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장마철에는 산행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기예보를 보면 대부분 비가 온다는
예보다. 그러나 그 확률은 60~70%라서 비가 온
다는 확신이 없다.
오늘도 그렇다. 오전에 비가 올 확률 60%다.
이런 경우 산행포기를 결정하고 난 후 멀쩡히
비가 오지 않을 때 느끼는 허탈감에 비하면 산행
하다가 비를 조금 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제주시를 출발할 즈음 제법 큰 비를 한 차례
맞은 것 말고는 거의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았다.
서귀포시 강창학 체육공원에 9명이 모였다.
김립이 일찍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는 장소인 체육공원이 바로 월산봉
임을 알았다. 산책로를 따라 국궁장이 있는
천지정, 롤러스케이트장, 축구장 야구장 등을
돌아보았다. 남쪽으로는 굼부리처럼 제법 높은
낭떠러지를 형성하고 있다.
오름 전체에 많은 돈을 들여 체육시설을 마련
해 놓았으나 활용이 제대로 안되는 것 같아 안
타까웠다.
안개가 끼었으나 아래쪽으로 월드컵 경기장과
서귀포 앞 바다의 섬들이 어럼풋이 내려다 보인
다.
안개가 끼고 날씨가 안 좋을 것 같아 각시바위
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고근산을 오르기로 했
다.
고근산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 차례 오
른 후 6년만에 다시 찾는 셈이다.
입구부터 조금 달라졌다. 한기팔 시인의 고근
산에 대한 시가 새겨진 시비목은 없어지고 어지
럽게 각종 알림판만 너절하게 세워졌다.
폭염에 시달리는 제주시와는 달리 여기는 24,5
도 정도의 쾌적한 기온이라 오름을 오르기에 안
성맞춤이다.
침목계단으로 이루어진 산책로는 무릎에 지장
을 주지만 계단과 계단 사이가 좁은 편이라 그렇
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삼나무와 측백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산책로는
시원하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편백나무와 소나무
가 안개 속에 묻혔다.
고근산을 네번째 오르지만 매번 비를 맞거나
안개가 앞을 가렸던 기억이 난다.
시인의 노래처럼 들풀에 매이는 외로운 원혼이
고근산에 서려있는 것은 아닐까.
산책로를 돌다 원형굼부리에 내려가 보기도
했으나 안개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정상 가까운 곳에 전망이 아주 좋은 전망대가
있다.
오후에 들어서자 날씨가 많이 호전되어 안개도
조금 엷어지고 하늘도 열렸다.
이제 전망대는 완전히 우리 차지다.
다리를 뻗고 앉아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선배를 좇아 오늘은 육필로 써온 은하수의 유머
를 들으며 아주 크게 웃어도 본다.
C오동 메들리로 이름 붙인 노래도 연달아 불러
본다.
2013. 7. 4.
첫댓글 은하수의 육필원고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도전 받는다 생각하니 살살 겁이난다.은하수 당번 때는 조금만 웃어 줄 수가 없나? 명곡도 못 불르고 선달병은 점점.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