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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와 감각의 발견(2)
1. 현대시의 원리와 세계관 : M․K․스피어즈,「디오니소스와 도시」
1.1. 형이상학적 단절metaphysical discontinuity
1.2. 심미적 단절aesthetic discontinuity
1.3. 수사학적 단절rhetorical discontinuity
1.4. 시간적 단절temporal discontinuity
2. 현대시에 나타난 감각의 양상과 의미
=> 시는 천지의 향기(明代, 錢謙益). 시의 네 가지 성질(聲운율, 色수사, 香운치, 味흥취)
2.1.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생각할거리: 시와 韻律-음성구조와 의미구조. 詩行 처리. ‘길’의 모티프와 動詞的 삶
2.2.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 정진규
어쩌랴,
하늘/ 가득/ 머리/ 풀어/ 울고/ 우는/ 빗줄/ 기-
뜨락에/ 와-/ 가득히/ 당도하는
저녁나절의/ 저 음험한/ 비애의/ 어깨들
오,/ 어쩌랴,
나-/ 차가운/ 한 잔의/ 술로 더불어/ 혼자일/ 따름이로다.
뜨락엔/ 작은 나무 의자 하나,/ 깊이 젖고 있을/ 따름이로다.
전재산/ 이로다.
어쩌랴,
그대도/ 들으시는가.
귀 기울이면/ 내 유년의/ 캄캄한 늪에서
한 마리의 이무기는/ 살아남아 울도다.
오, 어쩌랴.
때가 아니로다,/ 때가 아니로다,/ 때가 아니로다.
온 국토의 벌판을/ 기일게 기일게
혼자서 건너가는/ 비에 젖은 소리의 뒷등이/ 보일 따름이로다.
(하략)
♣ 생각할거리: 현대시의 리듬과 율독 其他.
2.3.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탸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감상] 이별의 아픔이 아닌, 사랑하는 이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이 시는 눈 내리는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는 주막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아름다운 나타샤를 떠올리고는 그녀와 함께 누구도 없는 산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1연에서 화자인 나는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이런 비과학적(또는, 시적) 진술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충만한 화자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2연에서는 조사의 활용을 통한 상황과 감정의 변화가 돋보인다. 즉 사랑과 눈雪, 그리고 취기가 더해져 나는 이내 흰 당나귀를 타고 깊은 산속 마가리에 사는 환상을 꿈꾼다. 3연에서 나는 계속해서 환상의 공간에 머물러 그녀의 음성(환청)을 듣게 된다. 나의 청원에 그녀는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거라고 화답한다. 마지막 4연에 와서 비로소 아름다운 나타샤가 나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1연에 비해 역전이 되고 있다. 이 경우 당나귀 울음 소리는 더 이상의 슬픔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는 노래에 해당한다. ‘눈’, ‘흰 당나귀’, ‘나타샤’ 등의 말에서 풍기는 순수하고 감미로운, 동화적/환상적/이국적인 느낌 또한 이 시를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 생각할거리: 夢想의 아름다움과 현실의 고뇌, 사랑의 幻想. 시와 방언. ‘눈(雪)’의 이미지.
2.4.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국화 옆에서」전문
[감상] 시인은 국화꽃에서 하늘의 울림을 듣는다. 무서리와 함께 피어난 노오란 꽃잎은 그 울림에 응답함이다. 그 모습이 비록 가냘프더라도 한 송이의 꽃에는 하늘의 소리에 응답하는 국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 메아리가, 그 떨림이 작더라도 그 소리는 하늘의 소리, 근원의 소리와 다르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늘의 부름을 받아 그 소리에 응답함이다. 그 응답이 삶이다. 이러한 해석은 감각의 실재와 경험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동일성과 차이에서 파생되는 사물의 차원이라든가, 생명의 현상을 보기 위해 새도록 잠들지 않은 시인의 정서와 심리, 그리고 무엇보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 데는 전全 우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관계적 사유 또한 마찬가지다.
♣ 생각할거리: ‘옆’의 위치와 의미. 시와 상상적 우주. ‘꽃’의 이미지.
2.5. 비 /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 생각할거리: 시와 감각, 특정 시구(절)(“그늘이 차고”, “빗낱” 등)의 의미, 묘사와 진술의 차이.
2.6.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 생각할거리: 시상 전개 방식. 서정시의 본질/속성과‘울음(눈물)’의 의미.
2.7. 겨울 입암 / 김상환
겨울 입암에 갔다
어제같이 내린 대설로
발이 빠졌다
동행한 시인은 발목이 빠지면서도
한참이나 서서
오래된 서원과 나무를 이야기했다
마을로 가는 길
그 길은 좁고 적막하여 잔기침을 했다
토담벽 너머 화들짝 놀란
산수유 열매가 눈속에 한껏 붉었다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처럼
우뚝 선 바위처럼
그렇게 한세상 살기론
대처로 대처로만 치달아 온
우리의 생애는 짧고,
또 얼마나 화급한 것인가
퀭, 하니 비어 있는 마을을
서둘러 빠져 나오면
까치까치 설날은
이레 남았다
2.8. A Rainbow / W․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3. 기타, 남는 문제
< 다음 주 강의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