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못 친지 또 한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허용과 금지를 반복한 것이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월말까지 금지되어 있는데, 그때 가서도 탁구를 치도록 허락해줄런지요...
강산도 한 번 변한다는 지난 십 년의 세월을 탁구치는 맛과 함께 보냈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변화도 한 번 정리하고 심기일전하려는 찰나... 이놈의 전염병 때문에 탁구 생활이 엉망입니다. 작년 봄에는 약 두어 달 동안 집에 콕 밖혀 있었어도, 탁구 다시 칠 때를 대비한답시고 매일 뜀박질도 하고 근력 운동도 하면서 지냈는데요. 전염병이 장기화되니까 그런 운동할 의욕도 점차 시들해지더군요.
작심하고 계획했던 1월 초 일주일 맟춤 레슨이 막판에 취소된 것의 아쉬움은 지금도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집에서 100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 연안에서, “탁구치러 왔다가 굴만 먹고 가지요” 노래 부르다 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석화 사다가 까먹고, 이런 저런 생선 요리, 조개 요리 실습하고 돌아왔습니다. 일주일만에 3키로가 찌더군요. 그래도, 아내와 장인 어른 내외께 즐거움을 드린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12월 중순부터 이곳 스위스는 연방 정부령으로, 생필품을 파는 상점과 초중학교 빼고, 이런 저런 대다수의 가게, 식당, 커피집, 운동, 문화, 예술 시설 등등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자택 근무가 거의 반 강제이고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문을 닫지 않은 곳이 바로 스키장입니다. 이곳 산동네 나라 사람들의 스키 사랑은 코로나도 어떻게 못하는군요.
‘아니 그게 얼마나 재미있길래 이 와중에도 그걸 탄다는 거야?’ 하는 생각에, 차 타고 20분쯤 올라가면 있는 스키장에서 여는 왕초보반에 덜컥 등록을 해버렸습니다. 산동네 근처에서 산지 올해로 15년인데, 겨울이면 눈신발 신고 산책하며 경치 구경만 해왔습니다. 스키 타는 사람들 보면, ‘이런 곳에서 경치 즐길줄 모르고 땅만 보고 내려가는 게 뭐가 재미있을까?’ 생각했지요.
타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는군요. 왕초보에서 초중급 코스를 탈 수 있을만큼의 실력까지 오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보이고, 냅다 내려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경치를 감상하면서 미끌어지는 것이 초보자라도 충분히 가능하네요. 곧 높은 곳에 올라가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적당한 속도감과 함께 슬슬 내려올 수 있다는 생각에, ‘아, 이 재미에 사람들이 극성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맘과 몸이 따로 놀기는 하지만요.
탁구친지 10년, 계획에 없었던 외도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라도 탁구치게 허락해주면 다 때려치고 당장 돌아갈 것 같지만요.
첫댓글 알프스의 나라에 계시는군요~ 조강지처로 곧 돌아올수 있으리라 응원합니다. 코로나 모땐노므스키~
"개똥이 아빠 돌아와요. 모든 걸 용서할게요" 같은 현수막 아직도 거는 사람 있나요?
와 스키못타는데 스위스 스키장은 정말 환상이네요 좋은 기회아닙니까 즐겁게 배우세요 저도 저런데서 스키타고 싶어요 ㅎㅎ 스키는 하체운동에 좋으니 탁구를 위한 동계훈련으로 아주 최고네요
상당 부분 균형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라, 탁구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ㅠㅠ 줄넘기와 근력 운동이 최고일텐데, 재미가 없는 게 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