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부터 마네까지… 서양 미술사 명작들 한자리에
중앙박물관 英내셔널갤러리 명화展
카라바조 렘브란트 모네 고갱 등
거장들 주요작품 52점 국내 첫 공개
“내셔널갤러리 소장 대표작 엄선”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귀에는 흰 꽃을 꽂은 소년이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화들짝 놀란 소년의 왼손은 허공을 움켜쥐고, 갑자기 움직인 듯 옷자락도 휘날린다. 고통스러운 듯 구부러진 소년의 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에는 도마뱀이 매달려 있다. 과일을 탐내다 뜻밖의 공격을 받은 순간을 포착한 카라바조(1571∼1610)의 명작 ‘도마뱀에 물린 소년’이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최고의 거장 카라바조뿐 아니라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터너, 마네, 모네, 고갱 등 서양 미술사에서 중요한 거장들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일 개막한 특별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통해서다. 이 전시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 르네상스, 바로크 명화 국내 최초 공개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거장부터 인상주의까지, 13세기∼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명작들을 소장한 기관이다. 전시장에서 1일 만난 크리스틴 라이딩 내셔널갤러리 학예실장은 “우리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을 엄선해 ‘내셔널갤러리 미니어처’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미술사의 중요한 흐름, 중요한 예술가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셔널갤러리를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는 말처럼 전시는 한 지역이나 사조에 국한하지 않고,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다양한 시대의 주요 작품들을 52점에 압축적으로 담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 명화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의미 있는 교육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 1510∼11년경, 목판에 유화, 38.9× 32.9cm.
르네상스 시기 회화로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라파엘로의 대표적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성모자와 세례 요한’, 조반니 벨리니의 ‘성모자’, 야코포 틴토레토의 초상화 ‘빈첸초 모로시니’ 등이 있다.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1594∼95년경, 캔버스에 유화, 66×49.5cm.
‘도마뱀에 물린 소년’은 바로크 거장 카라바조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순간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안정과 조화를 강조했던 르네상스와 달리, 종교개혁과 맞물려 감정을 폭발시키고 극적 효과를 강조한 카라바조의 회화는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한 소년의 표정, 몸짓과 함께 정물의 세부를 훌륭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 신에서 사람으로…서양 미술 흐름 보여
전체 전시는 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 2부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으로 구성된다. 각각 르네상스, 종교개혁 이후 예술, 18∼19세기 작품, 인상주의를 다룬다. 서양 미술의 흐름이 종교와 신에 대한 관심에서 사람으로 흘러간 과정을 보여준다.
덕분에 유명 사조는 물론이고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미술적 경향도 볼 수 있다. 메인더르프 호베마의 풍경화 ‘작은 집이 있는 숲 풍경’ 등 17세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행한 풍경화와 일상 풍속화, 안토니 반 다이크의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등 18세기 영국 상류층에서 유럽 여행이 유행했을 때 귀족들이 의뢰한 초상화도 선보인다.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1878∼80년경, 캔버스에 유화, 97.1×77.5cm, 내셔널갤러리 런던.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의 대미는 인상주의 작품이 마무리한다. 에두아르 마네의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빈센트 반 고흐의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클로드 모네의 ‘붓꽃’ 등을 볼 수 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
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