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 튤립 외 1편 / 조명희

[김명아]

튤립

조명희

선물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들여다보며 꽃이라는 말이 튤립에서 왔을 거라고

꽃잎이 인사한다 맞받아친 ㄱ이 ㄲ으로 둘이 마주하면 봉오리 같았다

온실에서 자랐다 했다 ㅗ이 웃자라 목이 길었다

튤립처럼

그의 알을 뱄어요

떼지 않아도 때 되면 떨어지는 꽃잎이려니

주의사항;

봉오리 속은 궁금해 말 것

자해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또는 덤터기를 쓸 수도 있으니

절대 의심을 품지 말 것

오래전 어느 나라에선 튤립 한 송이가 파동을 일으켰다고

파동은 전쟁이기도 하여 한 겹씩 벗기다 파묻힌 사람들

ㅊ은 뿌리와 같아 땅속 세상은 어둡다

간혹 씨알 굵어 땅 위로 올라오는 알뿌리 있으나

캐지 않아 썩는 진실도 있다

비키니 쌉가능

오늘은 곳에 따라 비

서울에 비 올 확률은 오전 40% 오후 90%

확률의 여자가 있다

즉흥을 알아 군중을 파고드는 여자는 앞뒤가 없다

묻히거나 도드라지거나

덜컥 발목 잡혀 감사한 여자는 입에서 입까지를 달린다 망초가 시선을 받아 잘 자라는 것처럼

개라든가

꿀이라든가

핵 정도의 속도로

그녀, 대로변에 떴다

비 오는 세상은 수영장 같아 비키니 차림

시원스레 달렸다는데 뭐가 문제야 바쁘면 오토바이를 탈 수도 있지 왜들 난리냐고

경찰의 부름엔 겸손도 하다 예복을 갖춰 입고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어찌나 눈부시던지

곧 오후야

오늘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
2022년 여름, 강남 대로변을 질주하는 오토바이에 여성 인플루언서가 초미니 비키니 차림으로 동승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