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참견하다
강신홍
길 건너 빈집 마당에 밤나무 한 그루
대여섯 남녀가 몰려 있다
장대를 휘둘러 밤송이를 떨어트리려는 이
허리를 굽혀 떨어진 밤알을 찾으려는 이
긴 총으로 새 잡듯이 조준을 하고 있는 이도 있다
곧 나무로 기어 올라갈 기세이다
주말에만 내려와 사는 이웃집이 초대한 손님들이다
목에 힘을 주고 두 마디 했다
주인이 있어요
나무가 상해요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떨어진 것만 주우세요
한마디 덧붙였다
도시 사람들이라 신기해서 실수를 했네요
이웃집 나름 사과를 하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괜스레 참견을 했나 싶다
시골길을 걷다가 만나는 밤나무숲에서
한 송이 한 송이 주울 때마다
홍보석 만난 듯 심장 두근거리던 도시적 기억이 새록거린다
괜스레 참견을 했나 싶다
여기 밤알은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밥에 넣어 먹는
겨우내 나의 귀중한 간식이자 양식인지라
욕심에 코를 박고 나니
겨울바람 문풍지가 되었다
첫댓글 재미 있게 읽습니다, 별거 아닌것들이지만 너무 아까운 것들이 있어서 살아가는 맛이 좋아지는 날입니다,. 멋진 날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