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람은 더 있고, 없는 사람은 더 없어"
저금리 수혜층 vs 고금리 피해층 격차 더 벌어져
온타리오·BC주 연체율 50% 급증, 앨버타는 안정세
캐나다 가계부채가 2조5천6백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신용평가 기관 에퀴팩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금리 혜택을 받은 계층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퀴팩스의 분석에 의하면 2024년 마지막 분기 전국 소비자 부채 총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특히 주택 가격이 비싼 온타리오주와 BC주에서는 모기지 납부 연체율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50%나 증가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은 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론토에서 집을 소유했던 한 가정은 이자율이 5%까지 치솟자 집을 임대하고 더 저렴할 것이라 예상한 몬트리올로 이사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매월 모기지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은행권 자동차 대출 증가도 부채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부채 부담도 크다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레베카 오크스 에퀴팩스 부사장은 "한쪽에는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잘 버티는 그룹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계속 고전하는 그룹이 있다"며 "이런 격차를 좁히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2025년에 약 100만 건의 모기지가 갱신 시점을 맞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시기나 그 이전에 낮은 금리로 계약한 고정 금리 모기지 보유자들은 갱신 시 훨씬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모기지 대란'이 예상된다.
토론토 지역 모기지 브로커들은 올해와 내년에 갱신을 앞둔 사람들에게 미리 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 모기지 브로커는 "미리 은행에 연락해 갱신 시 납부금이 어떻게 될지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온타리오주와 BC주를 제외한 지역, 특히 앨버타주와 프레리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모기지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도 오히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안전지대'로 평가된다.
그러나 청년층, 저소득층,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신용카드, 신용 한도, 자동차 대출 연체가 증가하고 있어 또 다른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퀴팩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분기 개인당 평균 비모기지 부채는 2만2천 달러에 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관세 부과 가능성 등 여러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비즈니스, 투자,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이미 벌어진 경제적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