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그릇
박현덕
가로등이 저물더니 세상도 고요하다 안전화를 대충 씻고 늦은 밥을 한술 뜬다 뼛속을 다녀간 바람, 숟가락에 올려지고
종이상자 택배처럼 저만치 던져지는 일용직 세상살이 한숨 섞인 비 내린다 바닥을 비운 국밥이 뜯겨나간 밑창 같다
어둠에 잠긴 식당 허름한 미닫이문 깔려있는 그을음이 아르르 저려와서 웅크려 몸을 감싸며 내 어깨를 다독인다
스노볼을 흔들면 당신이 떠오르고
박현덕
추위에 떨면서도 겨울밤은 따뜻했다
하나씩 켜 든 성냥 기도를 올리지만
점점 더 늘어지는 밤 불씨는 풍등 된다
어둠 내내 폭설이라 발이 푹푹 빠지고
가로등 같은 가슴 불덩이는 타 올라서
눈송이 나비가 되어 어깨 위에 파닥인다
신촌 이야기
박현덕
어멍은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데 요양원 요양병원 다 싫다 울부짖고 바다가 보이는 방문을 자꾸 열어 놓는다
어떤 날은 삼촌 불러 돌담을 걷어내고 새* 줄로 집의 몸을 얽어매라 이르신다 바람이 발톱을 세워 유리창을 긁는 저녁
어둠 무장 커지면 푸른 꿈결 바다에서 아흔 잠녀 빗창* 쥐고 숨비소리 내뱉는다 그 눈빛 물질을 하며 마지막 담는 바다
*새: 마른 풀잎으로 지붕을 만들고 해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얽어맨 것 *빗창 : 해산물 채취 도구
바다에게 ㅡ 저물녘 1
박현덕
선창 술집 마루에서 바다에 따르는 술
평생동안 상처받은 그 몸 속 고인 물이
어머니 눈빛만 같이 오래도록 붉습니다
ㅡ시집 『스노볼을 흔들면 당신이 떠오르고』(작가, 2026) |
첫댓글 박현덕 시인은 많은 수상을 통해 그 능력을 인정받은 중견 작가이다. 나는 위 작품에서 요즘 고민하는 문제를 발견했다. 시조는 정형시이니 자유시보다 더 압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조사 사용도 특별하지 않은 경우 가능하면 생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로등이 저물더니 세상도 고요하다
안전화를 대충 씻고 늦은 밥을 한술 뜬다' 이를테면 여기서 '이' '를' '을' 등을 제외해도 의미 전달에 전혀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공부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