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초의 교장 교감이 인연이 있어 컨설팅을 해 달라고 부른다.
분수도 모르고 사양을 않고 승락한다.
이야기는 오후 2시간이지만 종일 출장을 내고 전날 잠잘 배낭을 챙겨 해남으로 간다.
청솔복집에서 윤영길과 민관홍을 만나 저녁을 먹는다.
모두 운전하는 친구들이라 술을 사양하고 나중에 주인 부부가 합석하여 조금 더 마신다.
9시 반이 다 되어 금강저수지 주차장에서 배낭을 맨다.
30분쯤 어둠을 걸어 쉼터 체육공원에 도착한다.
텐트를 치고 소주병을 꺼내는데 삼겹살이 없다. 배가 부른데 소주를 마시려고
삼겹살을 찾는다.
소주를 쪼금 마시고 라디오를 들으며 눕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좋다.
새벽 3시나 되었을까, 여성의 소리가 들리더니 또 남성의 소리도 들린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이야기한다.
정신이 들지만 잠시 후 내려가자 또 잔다.
한시간쯤 후 또 그들이 올라와 이야기를 나눈다. 잠자리 옆에서 소리도 줄이지 않으니
조금 화가 나려하지만 어쩌면 내가 침입자일 수도 있어 눈을 감고 누워 있다.
5시가 가까워 오자 운동하는 사람들이 올라온다.
5시 반을 지나 헤드랜턴을 켜고 등산화를 신는다.
좌선바위 쪽으로 걷다가 일출을 보려면 금강산보다는 만대산이 낫다는 생각에
금강재 삼거리 이정표로 향한다.
어둠 속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금강재로 오른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 이정표대로 따른다.
멧돼지 컹컹 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이 오지는 않는다.
깜깜한 밤에 불을 켜고 침입한 나를 멧돼지는 공격하고도 싶을 것이다.
만대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없다.
데크 한쪽으로 가 불빛이 가득한 해남읍내를 흔들리며 찍어본다.
동쪽 하늘이 벌개진다. 하얀 구름이 발 아래로 가득하다.
앞쪽으로 계속 나아가 내리막을 걷다가 바위를 만난다.
바위에 올라 구름 바다인 벌판을 본다.
월출산은 아주 흐릿하고 동남쪽의 덕룡산과 주작산의 능선이 톱날처럼 울퉁불퉁하다.
서기산 앞으로 작은 산봉우리가 ㅅ섬처럼 떠 있다.
우슬재 너머 덕음산은 골짜기 바다에 발을 담근 산이 되었다.
해는 7시가 다 되어서야 뜰 것이다.
사위는 어느 새 많이 밝아졌는데 희뿌연 구름 탓에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다.
금강저수지 위에서 올라온 길을 만나 내려가려는데 보이지 않는다.
계속 걷다보니 만대상 정상 뒷쪽으로 연결된 길인 듯하다.
아침을 먹고 두륜산에 올라 점심 시간에 민관홍을 만나 고구마를 받으려면 맘이 바쁘다.
삼봉에서 보는 해남 읍내는 낮은 안개에 보기가 좋다.
얼른 돌아 내려와 저수지 둑에서 물안개가 피어나는 모습을 한번만 보고
아스팔트를 달리기 시작한다.
금방 지쳐 해촌서원 앞에서 걷는다. 운동하러 오고가는 이들이 많다.
주차장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고 또 부지런히 올라 잠자리 정자로 오니 8시 반이 다 된다.
텐트 뒤에서 라면을 끓이는데 운동 기구위의 여성들이 라면 먹고 싶다고 한다.
냄새로 맑은 산을 오염시키는구나.
챙기고 내려오니 9시가 다 되어간다.
아침 햇살이 빛나는 때죽 나무에 맺힌 이슬을 보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도 보며
부지런히 걸어 물을 마시고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