食西山薇(일식서산미) : 한번 수양산 고사리 먹고
萬古獪不死(만고회불사) : 만고토록 죽지 않네.
頭流作(두류작) - 조식(曺植)
高懷千尺掛之難(고회천척괘지난) : 내 높은 뜻이 하도 커서 걸 곳이 없네
方丈干頭上上干(방장간두상상간) : 지리산 꼭대기 상상봉에 걸리랴
玉局三生須有籍(옥국삼생수유적) : 적어도 옥국관 삼생의 명부에 적이 올라야
他年名字也身看(타연명자야신간) : 죽은 뒤 저승에서 내 이름 내가 기뻐하리라
織女巖(직녀암) - 조식(曺植)
白練機中出(백련기중출) : 흰 베 베틀에서 나오자마자
分來牛背乾(분래우배건) : 잘라 와서 소 등에서 말린다네
靑黃元不受(청황원불수) : 푸른 색 노란 색 아예 받아들이지 않고
渾爲謝人間(혼위사인간) : 완전히 인간 세상 사절했구나.
靑鶴洞(청학동) - 조식(曺植)
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 : 한 마리 학은 구름을 뚫고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一溪流玉走人間(일계류옥주인간) : 구슬이 흐르는 한 가닥 시내는 인간 세상으로 흐르네.
從知無累翻爲累(종지무루번위누) : 누 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心地山河語不看(심지산하어불간) : 산하를 마음으로 느끼고서 보지 않았다고 말하네.
明鏡臺(명경대) - 조식(曺植)
斧下雲根山北立(부하운근산북립) : 도끼로 바위를 깍아 산 북쪽에 세웠는데
袖飜天窟鳳南移(수번천굴봉남이) : 소매로 하늘을 치듯 붕새는 남쪽으로 날아가네
冷然我欲經旬返(냉연아욕경순반) : 훌쩍 떠나 열흘 정도 지나 돌아오고자 하여
爲報同行自岸歸(위보동행자안귀) : 바닷가에 다녀오겠다고 일행에게 알리네
봉(鳳)'자는 옛날의 '붕(朋)'자인데 자신을 가르킴.
黃溪瀑布1(황계폭포1) - 조식(曺植)
投璧還爲壑所羞(투벽환위학소수) : 구슬을 던지는 것이 도리어 골짝에 부끄럽네,
石傳糜玉不曾留(석전미옥불증유) : 암벽에 전하는 싸라기 구슬 머물러 있지도 않으니,
溪神謾事龍王慾(계신만사용왕욕) : 계곡의 신은 일에 게으르나 용왕이 하고자 하여,
朝作明珠許盡輸(조작명주허진수) : 아침에 만든 명월주를 다 싣고 가도록 허락한다네
黃溪瀑布1(황계폭포2) - 조식(曺植)
懸河一束瀉牛津(현하일속사우진) : 강을 달아맨 듯한 한 줄기 물이 우진에 쏟아지니,
走石飜成萬斛珉(주석번성만곡민) : 구르던 돌이 만 섬 옥으로 변하였다네.
物議明朝無已迫(물의명조무이박) : 사람들 논의가 내일 아침엔 그리 각박하진 않겠지,
貪於水石又於人(탐어수석우어인) : 물과 돌에 탐을 내고 또 사람에게 탐을 냈으니.
書李黃江亭楣(서리황강정미) - 조식(曺植)
이희안의 황강정 문미에 적다
子規誰與呌(자규수여규) : 두견새 누굴 위해 울부짖나
孤夢不能裁(고몽불능재) : 외로운 꿈 이룰 수 없도다.
身世隍中鹿(신세황중록) : 신세는 구덩이 속 사슴 같고
行藏沙畔能(행장사반능) : 행장은 모래밭의 자라 같도다.
草邊多路去(초변다로거) : 풀 옆으론 많은 길이 나 있어
江上少人來(강상소인래) : 강가로는 오는 사람 적구나
複複芭蕉葉(복복파초엽) : 겹겹이 피어난 파초 잎
外開心未開(외개심미개) : 겉은 피어도 속은 아직 피지 못했도다.
書釰柄贈趙壯元瑗(서일병증조장원원) - 조식(曺植)
칼 자루에 적어서 장원 조원에게 주다
离宮抽太白(이궁추태백) : 불 속에서 하얀 칼 뽑으니
霜拍廣寒流(상박광한류) : 서릿발 같은 빛 달까지 흐른다.
斗牛恢恢地(두우회회지) : 넓고 넓은 하늘에 북두성과 견우성
神游刃不游(신유인불유) :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는다.
鮑石亭(포석정) - 조식(曺植)
포석정
楓葉鷄林已改柯(풍엽계림이개가) : 계림에 단풍잎 이미 나무줄기 변하여
甄萱不是滅新羅(견훤불시멸신라) : 견훤이 신라를 멸한 것이 아니었어라
鮑亭自召宮兵伐(포정자소궁병벌) : 포석정이 대궐 침입을 스스로 불러들여
到此君臣無計何(도차군신무계하) : 이 지경에는 군신도 다른 방도 없었도다.
聞見寺松亭(제문견사송정) - 조식(曺植)
문견사 송정에서
袖裏行裝書一卷(수리행장서일권) : 소매 속 행장은 오직 책 한 권
靑鞋竹杖上方西(청혜죽장상방서) : 푸른 신과 대지팡이로 절간 서쪽에 오른다.
遊人未釋無名恨(유인미석무명한) : 유람인은 이름 없는 한을 풀지 못하는데
盡日山禽盡意啼(진일산금진의제) : 종일토록 산새는 뜻을 다하여 운다.
次徐花潭韻(차서화담운) - 조식(曺植)
서화담의 시를 차운하여
秋江踈雨可垂綸(추강소우가수륜) : 보슬비 내리는 가을 강에 낚시줄 드리움직하고
春入山薇亦不貧(춘입산미역불빈) : 봄 들자 산고사리 돋아나 가난하지 않도다.
要把丹心蘇此世(요파단심소차세) : 일편단심으로 이 세상 소생시키고자 하지만
誰回白日照吾身(수회백일조오신) : 그누가 밝은 해를 돌려 이내 몸 비춰 줄까.
臨溪鍊鏡光無垢(임계련경광무구) : 개울에 나가 거울 닦아내니 번쩍번쩍 때 없어지고
臥月吟詩興有神(와월음시흥유신) : 달 아래 누워서 시를 읊조리니 신나는 흥취가 인다.
待得庭梅開滿樹(대득정매개만수) : 뜰의 매화나무 꽃 가득 필 때를 기다려
一枝分寄遠遊人(일지분기원유인) : 한 가지 꺾어서 멀리서 떠도는 사람에게 나눠 부친다.
江亭偶吟(강정우음) - 曺植(조식)
강가 정자에서 우연히 지다
臥疾高齋晝夢煩(와질고재주몽번) : 병으로 높은 정자에 누우니 낮 꿈이 어지럽고
幾重雲樹隔桃源(기중운수격도원) : 몇 겹이나 구릅 낀 나무숲, 도원이 저기네
新水淨於靑玉面(신수정어청옥면) : 눈 녹아 흐르는 물 푸른 옥보다 맑고
爲憎飛燕蹴生痕(위증비연축생흔) : 얄미워라, 제비여! 일부러 툭 차서 자국을 내네
漫成(만성) - 曺植(조식)
뜻 없이 짓다
半日雲中是赤誠(반일운중시적성) : 구름에 가린 반만 보이는 해 같은 심정
一生難許入承明(일생난허입승명) : 평생 동안 임금의 부름 얻기 어려웠네.
方知巢許無全節(방지소허무전절) : 소부와 허유도 완전히 절개를 지키지는 못하고
自是箕山做得成(자시기산주득성) : 기산에 와서야 몸을 닦은 것을 알겠네.
竹淵亭次文老韻(죽연정차문로운) - 조식(曺植)
죽연정에서 문로를 차운하여
倻水遙從百里流(야수요종백리류) : 가야산 물이 아득히 백리를 따라 흘러오니
洛神還與女深幽(낙신환여여심유) : 낙동강 물의 신은 너와 더불어 깊고 그윽하다.
參差亂羽銀魚羂(참차난우은어견) : 들쭉날쭉 어지러운 깃은 은어 갇힌 그물이요
高下飛絲野馬遊(고하비사야마유) : 높게 낮게 나는 실은 아지랑이 노리는 것이다.
鶴髮苔深多歲月(학발태심다세월) : 허연 머리에 이끼처럼 깊어 오랜 세월 지나
荊花香發少春秋(형화향발소춘추) : 가시나무 꽃향기 피어나니 나이는 아직 젊도다.
老來泉石廉於利(노래천석렴어리) : 늙어 자연 속에서 노라니 이익에 청렴하여
未作蘇黃十日留(미작소황십일류) : 소식‧황정견처럼 열흘 동안을 머물지 못하노라
遊安陰玉山洞(유안음옥산동) - 조식(曺植)
안음 옥산동에서 놀다
碧峯高揷水如藍(벽봉고삽수여람) : 푸른 봉우리 높이 꽂혀있고 물은 쪽빛인데
多取多藏不是貪(다취다장불시탐) : 많이 보고 많이 간직해도 탐내지 않노라.
捫蝨何須談世事(문슬하수담세사) : 이 잡고 살면서 어찌 꼭 세상 이야기해야 하나
談山談水亦多談(담산담수역다담) : 산 이야기, 물 이야기만 해도 이야기는 많아라.
黃溪瀑布2(황계폭포2) - 조식(曺植)
황계폭포
懸河一束瀉牛津(현하일속사우진) : 달아맨 듯 한 물 한 줄기 은하처럼 쏟아지고
走石飜成萬斛珉(주석번성만곡민) : 구르 내린 돌은 갑자기 만 섬 옥돌로 되었구나
物議明朝無已迫(물의명조무이박) : 세상의 비판도 다음날 아침이면 이미 그치리니
貪於水石又於人(탐어수석우어인) : 물과 돌을 탐하고 나아가 또 사람을 탐하리라
山中卽事1(산중즉사1) - 조식(曺植)
산속에 읊다
從前六十天曾假(종전육십천증가) : 종전의 육십 년은 하늘이 빌려 주고
此後雲山地借之(차후운산지차지) : 차후의 구름 낀 산은 땅이 빌려 주었다
猶是窮塗還有路(유시궁도환유로) : 막다른 길에도 또다시 길 있으니
却尋幽逕採薇歸(각심유경채미귀) : 그윽한 오솔길을 찾아 고사리 캐어 돌아온다
山中卽事2(산중즉사2) - 조식(曺植)
산속에 읊다
日暮山童荷鋤長(일모산동하서장) : 석양에 산골 아이 호미 메고 서서
耘時不問種時忘(운시불문종시망) : 김맬 때를 묻지 않고, 심은 때도 잊었도다
五更鶴唳驚殘夢(오경학려경잔몽) : 깊은 밤, 학 울음에 새벽 꿈을 깨니
始覺身兼蟻國王(시각신겸의국왕) : 개미 나라 왕을 겸한 내 몸을 알게 됐도다
畵竹(화죽) - 조식(曺植)
대를 그림
生香莫作死香看(생향막작사향간)
: 살아있는 향기를 죽은 향기로 보지 말게나
生死路頭知者難(생사로두지자난)
: 삶과 죽음의 갈림길 알기 어렵나니
先哲雖亡模樣在(선철수망모양재)
: 옛 현인들 비록 죽어도 전형은 남아 있나니
要須模樣裡深看(요수모양리심간)
: 모름지기 전형 속을 깊이 볼지어다.
川上吟(천상음) - 조식(曺植)
냇가에서 읊음
西去還同鷓鵠南(서거환동자곡남)
: 물은 서쪽으로 흐르다 자고새와 함께 남쪽으로 흐르고
無生蛾子不如蠶(무생아자불여잠)
: 아무것도 낳지 못하는 나방은 누에만 못하다네.
高歌佛浦當時事(고가불포당시사)
: 불포에서 그 당시 일을 소리 높여 노래 부르며
兀坐荒溪似久喑(올좌황계사구음)
: 거친 시냇가에 벙어리 마냥 오뚝이 앉아 있다네.
地雷吟(지뢰음) - 조식(曺植)
복괘를 두고 읊음
易象分明見地雷(역상분명견지뢰)
: 역상이 분명하여 땅 밑 우레를 보는데
人心何昧善端開(인심하매선단개)
: 어찌 사람의 마음은 착함의 실마리 열리는 것을 모르는가.
祈應萌蘖如山木(기응맹얼여산목)
: 다만 싹틈이 응당 우산의 나무 같나니
莫遣牛羊日日來(막견우양일일래)
: 소나 양으로 하여금 날마다 오게 하지 말게나
座右銘(좌우명) - 조식(曺植)
좌우명
庸信庸謹(용신용근) : 언행을 신의 있게 하고 삼가며
閑邪存誠(한사존성) : 사악함을 막고 정성을 보존하라
岳立淵沖(악립연충) :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
燁燁春榮(엽엽춘영) : 움 돋는 봄날처럼 빛나고 빛나리라
松月(송월) - 조식(曺植)
소나무에 비친 달
寒聲淅瀝頻蕭颯(한성석력빈소삽) : 찬바람 소리 우수수 자주 쓸쓸할 제
天桂交加淨復森(천계교가정복삼) : 달과 어울리는 산뜻하면서도 근엄하구나.
何處獨無繁好樹(하처독무번호수) : 어디엔들 크고 좋은 나무 없을까 마는
不常其德二三心(불상기덕이삼심) : 덕 항상 지키지 못하고 마음 이리저리 변하더라.
竹風(죽풍) - 조식(曺植)
대에 부는 바람
三益蕭蕭一逕通(삼익소소일경통)
: 세 친구 쓸쓸하고 오솔길 하나 나 있는데
最燐寒族愛難功(최린한족애난공)
: 한미한 사람이 이루기 힘든 공 좋아하는 게 가장 가엾도다.
猶嫌未與髮君便(유혐미여발군편)
: 싫도다. 소나무와 한편이 되지 않고서
隨勢低昻任却風(수세저앙임각풍)
: 바람에 내맡겨 형세 따라 오르내리는 것이
詠靑鶴洞瀑布(청학동 폭포) - 조식(曺植)
청학동 폭포를 읊음
勍敵層崖當(경적층애당) : 굳센 적처럼 층진 벼랑이 막아섰기에
春撞鬪未休(춘당투미휴) : 찧고 두드리며 싸우길 쉬지 않는다.
却嫌堯抵壁(각혐요저벽) : 요가 구슬 버린 것 싫어하여
茹吐不曾休(여토불증휴) : 마시고 토하길 쉰 적이 없다네.
題龜巖寺(제구암사) - 조식(曺植)
구암사에서 씀
東嶺松爲木(동령송위목) : 동쪽 고개 위의 소나무로 지은
佛堂人拜之(불당인배지) : 불당에 사람들이 절을 하누나
南冥吾老矣(남명오노의) : 나 남명은 이미 늙었기에
聊以問山芝(요이문산지) : 에오라지 산 속의 지초를 묻노라.
涵碧樓(함벽루) - 조식(曺植)
함벽루
喪非南郭子(상비남곽자) : 남곽자 같은 무아지경에 이르진 못해도
江水渺無知(강수묘무지) : 흐르는 강물만 멍하니 바라본다
欲學浮雲事(욕학부운사) : 뜬구름의 일을 배우고자 하나
高風猶破之(고풍유파지) : 높다란 바람이 흩어 버리네.
寄三足堂(기삼족당) - 조식(曺植)
삼족당에서 부침
事與風雲變(사여풍운변) : 세상 일은 풍운과 더불어 변하고
江同歲月流(강동세월류) : 강은 세월과 함께 흘러간다
英雄今古意(영웅금고의) : 고금 영웅들의 뜻을
都付一虛舟(도부일허주) : 온통 한 척의 빈 배에 부친다.
別敬溫師(별경온사) - 조식(曺植)
경온 스님과 이별하며
僧同雲入嶺(승동운입령) : 스님은 구름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고
客向塵歸兮(객향진귀혜) : 나그네는 티끌세상으로 돌아간다네.
送爾兼山別(송이겸산별) : 그대 보내고 산마저도 떠났나니
奈如山日西(나여산일서) : 서쪽으로 지는 산 속의 해 어떻게 할꼬?
梅下種牧丹(매하종목단) - 조식(曺植)
매화 밑에 모란을 심음
栽得花王來(재득화왕래) : 화왕을 심고 보니
延臣梅御史(연신매어사) : 조정 신하는 매어사로세
孤鶴終何爲(고학종하위) : 외로운 학은 끝내 무얼 하는가.
不如蜂與蟻(불여봉여의) : 벌이나 개미만도 못하구려.
讀書神凝寺(독서신응사) - 조식(曺植)
신응사에서 글을 읽다가
瑤草春山綠滿園(요초춘산록만원)
: 춘산에 요초 돋아나니 온 원가 푸르르다.
爲燐溪玉座來遲(위린계옥좌래지)
: 시냇물 옥 구르는 소리 더욱 어여삐 세월의 근심걱정을 없이 할 수 있으리
生世不能無世累(생세불능무세누)
: 세상에 살면서 어찌 세상의 근심걱정을 없이 할 수 있으리
水雲還付水雲歸(수운환부수운귀)
: 세상을 등진 저 물과 구름은 역시 그것으로 돌려보내자
遊白雲洞(유백운동) - 조식(曺植)
백운동을 여행하며
天下莫雄所可羞(천하막웅소가수)
: 천하의 막웅들이여 부끄럽지 않은가
一生筋力在封留(일생근력재봉유)
: 일생동안 휘두른 힘이 고작 땅 한 조각 차지하는데 있었으니
靑山無限春風面(청산무한춘풍면)
: 청산은 언제나 청산 그대로이다
西伐東政定未收(서벌동정정미수)
: 서를 치고 동을 친들 땅은 영원히 땅 그대로 인게야
孤舟晩泊(고주만박) - 조식(曺植)
해 저물 녘에 외딴 배를 대다
風濤驚萬里(풍도경만리) : 만리 풍파에 놀란 나머지
舵櫓倚篙工(타노의고공) : 키와 노 사공에게 맡겼네
晩泊蓬萊下(만박봉래하) : 해 저물어 봉래산아래 닿으니
家山第一峯(가산제일봉) : 제일 높은 봉우리 우리 집이 있네
無名花(무명화) - 조식(曺植)
이름 없는 꽃 : 건숙에게 부친다
一年消息管多時(일년소식관다시) : 한 해의 생장과 소멸을 한참 동안 맡았지만
名與香埋世不知(명여향매세불지) : 이름과 향기는 묻혀 세상에선 모른다네
摠是名香爲己累(총시명향위기누) : 이름과 향기는 본디 자신의 누가 되는 것
洛陽曾得機人歸(낙양증득기인귀) : 서울에서 일찍이 몇 사람이나 돌아올 수 있었던가
남명 조식(南冥 曺植)선생 한시 모음
曺植 (1501~1572) 朝鮮 中期 學者.
本貫 昌寧. 陜川郡 三嘉縣 兎洞 出生.
字 楗仲, 號 南冥. 諡號 文貞
(1) 江亭偶吟 (江가 亭子에서 偶然히 읊다)
臥疾高齋晝夢煩 ~ 높다란 다락에 病으로 누으니 낮꿈 번거로워
幾重雲樹隔桃源 ~ 몇 겹의 구름과 나무가 桃花源과 나누고 있나.
新水淨於靑玉面 ~ 새 물빛은 푸른 구슬보다 맑은데
爲憎飛燕蹴生痕 ~ 날으는 제비가 물결 차 생긴 痕跡이 미워진다.
(2) 觀書有感 (冊을 본 感懷)
半畝方塘一鑑開 ~ 半 이랑의 모난 못이 한 거울로 나타나니
天光雲影共徘徊 ~ 하늘 빛 구름 그림자가 함께 徘徊 하는구나.
問渠那得淸如許 ~ 이같은 맑음을 어찌 얻을 수 있었냐고 물으니
爲有源頭活水來 ~ 源頭에 살아있는 물이 솟아나기 때문이도다.
(3) 菊花
三月開花錦作城 ~ 三月이면 꽃을 피워 緋緞으로 城을 이룬 듯 한데
如何秋盡菊生英 ~ 菊花는 어이하여 가을이 다 지나야 꽃을 피우나.
化工不許霜彫落 ~ 하늘의 造化가 서리에 시들어 떨어짐을 許諾치 않고
應爲殘年未盡情 ~ 應當 얼마남지 않은 歲月의 못다한 情 때문이겠지.
(4) 寄健叔 (健叔에게)
之子五鳳樓手 ~ 이 사람 五鳳樓의 솜씨인데
堯時不直一飯 ~ 太平聖代에도 밥 한 그릇 값도 못한다.
明月或藏老蚌 ~ 明月珠 오래 된 蚌蛤조개에 감춰있건만
山龍烏可騫楦 ~ 山의 龍은 어찌 가짜 신골만 찾아 쓰나.
(5) 寄楗仲
冥鴻矯翼海南飛 ~ 큰 기러기 높이 南쪽으로 날아가는데
正値秋風木落時 ~ 가을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바로 그 때였다.
滿地稻粱鷄騖啄 ~ 땅에 가득한 벼 낟알을 닭들이 쪼는데
碧雲天末自忘飢 ~ 푸른 구름 하늘 가에 스스로 배고픔을 잊었다.
(6) 寄西舍翁
萬疊靑山萬市嵐 ~ 萬 겹의 푸른 山 고을마다 아지랑이
一身全愛一天函 ~ 한 몸은 하늘 보이는 곳만 오로지 사랑한다.
區區諸葛終何事 ~ 區區한 諸葛亮은 끝내 무슨 일을 하였던가
膝就孫郞僅得三 ~ 무릎 굽혀 孫權에게 나아가 겨우 三國을 얻었나.
(7) 寄叔安
梅上春候動 ~ 梅花나무 위엔 봄 氣運 감돌고
枝間鳥語溫 ~ 가지 사이로 새 소리 따스하도다.
海亭山月白 ~ 山海亭엔 山속 달이 밝은데
何以坐吾君 ~ 어찌하면 나의 그대를 불러 앉힐까.
(8) 寄子修姪 (子修 조카에게)
百憂明未喪 ~ 온갖 근심에도 視力을 잃지 않았지만
萬事寸無關 ~ 世上萬事에 조금도 關心없노라.
姊姪一千里 ~ 千 里 밖에 사는 甥姪이
星霜十二還 ~ 十二 年만에 돌아왔다.
窮霪三月晦 ~ 궂은 장마에 석달 동안 어둑하고
孤夢五更寒 ~ 외로운 꿈은 五更에 차기만하다.
方丈如毋負 ~ 方丈山이 저버리지 않는다면
音書亦復難 ~ 便紙 傳하기란 다시 또 어려우리라.
(9) 南冥梅 / 德山卜居
春山低處尤芳草 ~ 봄 山 어디엔들 아름다운 꽃이 없겠는가
只愛天王近帝居 ~ 내가 여기 집을 지은 理由는 다만 하늘이 가까워서다.
白手歸來何物食 ~ 빈손으로 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 것인
銀河十里喫猶餘 ~ 銀河가 十 里나 되니 먹고도 남겠네.
(10) 斷俗寺政堂梅 (斷俗寺 政堂의 梅花)
寺破僧嬴山不古 ~ 절은 부서지고 중은 憔悴하며 山도 예 같지 않아
前王自是未堪家 ~ 前王은 스스로 집안 團束 잘하지 못했구나.
化工正誤寒梅事 ~ 造物主는 眞正 추위 속의 梅花의 일 그르쳤으니
昨日開花今日花 ~ 어제도 꽃 피우고 오늘도 꽃 피우는구나.
(11) 漫成. 1
平生事可噓噓已 ~ 한 平生의 일들에 한숨만 나올 뿐인데
浮世功將矻矻何 ~ 뜬 구름같은 歲上 富貴功名 힘써 무엇하나.
知子貴無如我意 ~ 알겠노라, 그대는 貴하여 나 같은 뜻 없음을
那須身上太華誇 ~ 어찌 몸이 華山에 올라 誇示해야만 하는가.
(12) 漫成. 2
天風振大漠 ~ 하늘의 바람 巨大한 沙漠을 흔들고
疾雲紛蔽虧 ~ 흘러가는 구름은 天地를 덮어 가린다.
鳶騰固其宜 ~ 솔개의 날아 오름은 當然하나
烏戾而何爲 ~ 까마귀 맞지 않게 울어대니 무얼 하려나.
(13) 漫成. 3
半日雲中是赤誠 ~ 구름에 가린 半만 보이는 해 같은 心情
一生難許入承明 ~ 平生 동안 임금의 부름 얻기 어려웠네.
方知巢許無全節 ~ 巢父와 許由도 完全히 節槪를 지키지는 못하고
自是箕山做得成 ~ 箕山에 와서야 몸을 닦은 것을 알겠네.
(14) 明鏡臺
高臺誰使聳浮空 ~ 높은 樓閣 누가 空中에 솟게 했을까
螯柱當年折壑中 ~ 當時 螯柱가 골짝이에 꺾인 것이리라.
不許穹蒼聊自下 ~ 蒼空이 저대로 내려오는 것 許諾치 않아
肯敎暘谷始能窮 ~ 陽谷을 다 볼 수 있게 하려 한 것이리라.
門嫌俗到雲猶鎖 ~ 俗人이 이르는 것 싫어 門 앞에 구름 막혀
巖怕魔猜樹亦籠 ~ 魔鬼 猜忌함을 바위가 두려워 나무도 에웠으리라.
欲乞上皇堪作主 ~ 上帝에게 빌어 主人 노릇 해 보려해도
人間不奈妬恩隆 ~ 恩惠 隆盛함을 人間 世上에서 어찌 嫉妬하니 않을까.
(15) 無題. 1
雨洗山嵐盡 ~ 비 내려 山아지랑이를 거둬내니
尖峯畵裏看 ~ 뾰족한 봉우리 그림처럼 나타나네.
歸雲低薄暮 ~ 저물녘 구름은 낮게 깔리고
意態自閑閑 ~ 그 모습 절로 閑暇롭구나.
(16) 無題. 2
魯野麟空老 ~ 魯나라 들엔 麒麟이 헛되이 늙어 가고
岐山鳳不來 ~ 岐山엔 鳳凰새가 오지를 않네.
文章今已矣 ~ 빛나던 文章도 이제 끝났으니
吾道竟誰依 ~ 우리의 道는 끝내 누구에 依支하리오.
(17) 無題. 3
平野遙靑冠岳産 ~ 平平한 벌판 멀리 푸르른 冠岳山이요
祖江漫汗海西間 ~ 祖江은 질펀히 西쪽 바다로 흐르네.
楊花吹盡芳洲岸 ~ 香그런 모래톱 가엔 버들꽃 바람에 다 날아갔는데
睡到漁常燕語竿 ~ 낚시꾼은 낚시터에서 졸고 낚시대엔 제비 지저귀네.
(18) 無題. 4
服藥求長年 ~ 藥을 먹어 長生을 求해도
不如孤竹子 ~ 孤竹君의 子息만 못하리라.
一食西山薇 ~ 首陽山 고사리를 한 番 캐어 먹고
萬古猶不死 ~ 萬古토록 如前히 죽지않았구나.
(19) 無題. 5
强半行臧辦自家 ~ 道를 行하거나 숨어 지내거나 自身이 決定할 일
也徒醫濟十年艾 ~ 다만 마음으로만 救濟하려 할 뿐이네.
雲山只欲從渠老 ~ 구름 낀 山을 따라 늙으려 하지만
世事其如每作魔 ~ 世上 일이 每番 魔가 됨을 어쩌리.
(20) 無題. 6
神武城西氷欲泮 ~ 神武城 西쪽으로 얼음 풀리려는데
鈴風初呌看儀竅 ~ 처음 방울 소리 바람 소리에 天地의 運行을 본다.
羹艾湯餠渾閑事 ~ 쑥국 떡국 끓여 먹는 일 모두 閑暇로운데
太半遺忘太半知 ~ 太半은 잊게 버려두고 太半은 알고 있도다.
(21) 無題. 7
斯干日日樂靡違 ~ 이 물가 날마다 즐거워 마음 거스르지 않아
舍此談天未是奇 ~ 이곳 버리고 하늘을 말하는 건 奇異하지 못하다.
智異三藏居彷佛 ~ 智異山 三藏에서 사는 곳이 그럴 듯하나
武夷九曲水依俙 ~ 武夷九曲의 물은 아련하기만 하여라.
鏝墻瓦老風飄去 ~ 잘 바른 담장과 기와도 오래되어 바람에 으스러지고
石路歧深馬自知 ~ 돌길은 갈라 져도 깊어도 말은 절로 아는구나.
皓首重來非舊主 ~ 늙어 흰 머리로 다시 오니 옛 主人 아니고
一年春盡詠無衣 ~ 한 해의 봄은 다 가는데 無衣를 읊어본다.
(22) 聞李愚翁還鄕
(李愚翁이 歸鄕하였다는 消息을 듣고)
山海亭中夢幾回 ~ 山海亭에서 꾼 꿈이 몇 番이던가
黃江老叟雪盈腮 ~ 黃江 老人 두 뺨엔 흰 눈이 가득하다.
半生金馬門三到 ~ 半平生 金馬門에 세 番 이르러도
不見君王面目來 ~ 임금님의 龍顔은 뵙지도 못하고 왔구나.
(23) 民巖賦
亙萬古而設險 ~ 萬古토록 險難함을 베풀어 두니
幾帝王之泄泄 ~ 몇 분의 帝王이 例事로 보았었나.
桀紂非亡於湯武 ~ 桀紂임금이 湯武임금에게 亡한 것 아니라
乃不得於丘民 ~ 百姓들 마음을 얻지못했기 때문이어라.
漢劉季爲小民 ~ 漢나라 劉邦은 平民이었지만
秦二世爲大君 ~ 秦나라 二世는 임금의 아들이었어라.
以匹夫而易萬乘 ~ 匹夫로서 萬乘天子를 바꿨으니
是大權之何在 ~ 大權은 곧 어디에 있는 것일까.
只在乎吾民之手兮 ~ 오직 우리 百姓들의 손에 있으니
不可畏者甚可畏也 ~ 겁낼 것은 아니나 두려워할 만하리라.
(24) 訪村老 (시골 老人을 訪問하다)
黃流波上輕烟細 ~ 黃江 물결 위로 가벼운 안개 끼고
白日窺中銀箭斜 ~ 밝은 해가 속을 보니 銀빛 화살 비스듬하다.
谷口小溪開小室 ~ 골짜 어귀 조그만 개울에 작은 집 지었는데
蹇驢時有野人過 ~ 절뚝거리는 나귀 타고 때때로 野人이 지나간다.
(25) 鳳鳴樓
岐下遺音屬有樓 ~ 岐山 아래 남은 소리 닿는 곳에 樓閣 있어
親賢樂利迄悠悠 ~ 어진 사람 가까이 하고 이로움을 넉넉하구나.
自從矗石新開宇 ~ 矗石樓 따라 새 집 짓고나니
六六鳴隨上下流 ~ 鳳凰새 울며 따르며 위 아래로 흘러간다.
(26) 盆蓮
上園休許小桃誇 ~ 上林園에서는 작은 복사꽃이 자랑 許諾 마오
淤裡誰知君子花 ~ 진흙 뻘 속의 君子다운 꽃을 누가 알아주리오.
留得小盆涵養意 ~ 조그만 花盆 얻어 담은 뜻은
暗香將月夜深和 ~ 隱隱한 香氣는 밤이 깊어야 달빛과 어울리리라.
(27) 山中卽事. 1
從前六十天曾假 ~ 從前의 六十 年은 하늘이 빌려 주고
此後雲山地借之 ~ 此後의 구름낀 山은 땅이 빌려 주었다.
猶是窮塗還有路 ~ 막다른 길에도 또 다시 길 있으니
却尋幽逕採薇歸 ~ 그윽한 오솔 길을 찾아 고사리 캐어 돌아온다.
(28) 山中卽事. 2
日暮山童荷鋤長 ~ 夕陽에 山골 아이 호미 메고 서서
耘時不問種時忘 ~ 김맬 때를 묻지않고 심은 때도 잊었도다.
五更鶴唳驚殘夢 ~ 깊은 밤, 鶴 울음에 새벽 꿈을 깨니
始覺身兼蟻國王 ~ 개미 나라 王을 兼한 내 몸을 알게 됐도다.
(29) 山海亭偶吟
十里降王界 ~ 王이 誕生한 境界와는 十 里 길
長江流恨深 ~ 긴 江물에 흐르는 恨이 깊어간다.
雲浮黃馬島 ~ 大馬島로 떠가는 구름
山導翠鷄林 ~ 푸른 鷄林으로 山이 뻗혀 있구나.
(30) 書釰柄贈趙壯元瑗
(칼 자루에 적어서 壯元 趙瑗에게 주다)
离宮抽太白 ~ 불 속에서 하얀 칼 뽑으니
霜拍廣寒流 ~ 서릿발 같은 빛 달까지 흐른다.
斗牛恢恢地 ~ 넓고 넓은 하늘에 北斗星과 牽牛星
神游刃不游 ~ 精神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는다.
(31) 書李黃江亭楣
(李希顔의 黃江亭 도리에 적다)
子規誰與呌 ~ 杜鵑새는 누굴 爲해 울부짖나
孤夢不能裁 ~ 외로운 꿈 이룰 수 없도다.
身世隍中鹿 ~ 身世는 구덩이 속 사슴 같고
行藏沙畔能 ~ 行藏은 모래밭의 자라 같도다.
草邊多路去 ~ 풀 옆으론 많은 길이 나 있어
江上少人來 ~ 江가로는 오는 사람 적구나.
複複芭蕉葉 ~ 겹겹이 피어난 芭蕉 잎
外開心未開 ~ 겉은 피어도 속은 아직 피지 못했도다.
(32) 雪梅
歲晩見渠難獨立 ~ 세밑에 삼가 홀로 臨하여 그를 보니
雪侵殘夜到天明 ~ 눈 내리는 새벽처럼 天性은 밝게 되었네.
儒家久是孤寒甚 ~ 선비 집안의 외롭고 쓸쓸함이 오래 되었건만
更爾歸來更得淸 ~ 그대 다시 되 돌아오니 도리어 맑음 얻는구나.
(33) 松月 (소나무 사이의 달)
寒聲浙瀝頻蕭颯 ~ 차가운 소리 서걱이고 쓸쓸한 바람 잦아
天桂交加淨復森 ~ 하늘의 달빛 서로 어울려 맑고도 森嚴하다.
何處獨無繁好樹 ~ 어딘들 繁盛하고 좋은 나무야 없으랴마는
不常其德二三心 ~ 恒常 그 德은 두세 마음 갖지 않는 것이리라.
(34) 詩癖
上房岑寂鎖黃昏 ~ 上房은 쓸쓸히 黃昏에 잠겨 寂寞한데
竹影松聲道自存 ~ 대 그림자 솔바람 소리에 道는 스스로 있다네.
斷盡機心詩癖在 ~ 機心은 다 끊었어도 詩 좋아하는 버릇은 남아 있어
强將佳句扣人門 ~ 굳이 좋은 詩句를 찾아서 남의 門을 두드리네.
(35) 咏獨樹 (홀로 선 나무를 읊다)
離群猶是獨 ~ 무리를 떠나 오히려 여기에 홀로 있으니
風雨自難禁 ~ 비바람을 스스로 막아 내기가 어려웠겠네.
老去無頭頂 ~ 늙어 가매 꼭대기가 없어져 버렸고
傷來燬腹心 ~ 시름 오매 속이 다 타버렸다네.
穡夫朝耦飯 ~ 農夫는 아침에 마주 앉아 밥 먹고 가고
瘦馬午依陰 ~ 여윈 말은 한낮에 기대어 그늘에 쉬네.
幾死査寧學 ~ 거의 삶의 끝에 이르렀으니 살펴서 丁寧 배웠으리라.
升天只浮沈 ~ 나서 죽기까지는 다만 한 番 떴다가 가라앉는 것뿐임을.
(36) 詠梨
支離梨樹立門前 ~ 보잘 것 없는 배나무가 門 앞에 서 있는데
子實辛酸齒未穿 ~ 열매는 시고도 이빨이 들어가지 않는구나.
渠與主人同棄物 ~ 너도 主人처럼 버려진 物件이지만
猶將樗櫟保天年 ~ 오히려 쓸모가 없기에 제 목숨을 부지하는구나.
(37) 詠蓮. 1
華盖亭亭翠滿塘 ~ 꽃 봉우리 늘씬하고 푸른 잎이 蓮못에 가득
德馨誰與此生香 ~ 厚德한 香氣 누구와 더불어 이렇게 피어내리오.
請看黙黙淤泥在 ~ 보게나, 默默히 진흙 뻘 속에 있어도
不啻葵花向日光 ~ 해바라기가 해 따라 빛나는 것과 같지 않음을.
(38) 詠蓮. 2
只愛芙蕖柳下風 ~ 다만 蓮꽃에 柳下惠의 品位 있음 사랑스러워
援而還止于潢中 ~ 손으로 당겨 보아도 蓮못 속에 있어라.
應嫌孤竹方爲隘 ~ 孤竹君의 偏狹함이야 應當 싫어하겠지만
遠播淸香到老翁 ~ 맑은 香氣 멀리 퍼뜨려 늙은이에도 이르는구나.
(39) 浴川 (냇물에 몸씻기)
全身四十年前累 ~ 온몸에 쌓인 四十 年 동안 허물은
千斛淸淵洗盡休 ~ 千斛 맑은 못물에 모두 씻어 버리네.
塵土倘能生五內 ~ 티끌이 萬若 五臟에 생겨 있다면
直今刳腹付歸流 ~ 只今 바로 배를 갈라 저 물에 띄워 보내리.
(40) 偶吟
人之愛正士 ~ 사람들이 옳은 선비 좋아하는 것이
好虎皮相似 ~ 호랑이 껍질을 좋아하는 것과 같아
生前欲殺之 ~ 살아 있을 때는 죽이고 싶지만
死後方稱美 ~ 죽은 뒤에는 훌륭하다 稱讚한다네.
(41) 原泉賦 (샘물의 노래)
惟地中之有水 ~ 땅 속에만 물이 있음은
由天一之生北 ~ 天一이 北쪽에서 생기게 하기 때문이네.
本於天者無窮 ~ 하늘에 根本을 둔 것은 無窮하나니
是以行之不息 ~ 이 때문에 흐름이 그치지 않는다네.
徵一泉之觱沸 ~ 한 샘물이 솟아 오름을 겪어보면
異杯水之坳覆 ~ 盞속에 고인 물과는 다르다네.
縱初原之涓涓 ~ 처음에는 졸졸 흐르는 물에서 나오지만
委天地而亦足 ~ 天地를 다 적셔도 넉넉하다네.
非有本則不然 ~ 根本이 없다면 그렇지 아니 하니
類人身之運血 ~ 사람 몸에 피가 도는 것과 같다네.
或一暫之止息 ~ 或是 暫時라도 멈추게 되면
天地亦有時而潰裂 ~ 天地의 秩序도 때로 破壞된다네.
同不死於谷神 ~ 谷神이 永遠히 죽지 않음과 같아
實氣母之沆瀣 ~ 實로 氣母의 沆瀣와 같다네.
故祀典之崇本 ~ 그러므로 祭祀의 崇尙하 받는 根本이라
必先河而後海 ~ 반드시 黃河에 먼저하고 바다에는 뒤로 한다네.
思亟稱於宣尼 ~ 孔子가 자주 물에 대해 일컬었음을 생각하니
信子輿之心迪 ~ 孟子의 마음의 자취를 믿을 만하다네.
推洊水於習坎 ~웅덩이를 채우고 흘러감을 미루어 보니
宜德行之素積 ~ 德行을 平素에 쌓음이 마땅하다네.
究人事之下行 ~ 生活에서 實踐할 일을 硏究해봄이
根天理之上達 ~ 奧妙한 千 里에 到達하는 根本이 된다네.
萬理具於性本 ~ 온갖 理致가 다 本性에 갖춰져
混潑潑而活活 ~ 運用에 따라 모두가 活發해진다네.
隨取用而有餘 ~ 必要에 따라 取하여도 남음이 있어
猶窟宅之生出 ~ 마치 地下에서 솟아 나오는 것과 같다네.
合川流而敦化 ~ 냇물에 合쳐져 無窮한 造化를 이루니
皆大本之充實 ~ 모두가 根本의 充實한 열매이라네.
配悠久於博厚 ~ 無窮한 德은 廣博함과 深厚함에 對備되니
歸萬殊於一極 ~ 萬物의 多樣함이 한 가지 理致로 歸結된다네.
是誠者之自然 ~ 이는 至極한 精誠이 自然스레 나타나는 것이라.
河漢浩而莫測 ~ 銀河水처럼 아득하여 헤아릴 수 없다네.
濬不喩於天淵 ~ 깊은 뜻은 높은 하늘 깊은 蓮못에도 比喩할 수 없어
但魚躍之洋洋 ~ 다만 물고기가 自由롭게 뛰노는 洋洋함이네.
發大原於崑崙 ~ 큰 根源이 崑崙山에서 發源하여
彌六合其無方 ~ 온 天地 四方에 가득 퍼져 方向이 없다네.
巨浸稽天而漫汗 ~ 큰 물결 하늘에닿아 滔滔히 흘러가면
曾不撓以使濁 ~ 決코 물길을 바꾸어흐리게 할 수 없다네.
火輪燋土而爀烈 ~ 太陽이 땅을 태워 强力히 내리쬐면
庸詎殺其一勺 ~ 누가 한 바가지 물로 그 氣勢를 꺾겠는가.
而君子之致曲 ~ 따라서 君子는 極盡함에 이르나니
尤有大於立本 ~ 根本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重要하다네.
學不積則不厚 ~ 學問이란 쌓지않으면 두터워지지 않으니
等聚溲而海問 ~ 比諭컨대 오줌을 받아놓고 바다에 물음과 같다네.
苟靈根之不渴 ~ 眞實로 神靈한 뿌리마르지 않음이 있다면
沃九土其難涸 ~ 天下를 적시고도 마르기 어려우리라.
見寒泉之勿幕 ~ 차가운 샘물의 덮지않은 것을 보면
人百橰其猶若 ~ 사람이 아무리 퍼내어도 如前하도다.
戒曰 ~ 警戒하여 이르노니
心以應事 ~ 마음으로 世上 萬事에 對應하면
百感搖挑 ~ 온갖 感情이 마음을 흔들고 돋운다네.
學以爲本 ~ 學問으로 根本을 삼으면
感罔能擾 ~ 物慾의 感情이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네.
可汨則無本 ~ 物慾의 感情에 빠져 버리면 根本이 없어지고
可擾則用熄 ~ 物慾의 感情에 흔들리면 쓰임이 없어진다네.
敬以涵源 ~ 敬으로써 그 根源을 涵養하고
本乎天則 ~ 하늘의 法則에 根本해야 한다네.
(42) 有感
忍飢獨有忘飢事 ~ 굶주림 참는데는 굶주림 잊는 일 뿐
總爲生靈無處休 ~ 모든 百姓들은 쉴 곳이 完全히 없게 되었다.
舍主眠來百不救 ~ 집 主人은 잠만 자고, 아무것도 救하지 못하니
碧山蒼倒暮溪流 ~ 푸른 山의 푸르름이 저문 개울물에 드리웠구나.
(43) 遊安陰玉山洞. 1 (安陰 玉山洞에서 놀다)
春風三月武陵還 ~ 三月 봄바람 武陵桃源에서 돌아오니
霽色中流水面寬 ~ 개인 하늘 빛에 흐르는 시냇물은 넓기도 하다.
不是一遊非分事 ~ 한 番 노니는 일, 分數는 일은 아니어도
一遊人世亦應難 ~ 人間 世上에서 한 番 노는 일이 應當 어렵도다.
(44) 遊安陰玉山洞. 2
碧峯高揷水如藍 ~ 푸른 봉우리 높이 꽂혀있고 물은 쪽빛인데
多取多藏不是貪 ~ 많이 보고 많이 간직해도 貪내지 않노라.
捫蝨何須談世事 ~ 이 잡고 살면서 어찌 꼭 世上 이야기해야 하나.
談山談水亦多談 ~ 山 이야기, 물 이야기만 해도 이야기는 많아라.
(45) 遊安陰玉山洞. 3
白石雲千面 ~ 흰 바위에 구름은 千가지 얼굴
靑蘿織萬機 ~ 푸른 댕댕이넝쿨 온갖 貌樣 짜는구나.
莫敎摸寫盡 ~ 모두 다 베껴내지 말도록 하게나
來歲採薇歸 ~ 다가오는 해에 고사리 캐러 돌아오련다.
(46) 遊黃溪贈金敬夫
(黃溪에 놀며 金敬夫에게 詩를 보내다)
莫恨秋容淡更疏 ~ 가을 情景 조촐 하다 恨스러워 말라
一春留意未全除 ~ 봄이 남긴 뜻 아직 모두 가시지는 않았어라.
天香滿地薰生鼻 ~ 하늘의 香氣 땅에 가득차 그 香氣 코끝에 생겨나
十月黃花錦不如 ~ 十月의 菊花꽃에는 緋緞도 견주지 못할 것이리라.
(47) 箴言
取舍人情不足誅 ~ 醉했다 버렸다 하는 世上 人心 나무랄 것도 못되지만
寧知雲亦獻深諛 ~ 구름마저 그처럼 阿諂할줄 어찌 알았으랴?
先乘霽日爭南下 ~ 먼저는 개인 날을 틈타 다투어 南쪽으로 내려 왔다간
却向陰時競北趨 ~ 날이 흐리면 다투어 얼른 北 쪽으로 내달으니.
(48) 庭梨
半庭梨樹兩三株 ~ 뜰 半쯤에 배나무 두세 그루
遮爲東陽擬木奴 ~ 無窮花와 함께 東쪽 햇볕 가린다.
無味一生全類我 ~ 덤덤한 한 平生 꼭 나와 비슷하니
世人應道學楊朱 ~ 世上 사람들 楊朱를 배웠다고 한다.
(49) 題德山溪亭柱
(德山 개울가 亭子 기둥에 題하다)
請看千石鐘 ~ 千 石들이 鐘을 보라
非大叩無聲 ~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나지 않는다.
爭似頭流山 ~ 겨루어본다면 頭流山과 같나니
天鳴猶不鳴 ~ 하늘이 울려도 울리지 않는구나.
(50) 題聞見寺松亭. 1 (聞見寺 松亭에 題하다)
雲袖霞冠尊兩老 ~ 구름에 젖은 소매, 노을에 젖은 갓을 쓴 두 늙은이
常瞻長日數竿西 ~ 긴 해 西쪽으로 몇 발이나 남았나를 언제나 바라본다.
石壇風露少塵事 ~ 바람불고 이슬맺힌 돌 祭壇엔 티끌 世上 일 적어
松老巖邊鳥不啼 ~ 늙은 소나무 바윗가에는 새도 울지 않는구나.
(51) 題聞見寺松亭. 2
袖裏行裝書一卷 ~ 소매 속 行裝은 오직 冊 한 卷
靑鞋竹杖上方西 ~ 푸른 山과 대지팡이로 절間 西쪽에 오른다.
遊人未釋無名恨 ~ 遊覽人은 이름없는 恨을 풀지 못하는데
盡日山禽盡意啼 ~ 終日토록 山새는 뜻을 다하여 운다.
(52) 題永陽採蓮堂 (永陽 採蓮堂에 題하다)
樑木蘭江玉沙 ~ 大들보에 木蘭무늬, 江가엔 玉같은 모래
綠野蒼烟渾亦何 ~ 푸른 들 파란 아지랑이 온통 무엇과 같은가.
欲把天香聞帝室 ~ 좋은 香氣 하늘에 알리고 싶지만
茫茫下土塵霞 ~ 하늘 아래 땅에는 먼지와 놀이 아득하여라.
(53) 題黃江亭舍
路草無名死 ~ 길가 풀은 이름 없이 죽어 가고
山雲恣意生 ~ 山의 구름은 제 멋대로 일어난다.
江流無限恨 ~ 江은 無限의 恨을 흘려 보내며
不與石頭爭 ~ 돌과는 서로 다투지를 않는구나.
(54) 種竹山海亭 (山海亭에 대나무 심고)
此君孤不孤 ~ 이 곳 대나무 외로운 듯 외롭지 않아
髥叟則爲隣 ~ 소나무 있어 이웃이 되기 때문이라네.
莫待風霜看 ~ 바람과 서리 기다려 보지 않아도
猗猗這見眞 ~ 싱싱한 모습에서 그 참다움을 보노라.
(55) 竹淵亭次文老韻
(竹淵亭에서 文老를 次韻하여)
倻水遙從百里流 ~ 伽倻山 물이 아득히 百 里를 따라 흘러 오니
洛神還與女深幽 ~ 洛東江 물의 神은 너와 더불어 깊고 그윽하다.
參差亂羽銀魚羂 ~ 들쭉날쭉 어지러운 깃은 銀魚 갇힌 그물이요
高下飛絲野馬遊 ~ 높게 낮게 나는 실은 아지랑이 노리는 것이다.
鶴髮苔深多歲月 ~ 허연 머리에 이끼처럼 깊어 오랜 歲月 지나
荊花香發少春秋 ~ 가시나무 꽃香氣 피어나니 나이는 아직 젊도다.
老來泉石廉於利 ~ 늙어 自然속에선 利益에 淸廉하여
未作蘇黃十日留 ~ 蘇軾 ‧ 黃庭堅처럼 열흘 동안을 머물지 못하노라.
(56) 贈別 (離別하며 주다)
爲憐霜鬢促 ~ 귀밑머리가 빨리도 희어짐이 가여워
朝日上遲遲 ~ 아침 해는 늦게도 떠오르는구나.
東山猶有意 ~ 동산에다 오히려 뜻을 두고서
靑眼送將歸 ~ 情다운 눈길로 돌아가는 그대를 餞送한다.
(57) 贈別大谷 (大谷에게 詩를 주어 離別하다)
出自北門同渡漢 ~ 北門으로 나와 함께 漢江을 건넜으니
三同猶有姓非同 ~ 세 가지는 같은 데 姓氏는 같지 않구나.
九皐鶴和曾心願 ~ 굽이진 골짜기에서 鶴이 和答하는 것 일찍 바랐는데
千里星分已道窮 ~ 千 里나 떨어져 별의 區分 이미 길이 막혔구나.
野水東流歸不返 ~ 들판의 물은 東쪽으로 흘러가 되돌아오지 않고
塞雲南下去無從 ~ 邊方의 구름은 南쪽으로 내려가 뒤쫓을 수 없구나.
丁寧白日相思意 ~ 丁寧 한낮에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야
魂夢慇懃他夜通 ~ 靈魂처럼 꿈속에서라도 慇懃히 다른 날 밤 通하리라.
(58) 贈別李學士增榮 (學士 李增榮에게 주다)
送君江月千尋恨 ~ 그대 보내려니 江 위의 달도 千 길 恨을 머금고
畵筆何能畵得深 ~ 그림으로 어찌 이 깊은 마음 그려낼 수 있겠는가.
此面由今長別面 ~ 얼굴이야 이제부터 오랜 離別의 얼굴 되겠지만
此心長是未離心 ~ 마음이야 길이길이 決코 헤어지지 않는 마음이라네.
(59) 贈成東洲
斗縣無公事 ~ 조그마한 고을이라 公務 別로 없어
時時入醉鄕 ~ 때때로 술 醉한 世上에 들 수 있어라.
目牛無全刃 ~ 눈에 完全한 소 보이지 않는 칼솜씨
焉用割鷄傷 ~ 어찌 닭을 잡다가 傷하였다 하리오.
(60) 贈吳學錄
卽懷風振木 ~ 바로 바람에 떨리는 나무 생각하니
曾噎義寃人 ~ 義理에 죽은 사람을 일찍이 슬퍼하노라.
無以佳賓餉 ~ 아름다운 손 待接할 方法 全혀 없어
採之南澗濱 ~ 南쪽 개울가에서 마름을 캔다.
(61) 贈鄭判書惟吉
君能還冀北 ~ 그대 北쪽으로 되돌아가는데
山鷓鴣吾南 ~ 山 鷓鴣새인 나는 南쪽에 산다.
名亭曰山海 ~ 亭子를 山海라고 이름했더니
海鶴來庭叅 ~ 바다의 學이 뜰로 찾아오는구나.
(62) 贈崔賢佐
金積烟雲洞 ~ 金積山 안개와 구름 낀 골짜기
逢君雙涕流 ~ 그대를 만나니 두 줄기 눈물 흐른다.
憐君貧到骨 ~ 그대 뼈에 사무친 가난이 可憐하고
恨我雪渾頭 ~ 내 서릿발 머리가 恨스럽도다.
碧樹初經雨 ~ 푸른 나무에 비가 막 지나가고
黃花正得秋 ~ 노란 菊花는 바로 가을을 만났구나.
還山抱白月 ~ 山에 돌아와 밝은 달을 끌어안고서
魂夢付悠悠 ~ 내 魂과 꿈을 閑暇로음에 부치노라.
(63) 贈黃江
思君霜月正離離 ~ 霜月에 그대 생각하니 그리운데
新鴈時兼旅燕歸 ~ 기러기 새로 올 節候에 제비는 돌아간다.
紅葉滿山全有色 ~ 丹楓잎 山에 가득 하니 온통 붉은 色이요
靑松留壑半無枝 ~ 골짜기에 남은 푸른 솔은 가지가 半쯤 없구나.
侵陵白髮愁爲橫 ~ 달려드는 白髮에 근심은 뒤얽히고
鳴咽蒼生稔益飢 ~ 鳴咽하는 百姓들은 豊年에 더욱 굶주린다.
果腹噎懷書不得 ~ 果腹함을 沓沓한 생각에 적을 수없으니
黃芚老子爾能知 ~ 愚直한 黃江 老人네, 當身은 알 수 있으리라.
(64) 地雷吟 (地雷上卦를 읊다)
易象分明見地雷 ~ 周易의 上은 分明히 地雷卦上에 보이는데
人心何昧善端開 ~ 마음은 어찌 善의 실마리가 열림을 모르는가.
祇應萌蘖如山木 ~ 싹터 나옴이 오로지 雨傘의 나무 같나니
莫遣牛羊日日來 ~ 소나 羊을 每日 오게 하지 말지어라.
(65) 次徐花潭韻 (徐花潭의 詩를 次韻하여)
秋江踈雨可垂綸 ~ 보슬비 내리는 가을 江에 낚시줄 드리움직하고
春入山薇亦不貧 ~ 봄 들자 山고사리 돋아 나 가난하지 않도다.
要把丹心蘇此世 ~ 一扁丹心으로 이 世上 蘇生시키고자 하지만
誰回白日照吾身 ~ 그누가 밝은 해를 돌려 이내 몸 비춰 줄까.
臨溪鍊鏡光無垢 ~ 개울에 나가 거울 닦아내니 번쩍번쩍 때 없어지고
臥月吟詩興有神 ~ 달 아래 누워서 詩를 읊조리니 신나는 興趣가 인다.
待得庭梅開滿樹 ~ 뜰의 梅花나무꽃 가득 필 때를 기다려
一枝分寄遠遊人 ~ 한 가지 꺾어서 멀리서 떠도는 사람에게 나눠 부친다.
(66) 次友人韻 (親舊의 詩를 次韻하여)
泛泛楊舟檣木蘭 ~ 둥둥 뜬 버드나무 배에 木蘭 노 저어
美人何處隔雲間 ~ 내 님은 어디 있나, 구름 저 넘어 있으리라.
蓴鱸裡面猶多意 ~ 蓴菜국과 農魚膾 속에는 많은 意味가 있으니
只會江東一帆看 ~ 다만 江東으로 가는 돛단배 만나 찾아 보게나.
(67) 天王峰
請看千石鐘 ~ 千 石 되는 큰 鐘을 보고싶다 하니
非大扣無聲 ~ 큰 鐘채가 아니면 쳐도 울리지 않는다네.
萬古天王峰 ~ 萬古의 天王峰은
天鳴猶不鳴 ~ 하늘이 울려도 울리지 않는구나.
(68) 靑鶴洞
獨鶴穿雲歸上界 ~ 孤獨한 鶴은 구름 뚫고 天上으로 돌아가고
一溪流玉走人間 ~ 한 줄기 맑은 개울 玉같은 물결 人間界로 흘러온다.
從知無累翻爲累 ~ 날개치며 날아 감이 累 되는 累가 아님을 알아도
心地山河語不看 ~ 마음 속에 담은 山과 江들을 나는 못보았다 말하리라.
(69) 鮑石亭
楓葉鷄林已改柯 ~ 鷄林에 丹楓잎 이미 나뭇줄기 變하여
甄萱不是滅新羅 ~ 甄萱이 新羅를 滅한 것이 아니었어라.
鮑亭自召宮兵伐 ~ 鮑石亭이 大闕 侵入을 스스로 불러들여
到此君臣無計何 ~ 이 地境에는 君臣도 다른 方到 없었으리니.
(70) 涵碧樓
喪非南郭子 ~ 잃음을 南郭子 처럼 하지 못해도
江水渺無知 ~ 江물은 아득하여 알지도 못하여라.
欲學浮雲事 ~ 뜬 구름 같은 일들 배우려 해도
高風猶破之 ~ 높은 風趣가 오히려 그것을 깨어버린다.
(71) 和寄宋相 (宋相에게 和韻하여 붙이다)
泰嶽雲藏天柱峯 ~ 높은 멧부리 구름에 天柱峯 숨었다가
相公來到爲開容 ~ 相公이 돌아오니 얼굴을 드러내는구나.
山翁黍麥醺無類 ~ 山골 늙은이 기장 술에 거나하게 醉하여
對與高明未有窮 ~ 高名한 분과 마주하니 그 心境이 無窮하여라.
(72) 和淸香堂詩 (淸香堂 詩에 和答하다)
四同應不在新知 ~ 네 가지가 같아 새로이 안 사람과는 달라
擬我曾於鍾子期 ~ 나를 일찍이 鍾子期에 견주었어라.
七字五言金直萬 ~ 七言詩, 五言詩가 萬金의 價値가 있으나
傍人看作一篇詩 ~ 곁의 사람들은 한 篇의 詩로만 보는구나.
(73) 黃溪瀑布. 1
投璧還爲壑所羞 ~ 구슬을 던져도 골짜기에 부끄러울 程度요
石傳糜玉不曾留 ~ 巖壁에는 구슬가루 머무른 적 없었도다.
溪神謾事龍王欲 ~ 溪谷 神이 怠慢한 일로 龍王이 欲心 내어
朝作明珠許盡輸 ~ 아침에 만든 明月珠를 다 싣고 가게 두었구나.
(74) 黃溪瀑布. 2
懸河一束瀉牛津 ~ 달아맨 듯 한 물 한 줄기 銀河처럼 쏟아지고
走石飜成萬斛珉 ~ 굴러내린 돌은 갑자기 萬 섬 玉돌로 되었구나.
物議明朝無已迫 ~ 世上의 批判도 다음날 아침이면 이미 그치리니
貪於水石又於人 ~ 물과 돌을 貪하고 나아가 또 사람을 貪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