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어제는 딸 오늘은 엄마 ●지은이_권현옥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6. 10. 7
●전체페이지_120쪽 ●ISBN 979-11-24212-18-9 03810/ ●신국판변형(127×207)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13,000원
한 사람의 생애를 건너 세상의 낮은 자리까지 보듬는 시
권현옥 시인의 첫 시집 『어제는 딸 오늘은 엄마』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딸로 태어나 엄마로 살아온 생애를 따라가며, 가족의 애틋한 역사와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따뜻하면서도 담백한 언어로 길어 올린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와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시인의 시선은 시장 골목의 할머니와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이웃, 하루의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넓어진다.
마루에 앉아/참외 뚝 잘라 단내 폴폴 풍기면//야야, 참외가 하매 나왔드나/먼 길 가신 울 엄마 돌아올 것 같은데//성당 묘지 십자가 앞/퍼질러 앉은 민들레 한 송이/울음보 터지기 직전이다
―「봄은 원래 노랗다」 부분
온몸 암 덩어리만 남아 순간순간 사투를 벌이면서도//막장 만들 메줏가루, 콩가루 다 해놨는데, 그거 얼른 버무려야 하는데//오로지 자식 멕일 걱정,//자식은 일평생 당신 앞에 서 있는 마지막 길이다
―「막장」 부분
시집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다. 참외 한 봉지를 들고 찾아가던 딸의 기억, 딸에게 무엇이든 더 챙겨 주려는 어머니의 보따리, 팔순이 넘어서도 자식 먹일 걱정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웃음과 눈물을 함께 불러온다. 「봄은 원래 노랗다」, 「막장」 외 「동인」, 「니 오늘 운 좋데이」, 「김장하는 날」 등의 작품에서 어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인 동시에 삶의 지혜와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남을 기다리게 해서는 못쓴다/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야지” 「산수유」와 “느닷없이 찾아온 췌장암에게//믿음과 신뢰의 몸뚱이//몇 달 만에 내어줄 때도//차마 손 놓을 수 없다더니//호스피스 병동 마지막 길 떠나는 날//폐차장 압축기 속으로//정든 애마를 먼저 보냈다”는 「폐차」에는 아버지의 품격과 함께한 세월 마지막 길의 먹먹함이 담겨 있다. 「논산 훈련소」, 「까똑까똑」, 「오빠는 아직도」, 「저 달도 배가 고파」는 자식과 형제자매를 향한 마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쌓인 기쁨과 슬픔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시인은 가족의 이야기만으로 머물지 않는다.
어느 생의 옷깃을 채워 주다
길바닥에 떨어졌을까
끊긴 실밥
밥알처럼 물고 있는
단추 하나
―「실직」 전문
「실직」의 단추 하나, 「저무는 새벽」의 인력 사무소 앞 사람들, 「노을」의 복순 할매, 「봉달씨」의 무연고 이웃은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춘다. 「할머니 두레집」과 「청리 가야지」에는 노년의 삶과 외로움이 담겨 있다. 시인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을 오래 바라보며, 그들의 삶을 우리 곁의 피붙이로 되살린다.
“찬바람이 앉았다 가고/하얀 눈이 쌓이다 녹고/어둠이 점점 내려앉는//빈/밥그릇”의 「동짓날」과 “어둠이 꽃을 삼켰다/아니다/꽃이 어둠을 삼켰다//그래도 너는 오지 않았다”의 「월식」은 군살 없이 명징한 시편으로 짧은 시의 깊은 울림을 보여준다.
시집의 발문을 쓴 이원규 시인은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감정에 기대지 않고, 삶의 아픔을 자기 안에서 삭여 담담하게 내놓는 시인의 시적 태도에 주목한다. 또한 이 시집을 ‘낙동강의 딸이 부르는 사랑과 희망의 노래’로 읽으며, 딸에서 엄마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이 가족을 넘어 상주와 낙동강의 이야기로 확장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딸이었던 사람이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다시 이웃의 아픔을 품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그리는 사랑과 연민의 기록이 따뜻하고 진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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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제1부
실직·11
저무는 새벽·12
노을·14
봉달 씨·16
꽃무릇·17
소나무 아들·18
동짓날·19
개밥바라기별·20
폐소 공포증·21
잘 듣습니다, 잘 들어요·22
중독·24
박 여사의 이분법·26
콕·28
고장 난 한글·30
화수분·31
여름 끝 무렵·32
제2부
봄은 원래 노랗다·35
동인·36
니 오늘 운 좋데이·37
산수유·38
논산 훈련소·40
까똑까똑·42
가족사진·44
김장하는 날·46
막장·48
상사화·49
폐차·50
오빠는 아직도·52
싸락눈·54
빈자리·55
시루·56
저 달도 배가 고파·58
길을 잃다·60
제3부
탑꽃·65
가을볕에 쪼이다·66
12시·67
애창곡·68
화전민·70
곱게 늙는 법·71
쉼표 장화·72
월식·74
꽃샘추위·75
피정 간다·76
건망증·77
말무덤·78
욕·80
오월·81
제4부
사월·85
제비꽃·86
이름표·88
배롱나무·90
산골(散骨)·91
불·92
춘분·93
홀로 아리랑·94
할머니 두레집·95
말방간·96
청리 가야지·98
메모리얼 파크·99
빈집 느티나무·100
발문│이원규·101
시인의 말·119
■ 시집 속의 시 몇 편
어느 생의 옷깃을 채워 주다
길바닥에 떨어졌을까
끊긴 실밥
밥알처럼 물고 있는
단추 하나
―「실직」 전문
남을 기다리게 해서는 못쓴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야지
울 아버지 성미 닮았나
아버지 따라간 약수터
아직 남은 추위에 눈도 뜨지 못한
거뭇한 나무들 사이
홀로 불 밝히는 이 있었다
자식들에게 봄빛을 주기 위해
팔십 평생
얼마나 숨 가쁘게 걸어왔을까
봄은 아직 산 아래 있건만
먼저 올라와 기다려 주는
아버지 마음 같은 꽃
샛노랗게 피었다
―「산수유」 전문
출생 신고와 함께
아버지와 손을 잡았다
산에 갈 때도 여행 갈 때도 함께였다
여든의 나이에도 꼬장꼬장
부품 갈아가며
25년을 함께한 크레도스
느닷없이 찾아온 췌장암에게
믿음과 신뢰의 몸뚱이
몇 달 만에 내어줄 때도
차마 손 놓을 수 없다더니
호스피스 병동 마지막 길 떠나는 날
폐차장 압축기 속으로
정든 애마를 먼저 보냈다
―「폐차」 전문
원하는 결혼하겠다고 가출까지 감행한 딸은
평생 목에 걸린 마른 꽃잎이었다
반평생 채워온 시간들이 꿈틀꿈틀 기어나와
가슴에 조각조각 박음질하면
시도 때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열꽃이 핀다
목을 파고들어 부어버린 세월은
오한과 고열의 경계에서 입을 다문 채
노랗게 흔들리는 갱년기 봄을 달래 보지만
딱따구리가 쪼아대는 통증으로 움찔움찔
어제는 딸이었다가 오늘은 엄마였다가
창백한 달빛을 안고 안방과 거실 오가며
여자는 며칠째 토막잠이다
―「꽃샘추위」 전문
나 처넌만, 처넌만 죠
청리 가야 햐
아무나 보면 천 원 달라고
떼를 쓰는 박봉금 어르신
돈을 들고 또 청리 간다고 혼자 헤맬 것 같아
주머니 탈탈 털어 먼지만 보여주고
두 손 잡아 들여보낸 뒤 두레집을 나서는데
어느새 외투까지 걸치고 따라 나오셨다
지난날 모두 지워져도
청리 보리피리 소리는 남았는지
야윈 얼굴 입풍선 부풀어
어린아이 한 분 뒤뚱뒤뚱 앞장서신다
―「청리 가야지」 전문
■ 시인의 말
호도독 호도독 떨어지는 빗방울에
푸석푸석 먼지가 인다
쩍쩍 갈라지는 입술에
새로운 씨앗 감히 품어 보았는데
가뭄에 단비는 아니더라도
호미자락만큼도 내리지 않는다
가장자리 맴돌다
겨우 떨어지는 먼지잼에
마음속 먼지 뒤엉켜
속만 태우더니
얼룩무늬만 그렸다
2026년 초가을
권현옥
■ 표4(약평)
이 시집은 ‘낙동강의 딸’ 권현옥 시인이 애절하게 부르는 사랑과 희망의 노래다.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을 읽다 보면 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더없이 눈물겹다. 아버지에 대한 사부곡 또한 지극하다. 시인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삶의 자세와 인간다운 품성을 품고 가족사를 넘어 주변의 삶까지 시야를 넓힌다. ‘탑꽃’에서부터 “골목 어귀 말방간 연자매”와 “늘 푸른 요양원 가는 길”의 할머니, “흙투성이 검은 장화 두 켤레” 등 그 모두에게 눈높이를 맞춰 동시대의 삶이 모두 가족과 같은 피붙이로 등장한다. 「실직」의 ‘단추 하나’, 「동짓날」의 ‘빈 밥그릇’처럼 짧고 명징한 시편에는 군더더기 없는 시적 내공이 배어 시의 향기가 더 짙게 풍긴다. 슬픔과 고통과 절망까지 ‘딸의 마음’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체득한 권현옥 시인의 첫 시집 『어제는 딸 오늘은 엄마』는 이제 가족의 자랑이자 상주의 자랑, 낙동강의 자랑이 되었다._이원규(시인)
권현옥 시인의 첫 시집 『어제는 딸 오늘은 엄마』에는 사람의 눈빛이 스며 있다. 시장 한켠의 복순 할매, 호적조차 갖지 못한 봉달 씨, 한겨울 인력 사무소 앞 사람들, 두레집 어르신들까지 시인은 오래 바라본다. 일평생 ‘육 남매’의 삶과 ‘밥’을 걱정하는 엄마의 생애를 곡진하게 길어 올리고, 아버지의 품격과 가족사의 애환을 통해 한 시대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인은 거창한 언어를 앞세우지 않는다. 꾸밈과 덧칠보다는 “지우는 걸 잘해야” 깊어진다는 걸 안다. 천천히 걷지만 뒤로 가지 않는 힘이다. “달도 배가 고픈” 세상의 허기와 “군데군데 옹이진” 현실에 울컥하면서도, 마이너스 통장의 ‘너털웃음’과 의자의 ‘엉덩이’ 같은 익살도 피워낸다. 권현옥 시인의 시는 “목을 파고들어 부어버린 세월”을 스스로 삭이고 걸러내며, 장하게 건너온 사람의 숨결이다. 그래서 “붉다, 눈이 시리다”. “고요한 시간”에 닿은 문장 사이로 오래 식지 않는 사람의 체온이 흐른다._황구하(시인)
■ 권현옥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2013년 시동인 ‘느티나무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구술집 『상주 아리랑고개 사람들』(공저)이 있으며 현재 글쓰기 지도교사로 일하고 있다.
첫댓글 권현옥 시인의 첫 시집 『어제는 딸 오늘은 엄마』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