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레스토랑 팁 문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주인공 매기는 웨이트리스를 하면서 복서의 꿈을 키운다. 손님이 남긴 스테이크 한 조각을 남모르게 싸서 허기를 달래고, 테이블 위에 놓고 간 팁으로 체육관비를 충당한다. 그때부터였다. 해외여행에서 팁을 조금이라도 잊지 말기로 다짐한 것이. 기념품 가게에 가서도 엽서나 열쇠고리를 들었나 놨다 하는 처지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팁은 챙겼다.
그런데 하와이의 팁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가 있다. 마리포사 레스토랑에서의 일이다. 귀국을 앞두고 마지막 저녁으로 모처럼 찾은 맛집인데 메뉴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베이비 립은 짜고, 로코모코 고기는 깔깔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요구했을 때다.
거구의 백인은 앞치마를 길게 두르고 서빙을 하더니 우리에게 17% 20% 25% 셋 중 하나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한다. 팁은 우리의 마음인데 15% 정도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에 준해서 팁을 준비했던 나는 그 선택지를 받아 든 순간 17%에 동그라미를 치면 왠지 야박해보이지 않나 싶어서 망설여야 했다.
와이키키 해변의 종업원들은 팁으로만 몇 천 달러를 버는 건 우습다고 하고, 주방 직원보다 홀서빙하는 직원의 수입이 좋아 노동자끼리 위화감이 있다는 말도 들었던 터라, 과연 이러한 팁 문화를 고집해야 하는가? 회의가 들었다. 누가 팁을 더 줄까 인상착의부터 살핀 뒤 과도한 서비스로 도리어 식사를 불편하게 만들고, 알게 모르게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모처럼 즐겁게 외식하려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
업주가 알아서 고정된 임금을 노동자에게 부여해야지, 들쑥날쑥한 팁을 바탕으로 임금을 책정하고 손님을 압박하는 행태는 불합리하지 않은가? 하와이에서는 팁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해준 데 대한 위로와 감사의 의미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이자 부담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푸드 트럭을 찾거나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식당 정보를 주고받는다. 팁 문화가 이토록 부담스러운데도 왜 애초부터 음식값 속에 봉사료를 포함하지 않을까? 업주가 종원원에게 줘야 할 임금을 손님에게 전가하는 태도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알라모아나 비치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타이요 식당이 생각난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할 때
“하와이에서는 팁을 꼭 내야 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쓰윽쓱 볼펜으로 계산을 한다. 과연 몇 프로를 책정했을까? 저 친절한 태도는 아무래도 높은 비율은 아닐 거야? 하는 기대로 처분만 바랄 때, 왠지 우리의 태도는 주객이 전도된 것만 같아 아직도 쓴웃음이 난다.
한국의 고깃집에서도 숯불 고기를 힘들게 구워주는 아주머니가 감사해서 앞주머니에 지폐 한 장 넣어드리면 왠지 기분이 좋고, 알바하는 아이에게도 수고비를 주고 나면 마음이 상쾌했다. 그런데, 이곳 하와이에서는 나를 자꾸 쩨쩨하게 만든다. 팁을 주고도 찜찜하다.
화려한 레스토랑일수록 팁을 더 강요하는 눈치를 받았다. 허름한 베트남 식당에서는 도리어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았다. 순박한 웃음으로 레몬을 더 가져다 주고, 티슈를 챙겨주며 잔심부름을 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서비스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봉사료를 받는 것이 어쩌면 본래 취지에 더 걸맞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하와이 팁 문화는 초심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심히 유감이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3.24 07:08
빽빽하게 쓴 글이라 가독성이 떨어질듯한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억이 있는 한, 사랑은 영원하다!란 말처럼 하와이추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행복해요. 진주만, 돈기호테, 트롤리, 알라모아나 비치, 세탁기 등등 모든 것이 소재가 되어요.
저도 처음 하와이 왔을때. 님 하고 같은 생각이었어요..
이해도 안가고..
인간은 환경에 지배 받는다고..
저도 이젠 글 속의 주인공들이 되어가네요..
간사한 동물이 인간이 아닌가하는 ㅠㅠ
저는 이 팁 절차가 불편해서 외식 겁내하는 1인입니다(진심이요)
오래전 쓴 글에 답이 오니
외계서 답장받은 듯
반가워요!
현재 너무 공감되는 글인지라..참고로 요근래에 까페 정보글들을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