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음과 방음시설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에서 진주 방향 장유IC 인근에 설치된 방음벽이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다.
-김승권기자-
사람은 생활하면서 다양한 소리(sound)를 만들어 낸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소리를 내고, 무생물마저도 외부의 물리력에 의해 소리가 생긴다.
소리는 의사 전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음악과 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소리가 있는데, 이러한 불쾌한 소리를 소음이라고 한다.
소음은 물리적인 특성으로는 소리와 동일하지만,
짜증과 고통을 유발시켜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청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인구 밀집, 그에 따른 생활공간의 축소, 이로 인해 생기는 각종 부대시설 증가,
특히 1970년대 후반 이후 차량·도로의 급격한 신장으로 ‘환경소음’이 심각해졌다.
소음은 일상생활 중에서 가장 빈번히 접하는 환경오염으로 현대인의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피로를 가중시키고 있다.
환경소음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인 1974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음환경 기준이 1978년 7월 1일 제정됐고,
1990년 소음진동 규제법이 제정되면서 철도 노변 소음과 항공기 소음, 건설 현장의 소음도를 규제하게 됐다.
이 중 철도 소음은 1994년 11월 21일 총리령 제473호로 공포돼 2000년 1월 1일부터 적용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늘어나는 차량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침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인식되고,
가장 많은 환경민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3500만명이 도로 확장, 차량 증가 등으로 인해 교통소음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2005년 9월까지 환경피해분쟁 조정사례 1354건 중 소음·진동이 1159건으로 86%나 차지했을 정도다. 또한 주요 도시 주민의 소음 인식도 조사 결과,
시급히 개선해야 할 환경문제로 소음 문제와 쓰레기 문제가 1위로 조사된 바도 있다.
그런데도 국제환경기준이 제시하는 대도시 시가지의 일반 소음 기준이 55㏈인데 비해,
우리나라 대도시의 소음은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대도시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인 공동주택단지 또한
도로에 접한 주거지 권장 기준치인 50~60㏈보다 10㏈ 이상 높아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이 같은 소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1980년대 중반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소음 저감의 기본적인 대책은
소음원 자체에 대한 개선과 발생된 소음의 경로를 차단하는 2차적인 방법이 있다.
보통 소음원 자체의 저감 기술에는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소음 경로 차단을 위해 방음시설을 설치한다.
교통소음 저감을 위한 방음시설로는 방음벽, 방음터널, 방음둑, 방음림 등을 들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음벽은 방음의 전달경로상에 대한 대책으로서
음원인 도로와 수음점(受音點) 사이에 설치되는 장벽 형태의 구조물로, 가장 보편화된 시설이다.
방음터널은 입출구를 제외하고 양측면과 상면을 완전히 차폐한 터널형 구조물을 말한다.
교통소음 저감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이지만,
설치 비용과 채광, 환기, 터널 내부 소음 증가 등의 문제가 있어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
방음둑은 일정한 두께를 가진 언덕을 말하며,
도로와 병행해서 노면보다 높은 둑이 있을 때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방음둑은 지면으로부터 완만한 경사를 이뤄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음원과 수음점과의 거리를 크게 하며 둑 위에 나무를 심어 감쇠효과가 더 크다.
끝으로 방음림은 소음 저감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수림을 말한다.
방음림은 미관이 수려해 심리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되고,
통행차량을 시각적으로 차폐해 주변주민의 소음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완화시켜 준다.
방음벽의 종류와 문제점

김해시 구산동의 한 아파트와 도로 사이에
목재와 투명한 소재를 이용해 만든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김승권기자-
소음 공해는 발생원에서 제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술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
그렇다 보니 소음의 전달 과정에서 줄이는 부차적인 방법이 많이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부차적인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방음벽이다.
방음벽은 지난 1960년대 국토가 좁은 영국, 일본 등에서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법제화는 1970년대에 와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10여 년 이상 뒤진 1980년대 중반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국 교통부 도로국 방음벽 설치 매뉴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눈높이 시선을 가리는 정도의 높이인 방음벽의 감쇠효과는 약 5㏈ 정도이다.
또 방음벽의 반사, 흡음, 간섭 등 다양한 기술적 감쇠효과에 따라 부가적으로 10㏈ 정도의 감쇠효과를 얻을 수 있고,
방음벽 높이가 1m씩 높아질수록 1.5㏈이 감쇠된다고 한다.
방음벽 종류는 크게 흡음형과 반사형 으로 나눌 수 있다.
또 흡음형 방음벽은 재질별로 금속재·비금속재·목재형으로 구별하고,
반사형 방음벽은 콘크리트·투명형으로 구별한다.
흡음형 방음벽은 방음벽에 부딪쳐 나오는 반사음이
반대편 지역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사된 음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방음벽을 말한다.
반사형 방음벽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로 도심과 같이 도로의 양쪽에 높은 건물이 존재하거나,
반사음에 의한 차음 효과 감소가 우려되거나 난반사에 따른 소음이 문제되는 경우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반사형 방음벽은 소음을 반사시켜 음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구조로 차음벽이라고도 한다.
음의 전파 특성상 한쪽에만 방음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나
대상 지역의 건물이 낮은 경우, 즉 수음원이 방음벽보다 낮은 경우에 사용되고 있으며,
주로 도시 외곽이나 농촌지역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시공이 편리하고,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높아 널리 쓰이고 있는 금속재 방음벽 설치가 확대되면서
도시환경에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설계·시공기술의 낙후성으로
틈새와 연결부 처리가 미흡하고 기밀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손상 부분 교체나 청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유지 관리 기준이 없다.
그렇다 보니 청소·먼지 제거 등 유지 관리 작업이 제대로 안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 재질이 변해 방음 성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불쾌감마저 들게 한다.
또한 방음벽 설치로 인해 대도시의 녹지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데다,
녹지가 단절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변 생태계마저 단절됨으로써 동식물의 서식 공간·이동통로에 장애가 되고 있다.
새로운 도로 건설은 기존의 녹지나 비오톱을 물리적으로 단절시켜 이 공간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이동통로를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특히 회색 방음벽으로 인한 획일적인 경관 조성으로
도로변 주민이나 운전자에게 심리적·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도로 건설로 인한 도시 녹지의 축소에 대한 대체로 가로녹지를 들 수 있다.
가로녹지는 녹지의 연계라는 생태적 의미 외에도,
녹지 공간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길목 역할과 함께 도로변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날로 증가하는 교통 소음으로 가로녹지가 방음벽으로 대체되면서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생활공간과 녹지와의 생태적·사회적 연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원우 세원에스에스(주) 대표이사는
“소음을 차단해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고자 설치한 방음벽이
오히려 도시 경관과 운전 환경을 저해하는 혐오시설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소음 저감이라는 기능만을 고려한 패널 끼우기식의 방음벽은
운전자·보행자에게 폐쇄감과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방음벽 소재는 공장지대와 같은 삭막한 도시 경관을 만들고,
지나치게 높은 방음벽은 일조와 바람길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