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왕국서 뛴지 한 시즌만에… ‘수비왕’ 김민재
伊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선정
올 시즌 베스트11에도 이름 올라
초반 부정적 평가 완벽하게 재워
“상대 움직임 미리 읽고 속도 탁월”
튀르키예 리그의 페네르바흐체에서 뛰던 김민재(27)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나폴리 팬들 중엔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민재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이고 튀르키예 리그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당시만 해도 유럽 무대에선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게다가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8시즌을 뛰다 지난해 7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팀을 옮긴 칼리두 쿨리발리(32)의 대체 선수로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쿨리발리한테는 미치지 못하는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이적 당시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를 나폴리에서 딱 한 시즌만 뛰고 싹 바꿔놨다. 김민재가 2022∼2023시즌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뽑혔다. 조반니 디 로렌초(나폴리), 테오 에르난데스(AC밀란)를 포함해 3명이 최종 후보로 올랐는데 김민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카테나치오(catenaccio·빗장)’로 상징되는 수비 축구의 본고장 이탈리아 리그에서 수비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이제 나폴리에서 김민재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 마셔도 뭐라고 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됐다. 팬이 쓴 “민재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도 된다”는 글이 나폴리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랐었다. 나폴리의 한 카페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커피 잔에 물을 붓자 바리스타가 “교황님, 커피를 망치고 계십니다. 우리가 마시는 그대로 드세요”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세리에A는 2018∼2019시즌부터 골키퍼와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부문에서 한 시즌 최고의 선수를 뽑고 있는데 아시아 선수가 최고 수비수에 이름을 올린 건 김민재가 처음이다. 시상 첫해인 2018∼2019시즌 ‘최고 수비수’가 쿨리발리다. 세리에A ‘올해의 팀’ 18명에도 포함된 김민재는 이들 중에서 꾸린 베스트11에도 뽑히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9월 세리에A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는데 이 역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였다.
이번 시즌 팀의 세리에A 38경기 중 35경기에 출전해 3054분을 뛴 김민재는 수비 라인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33년 만에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35경기 모두 선발 출전이었고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AC밀란에서 뛰는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5번이나 밟은 ‘레전드 센터백’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57)는 “이번 시즌 나폴리가 수비 뒷공간을 종종 비워둘 수 있었던 건 김민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엄청난 스피드에다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미리 읽는 능력까지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김민재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상대 선수와의 경쟁에서 뚫린 게 4번밖에 되지 않는 것도 빠른 발과 예측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6일 오후 입국하는 김민재는 3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15일 육군 훈련소로 들어간다. 6월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국가대항전) 두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한국은 16일 부산에서 페루, 20일 대전에서 엘살바도르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