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 이야기 !
나는 몇 년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이 있다.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칭을 하는 일과 핸드폰 앱에 깔려있는 영어로 된 명언을
노트에 쓰고 한글로 해석된 글을 쓰는 일이다.
거기에는 세계사에 내로라하는 훌륭한 현자나 정치가, 사상가, 철학자 등 많은 사람들의 명언이 들어 있다.
명언 한마디를 노트에 쓰고 한두 번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함은
아니고 치매에 좋다는 말이 있어 시작한 것이 몇 년이 지나고 있다. 명언을
쓰고 읽다보면 잠깐이지만 그 말을 한 그 위인과 교류라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하나의 소통이고 생각의 교환이라고 생각도 든다.
위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피천득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나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 써보기로 생각한 것이 동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늘 말을 하며 살고 있다. 하루라도 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첩첩산중에 혼자 사는 사람일지라고 혼자말로
자신과의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일컫는다.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와 소통하며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뜻일 게다. 그 소통의 도구가 곧 말이고
이야기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이고,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자가당착인 언어구사는 또 어떤 것인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
케네디를 케네디로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인가? 덕행이 있어도 후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위인이 많은 것은 아마도 본인의 귀한생각이나
사상을 멋진 말로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결국 우리가 말하는 위인들은 훌륭한 이념이나 생각들을 멋있고 근사한
말로 정리정돈을 잘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 직장동료,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엔 늘 고상하고
우아한 말을 사용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온화한 성품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어 그들과 만남을 가졌던 날은 무엇인가를 얻어가는 행복한 마음으로
귀가하게 된다. 거기에 위트와 유머가 섞이면 더욱 빛이 난다.
“말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침묵은 말의
준비 기간이요, 쉬는 기간이요, 바보들이 체면을 유지하는 기간이다.
좋은 말을 하기에는 침묵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긴 침묵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아니요,
농도 진한 말을 아껴서 한다는 말이다.(피천득)
말은 은같이 명료할 수도 있고 알루미늄같이 가벼울 수도 있다.
침묵은 금같이 참을성 있을 수 있고, 납같이 무겁고 구리같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금강석 같은 말은 있어도 그렇게 찬란한 침묵은
있을 수 없다.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은 말로 이루어지고 말로 깨졌다.
우리들 측근에는 말을 잘 못해서 바보가 된 경우도, 스스로 외톨이가
된 경우를 볼 수 있어 안타깝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갖고 있는 말(이야기)의 자본을 어디서 꺼내올까?
그 자산이란 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의 인생 싸인 곡선을 갖고 있다. 곧 그 사람의 희로애락이 바로
그것이다. 안이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와 희로애락의 싸인
곡선이 되풀이 되는 인생 드라마 중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또는
책에서 얻는 상식이나 사회적 이슈를 나름 정돈된 이야기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스스로 주장하는 논리나 평가가 너무 길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도 있다. 말은 그래서 잘 해야 한다.
과연 나는 어떤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내 인생에서 남들과 조금은 다른 경험담으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겪은 이야기는 자랑은 아니어도 잠깐의 얘깃거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는 중학입시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도 시도 때도 없이 꺼낼 것이 아니라 타이밍과
분위기를 타야 한다.
부모 없이 형제끼리 살면서도 나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도 남들과 대화에서
욕을 섞어본 기억이 없다. 아마 그것은 우리 집안의 전통일 수도 있고,
성당에 다니면서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5년 동안 성당 복사하며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살았다.
욕을 하지 않는다 해서 친구들과 싸움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견이 맞지 않아 어쩌다 주먹질하며 한 싸움도 경험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이야기를 빼 놀 수 없을 것이다. 밤새 이야기를
해도 그치기 어려운 게 군대이야기다.
내 경우 훈련소 향도 생활부터 예하부대 헌병대 생활, 이어진 베트남
전쟁에서의 경험. 죽을 고비를 대여섯 번이나 겪었던 이야기는 책으로
엮어도 될 만큼 드릴 넘치며 다이나믹하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안전한 교사복직을 하지 않고
사표를 제출한 것부터 시작된 건달생활 4년간, 다시 교직에 복직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운 생활. 이어진 결혼과 아이들과의 이야기. 명퇴하면서
제2의 인생을 경험한 이야기 등 수많은 인생의 싸인 곡선이 지금에 와서는
내 인생의 자산이 되어 자랑거리는 아니어도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가끔 가까운 친구와 하루의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알콜을 앞에 놓고 서로의
경험담이 이어지는 경우는 자연스럽기도 하고 서로 진솔한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어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몇 십 년 동안 전국의 산을 섭렵하려? 다니던 일. 스쿠버에 재미를 들여
바다 속을 누비던 4~5년, 친구의 권유로 뒤늦게 시작한 자전거 여행을
다녔던 몇 년. 딸의 권유로 시작한 성악을 10년 넘게 지속, 2018년 10월 4일
개인 콘서트를 한 이야기. 그 후 작고 큰 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던 일 등.
모든 내 경험들이 기쁜 일은 물론 슬픔도, 전쟁터에서 경험한 일들도
행복으로 승화되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변환이 되어 있다.
나는 과연 이런 자산을 가지고 말을 얼마나 재밌게 또는 멋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 속에 유머나 재치가 들어 있어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재미를 느끼며
들을 수 있었을까?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일은 없는가? 또 자랑삼아 한 일은 없는가?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지는 않았나? 되짚어 볼 일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한 몫을 한다.
일방적인 이야기는 소통은 물론 상대방을 피곤하고 지치게 만들어 내
이야기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말을 통해 소통을 한다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번 밖으로 나온 말은 다시 거두어들일 수 없는 것. 내 입에서 나온
실언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다. 실수로 발설한 말을
회수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잠깐의 침묵으로 심사숙고
후에 질감 있는 말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언어폭력 방지를 위한 전국적 캠페인 ‘말은 치유할
수 있어요(Words Can Heal)'에 이런 말이 씌어 있다.
“부정적인 말은 힘이 있다고 나는 확신해요. 부정적인 것이 당신의 집과
머릿속, 당신 인생에 내려앉도록 허용한다면, 그건 당신을 파멸시킬 수
있어요. 부정적인 말들은 나무 장식으로 기어 올라가고, 가구로 스며들고,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당신의 피부 위에 들러붙어 있겠죠. 부정적인
말은 독이에요.”
우리가 긍정적인 말을 사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관계에서 타인의 단점을 찾기 전에 장점을 보려 노력하며, 칭찬을 하는
말의 습관을 갖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을 위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혹자들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는 말을 함부로 하고,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과 말할 때는 오히려 친근한 말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친한 정도의 차이를 막론하고 모두 친절하고 듣기 좋은
말을 사용해야함은 물론이다. 나 스스로도 많이 개선해야할 대목이고,
후회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수다를 떠는 이야기의 내용 중에서 남의 흉을 보거나 타인의 생활에 대해서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흥미 있어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남의 얘기를 하느니, 우리 이야기, 독백이라도 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남의 얘기를 하려면 칭찬위주로 한다면 텔레파시가 작용해서 은연중에
그에게 전달되어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하는 말에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치유의 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좋은 말을 사용하는 습관이 나에게 길들여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좋은 말이나 멋진 말을 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침묵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침묵의 기간은 적당해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터이다.
‘말 한마디로 천량 빚을 값는다.’는 우리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말은 품격을 높인다.
2020년 3월 17일. 상연
첫댓글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여 방콕에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위인?이다. 이동거리나 갈 곳이 거의 정해져 있다.
다행히 내가 사는 동네는 복잡한 시내가 아니고 외곽이어서 한강변으로 산책을 갈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검단산을 다녀올 수도 있어 숨통은 트인다고 할 수 있겠다
오전엔 비교적 방콕에 머물고, 점심 후에 나가면 대체적으로 귀가하는 시간이 6시 전후가 된다.
방콕에서 할 일은 책을 보던가 컴퓨터 앞에서 죽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지인에게 빌린 피천득의 수필집과
오프라 윈프리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을 읽고, 나도 글을 쓸 때 작은 제목으로 A4용지로
두어 장의 짧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이틀에 한 편 정도로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잠, 멋, 코로나19. 파바로티, 우리 어머니, 기적, 잡동사니와 결별
레나 마리아 .... 오늘 영두회 카페에 올린 '말, 이야기!'는 어제 시작해서 오늘 오전에 끝낸 글이다.
지적하지 마시고 긍정의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횡설수설에 알멩이늘 찾는 것은
헛수고일 수도 있습니다. ㅎ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