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코인 투자 ‘5대 포인트’는
2023년 코인 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다. 비트코인이 연초 대비 50% 가까이 폭등하는 등 전년과는 확연히 다른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지만 코인 시장 규제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변수가 워낙 많고 리스크가 높은 만큼 선뜻 손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다. 2023년 코인 시장에서 꼭 알아야 할 ‘투자 포인트’를 5가지로 정리해봤다.
(1) 유망 코인 무엇일까
제휴 성과 내는 알트코인 매력적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어떤 코인에 투자해야 하느냐’다. 전문가들은 기업 제휴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다 같이 오르고 떨어지면 다 같이 떨어지는 ‘커플링(동조 현상)’이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비트코인과 무관하게 가격이 오르는 알트코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스닥지수와 급등락을 함께했던 종목들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이후 별개 행보를 보였던 현상이 코인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닷컴버블을 지난해 크립토윈터에 대입한 것이다.
유사한 흐름이 코인 시장에도 나타난다면 향후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중요성이 강조될 전망이다. 그동안 주식과 달리 코인 시장은 펀더멘털이 부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 기술이 활용되는 코인이 생겨나고 있고 기업과 제휴를 맺는 코인이 늘어나면서, 해당 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휴를 맺은 ‘앵커(ANKR)’,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SIM 카드 계획을 밝힌 ‘콘플럭스(CFX)’ 등이 전문가 추천을 받은 코인이다. 이 밖에 기존 대기업 제휴, 전통 금융사와 STO 제휴를 맺는 코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호준 뉴지스탁 대표는 “최근 앵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관계를 발표한 후 가격이 급등했다. 과거처럼 메이저 코인만 지속적으로 매입하거나 특정 암호화폐를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전략보다는 실제 성과를 내는 알트코인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가 더욱 매력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대장주 비트코인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대표는 “미국 중심 세계화를 넘어 최근에는 각자도생 탈세계화 과정을 밟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모든 코인 중 가장 중립적이고 검열 저항성이 높은 데다 제3자 개입 없이 가치물을 전달할 수 있는 비트코인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2) STO, 기회일까 위기일까
자본 유입 기대…무작정 낙관은 금물
STO 대중화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STO는 쉽게 말해 코인을 활용한 ‘조각 투자’다. 이론상으로는 디지털화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온라인에서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부동산, 예술품, 명품, 음악 저작권 같은 비정형적인 자산은 유동화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토큰화가 될 경우 분할이 쉬워지고 거래 과정 역시 간소화된다. 코인 시장으로 더 많은 자본 유입이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영세 업체들이 우후죽순 토큰을 발행하고 증권화시켰다 파산할 경우,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성 문제는 코인 시장 내 가장 큰 리스크다. 현재 STO 플랫폼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고 있지만, 매력적인 증권형 상품을 내놓을 만한 가이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올해까지는 STO 시장 활성화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3) 리플 증권성 여부 결론 날까
결과 따라 일부 알트코인 퇴출 우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 간 소송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결과에 따라 일부 알트코인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SEC는 2020년 12월 가상자산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리플 146억개를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약 13억8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이유다. SEC는 리플 코인을 ‘증권’으로 판단했지만, 리플랩스는 ‘화폐’라고 주장하며 소송은 장기화되고 있다. 이르면 3월 중 소송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향후 알트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국 법원이 리플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리플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수많은 알트코인 역시 잇달아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없잖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증권으로 판결 날 경우 국내에서도 다수 코인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리플랩스가 승소하더라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호준 대표는 “금융당국이 패소한다면 눈에 더 불을 켜고 코인 시장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과 리플랩스 간 적절한 타협점을 빨리 찾는 것이 시장에는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4) 제2의 루나 사태 일어날까
언제든 발생 가능…DCG 파산 우려도
코인 투자자가 가장 불안해할 뉴스는 지난해 루나·FTX 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다. 지난해 5월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 소식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코인 시장에 대한 신뢰감을 한순간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언제든 제2의 루나·FTX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 노력이다. 회색지대에 있던 영역을 각국의 법 제정과 규제를 통해 제도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기훈 교수는 “자율 규제와 함께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공식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특히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기업들을 조사해 정부가 법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해 처벌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제2의 루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인 재벌’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채무 상환 여부는 시장 전체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제2의 FTX 사태’라고까지 불린다. DCG는 여러 코인 관련 금융 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제네시스 부채가 최대 11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5월 채무 만기 전까지 상환에 실패할 경우 시장에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장우 대표는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글로벌 금융 회사가 DCG의 채무를 해결하면서 끌어안는 방법 말고는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DCG와 연결된 기업의 연쇄 파산 소식이 들릴 때마다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 코인 시장 규제 이어질까
신뢰성 제고 측면에서는 긍정적
최근 SEC는 연일 코인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이 운영하는 스테이킹 서비스에 제재를 가한 데 이어, 바이낸스 스테이블코인(BUSD) 발행 중단까지 명령했다. 최근에는 일정 자격을 갖춘 ‘관리인’에게만 코인을 보관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시장에서는 규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인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IT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인 시장에 대한 추가 규제는 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8호 (2023.03.01~2023.03.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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