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5 : 남체(3,440m)--캉주마(3,550m)--풍기텡가(3,250m, 점심)--텡보체(3,860m) (고도상승--420m) (9km)
아침 식사는 달걀볶음밥과 야채뚝바로 든든히 먹었다. 호텔 티벳은 식사가 꽤 맛있다. 이대로 세끼 식사를 주는 양대로 먹다가는 체중이 늘어서 돌아가는게 아닌지 걱정될 만큼 잘 먹는다.
남체 롯지에서 어제 갔던 에베레스트 뷰 호텔 갈림길까지는 엄청 가파른 계단이라 항상 힘들다. 고소적응을 했는데도 또 힘든가 살짝 염려됐지만, 이게 웬일인가? 거의 수평으로, 두세명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적당한 폭의 산길이 계속된다. 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만큼 기분좋은 길이다. 가면서 오른쪽으로는 탐세르쿠(6,623m)가 더 크게 다가오고, 아마다블람(6,856m)이 점점 멋진 삼각뿔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로체와 에베레스트 봉우리도 조금씩 더 커 보인다.
별로 힘들 만큼 걷지도 않았는데 인드라가 차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한다. 캉주마이다. '하이마운틴 베이커리 앤 카페'에서 진저허니티를 한잔씩 주문하고 정면을 바라보니 바로 어제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보던 그 환상적인 뷰다. 아마다블람, 로체, 에베레스트가 한 컷에 다 들어오는 천혜의 찻집이다. 찻잔을 모아놓고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찍으니 완전 젊은 세대들 인스타그램 사진이다. 어제에 이어 호사가 연속되는 행복이다.
점심은 풍기탱가 계곡에서 먹었다. 계곡이 아름다운게 꼭 서울 근교 산 백숙집이 들어설 만한 분위기다. 점심을 먹은 잠발라 롯지는 그 위로 자리잡아 계곡과 높은 바위와 출렁다리가 다 보이는 전망좋은 롯지라서 그런지 그동안 트레킹 중에 스쳤던 많은 외국인들을 여기서 거의 다 본다. 20~30대 정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고 대부분 유럽인들로 보였다. 의외로 한국인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단체팀이 오는 날짜가 아닌가 보다. 그런데 점심 메뉴를 고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남편은 치즈를 곁들인 푸라이드 포테토를 먹었고, 난 가볍게 먹고 싶어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바짝 구운 토스트로 샌드위치를 해서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도 않는다. 네팔 체류 며칠이 되니 식사 고민이 시작된다.
출렁다리를 건너 텡보체로 향한다. 또다시 신고서 확인을 위해 인드라는 줄서서 기다리고 포터와 우리들은 아주 천천히 계속되는 계단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 정도 오르막이 무슨 문제이려나만은 고도가 3,500m나 되니 무척 힘들다. 아무리 기다려도 인드라는 오지 않고, 우리의 '비스따리 비스따리 잠잠'은 계속된다.
좁다란 길에 좁교는 왜 그렇게 자주 만나는지...갑자기 두 마리가 함께 가거나 등에 맨 짐으로 툭 쳐서 산쪽으로 부딪쳐 깜짝 놀랐다. 좁교가 트레커들의 짐을 양쪽으로 두개 내지 세개 정도씩 지고 나르는데, 이게 예전 방식이란다. 좁교 또는 야크가 주로 하는데 루크라에서 남체까지는 나귀가 하다가 교대를 한단다. 야크는 3,500m 아래로 내려가면 더워서 견디지를 못하기 때문이란다.
텡보체 3,860m를 향해 가는데 계단 오르막길의 턱이 높으니 무척 힘들다. 갑자기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다. '가볍게 호흡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움직여야지!' 동시에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가랑잎처림 표표히 움직인다고 생각하자, 몸이 그대로 따라준다. 몸에서 힘을 다 빼고, 힘들어서 무겁게 짚던 스틱도 가볍게 살짝 내려놓는 느낌으로 땅에 대자 그 어렵던 발걸음이 하나도 힘이 안 든다. 이게 무슨 일일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치 내가 선문답에서 갑자기 도를 깨친 선승이라도 된 느낌이다. 히말라야 고산에서 득도라도 하는 건가....
텡보체 '트레커즈 롯지'에 도착 후 텡보체 라마교 사원을 보러 갔다. 티벳의 영향을 받아 라마 불교가 여전히 성한데, 자줏빛 승려복을 입은 승려들이 사원 경내를 왔다갔다 한다. 입장료가 300루피나 돼서 그냥 밖에서 구경하며 내일 갈 디보체와 구름에 가린 로체와 눕체 봉우리를 보다 롯지로 들어왔다.
탐세르쿠가 계속 따라온다
좌측엔 롯체, 우측엔 아마다블람
왼쪽 끝 살며시 보이는 게 에베레스트, 가운데가 로체
좌로부터 에베레스트, 로체, 아마다블람의 파노라마가 쥑어준다
파노라마 뷰를 보기 좋은 베이커리 롯지에서 차 한 잔을 한다
절벽 아래 빙하수 강이 흐른다
라마교 절과 정문(아래)
세계 3대 미봉 중 하나인 아마다블람
줄지어 오르는 트레커들. 처와 그 앞엔 파란 바지의 가이드
치즈 가루를 뿌려준 감자 요리와 바짝 구운 토스트와 감자튀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