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 앞두고 불거진 작년 地選 ‘與 공천헌금’ 의혹
정치권에선 선거철만 되면 으레 나도는 ‘공천 괴담’이 있다. 공천을 받기 위한 후보자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공천에서 떨어진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공천이 불공정했다”는 의혹 제기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공천 대가로 불법적인 금품을 받고서도 탈락시켰다는 공천헌금 의혹이 대표적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공천헌금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구 의원 후보자에게서 공천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비슷한 혐의로 같은 당 박순자 전 의원과 하영제 의원은 이미 기소된 상태다. 검찰에 송치된 김현아 전 의원까지 포함하면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 의원이 4명이나 된다. 여당에서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이 집중된 배경을 둘러싸고 지방선거가 대선 승리 직후 실시됐으니 여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서 공천 경쟁이 과열된 탓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엔 공천을 매개로 당 지도부-국회의원-지방의원이 얽힌 상하관계의 먹이사슬이 있었다. 국회의원 출마자는 중앙당 핵심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하고,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로비 표적이 되는 식이다. 공천 잡음이 불거지면 낙천한 후보자에게서 받은 금품을 돌려주고 입막음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황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검경 수사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민의는 외면한 채 아직도 윗선의 ‘의중’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실상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
▷여야는 2004년 정치개혁 차원에서 지구당을 폐지했다.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불법 정치자금의 음성적 창구였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 정당 지구당은 돈이 내려간 만큼 움직인다고 해서 ‘공중전화 지구당’이라는 조롱까지 들었다. 하지만 선거공영제 덕분에 지금 선거비용 대부분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역 의원의 후원금 한도가 연간 1억5000만 원이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런데도 음성적인 돈거래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모양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최근 지구당 부활을 논의하다가 멈춘 것도 이런 불편한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 아닐까.
▷더불어민주당이 자기 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선 진상조사도 못 하면서 국민의힘 공천헌금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속속 불거지는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 “검경이 수사하지 않겠나”라며 손을 놓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해서라도 혐의가 있다면 선제적으로 수사 의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연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