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P에 담겨있는 마이클과 세라의 영어회화를
들으며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접힌 종이상자 꾸러미를 힘겹게 작은 수레를 미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귀에 꽂힌 이어폰을 꾸깃꾸깃 주머니에 부여넣고
냅다 뛰어갔다.
[힘드시죠? 이거 거기(수레)에 올리면 되나요?]
[으응...홀홀홀..]
난 모 그렇다.
어정쩡한 군복을 입은 키 작은 청년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 바른생활 책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으로 할머니를 방긋방긋 웃으며
도와드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군인으로
도움닫기하는것이라고 말이다.
할머니에게서 수레를 뺏다시피해
방긋방긋 웃으며 수레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종이상자 & 신문지 뭉치는 꽤나 무게나
나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남자는 갑빠다-_-)
[이..이렇게 밀면서 나가면 되는거죠?..끄응차;;]
또 그러나.
결코 세상은 내맘 같지만은 않아서..
정확히 15초후,
요령없이 수레를 밀고 나가던 나는
작은 돌부리 하나에 수레를 두바퀴 반 전복시키는
껌딱지에 티코 덤블링하는것보다 살포시 상큼한,
'놀라운 TV 아니 세상에 이런일이'보다
대략 2383g 기네스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어....아하하하~ 얘가 넘어지네;;;;;;;아하하;;;;;;;;;;;;]
...
어안이 벙벙해진 할머니..
뻥찐 웃음으로 살인충동을 유도하는
6개월차 상근 예비역..
그리고 그 둘 사이, 머리위로
지나가는 눈치없는 까마귀 한쌍..
[까악- 까악-]
대략 23.58초간의 정적이 있은 뒤..
먼저 애써 웃으시며 '다시 주우면 되지..홀홀홀..'
할머니는 말씀하셨지만,
난 보고야 말았다.
다시금 이 상자를 쥔
할머니의 그 가느다란 팔뚝에 파르르 꿈틀거리던
힘줄을, 왼쪽 눈썹 위 이마에 희미하게 선 핏줄을....;;;
..마치 쿵푸허슬에서 보았던 사자후를 날리던
빈곤가의 숨은 고수와 함께 종이를 줍고 있는 듯한
두려움에 코털 한올한올에 식은땀이 맺혔다...ㅡ,.ㅡ
이윽고 재정비, 그리고 출발..
[총각 힘든가봐... 막 식은 땀을 흘려..홀홀홀]
[아..아녜요..하하하;;뭐 이정도야 코딱지 짝궁책상 밑에 묻히기죠^^]
그러나 명실공히 자타공인 자축인묘 신유술해
논산 하체부실 Best 30이라 불리는 소자,
어느새 떨려오는 무릎을 다 잡으며
복날 개마냥 낑낑 대기에 이른다.
...
'헌데...지..진짜..이걸 혼자 다 옮기려 하셨단 말인가...ㅡ_-'
생각해보니, 어디로 가는지
얼마큼 가야하는지 아무말도 없으셨었다.
보통은 도와주고 함께 가게되면 그정도 말씀은
해주지 않는가?-_-
...
문득, 의심스러운 마음에 할머니께 묻는다..
[하..할머니 어디까지 가야 되요??]
[으응?..거의 다왔어..]
[아..근데요..아까..한시간 전부터 계속 거의 다왔다고 하셨잖아요..]
[홀홀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 없이 웃기만 하시던
할머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넌..아직도 내가 할머니로 보이니?]
...
.....라는 슬픈 개.그...;;;;;;(이 썅파울루 같은 게맛살아 쌍팔년도 올림픽 가서 괄약근에 참숯 꽂아 성화봉송하고 싶냐 이 온갖 정신병의 베타테스터 같은 녀석아!!!)
...;;
...돌 그만 던지삼-_-;
방금 맞은데 또 맞았삼-_-;;
지금 돌 모서리에 공업용 다이아 박아 던진 사람
지문 검사하겠삼-_-;;;
...
그래도 좀 무서웠.....................을리가 없잖아!!!!!!!!!!!!;;;;;;;;;;;;
...죄송;
...
결국 내가 못 미더웠던지 할머니는 지나가는 초딩의 휴대폰을
빌려 할아버지를 데리고와 셋이서 고물상까지 끌고 갔다는
슬픈전설이었다.......ㅜ_ㅜ)//
고물상에 가서
얼마안되는 돈이지만 받아든 소중한 돈을
조금은 민망한 곳에 있는 주머니에 꾸욱꾸욱
담은 할머니..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곳에서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열심이시구나..할머니...'
그렇게 멍하게 서있는데 '아' 하는 단발마와 함께
내 손을 꼬옥 잡고
옆에 구멍가게에 데리고 가더니
자1Lee톨 껌한통과
따뜻한 베지밀B형 한병을 사주셨다.
[군인양반, 고생했어 나같은 늙은이 때문에..^^]
[아휴~ 그런말씀 마세요 아하하;;]
착한척은 곧잘하는 소자인것이다.
실은 어깨 빠지는줄 알았다-_-);;
집에가면 필히 노란딱지 붙여야겠다 다짐했다.
[근데 할머니..그..돈 모으셔서 어디에 쓰시는지...여쭤봐도 되요?]
[응?..홀홀홀..그냥 손주녀석들..사탕 사맥일 돈이지..홀홀홀]
...
모.
도와드리기는 커녕, 일은 부풀리고
선물까지 얻은 나이기에
조금은 뻔뻔하다 생각이 들지만서두..
손주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눈길이 참으로 따뜻하고..따뜻해서..
왠지 마음이 든든했던 퇴근길이었다...
p.s / 만약 당신이 이글이
호러 & 코믹 & 감동 이 셋중 어느 하나 제대로 일궈내지 못한
졸작이라면 지금 바로 041-732-1642로 전화해 '졸작 즐~'이라고
외치고 살포시 끊어주세요.;
전화세가 아까우시다면 이 글을 10군데에 복사해서 올려주세요..
(이게 무슨 행운의 편지냐!!!! 믄 대략 낭패-_-;;;)
만약!
그 어떤것도 싫으시면 3월 12일 달력벙개때 뵈어요..ㅡ_-)/ 갸갸갸-
Peace.
-FiN-
첫댓글 운동을 해 ㅋ
이 글 읽으면서 알랜의 재복이가 떠오른다는 소나무의 생각입니다.. 진짜 운동 많이 하셔서 힘을 길러야 하실 듯합니다...
내가 내일 진짜 할꺼야. 041-732-1642 '졸작 즐~'
ㅋㅋㅋㅋㅋ 너무 웃겨... 역시홀작이야.... 그러길래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해...
몇달전.. 정류장앞에서 하하호호 개구질하던날.. 좀 멀리하고싶은 할아버지와 힘들어보이시던 할머니를 만난날... 난... 홀리 저녀석.. 인간이구나.. 싶었더랬지.. 그치만.. 그런..그런.. 전설은 없어!!!!!!!!!!!
이 글을 1시간 내에 10군데 이상 복사하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이;;
노란딱지...ㅋㅋㅋ (관절엔 츄라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