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냈다” U-20 월드컵 2회 연속 4강
한국이 5일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꺾고 이 대회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이날 경기 연장전 전반 5분에 헤더로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 대표팀 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이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한국은 3회 연속 4강 진출 팀인 이탈리아와 결승행을 다툰다.
산티아고델에스테로=AP 뉴시스
스타 없는 ‘골짜기 세대’의 반란… U-20 韓축구, 무패로 4강
[한국, U-20 월드컵 4강]
‘잘하면 16강’ 예상… 주목 못받아
프랑스 등 강호 꺾고 2회 연속 4강
감독 “선수들 저평가돼 안타까워”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5일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U-20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고 대회 2연속 4강 진출을 달성한 뒤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9일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에도 같은 모습의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23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0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연장 전반 5분 상대 골문을 작살처럼 뚫고 들어간 최석현의 헤더 슛으로 선제골을 낚았고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 때까지 한 점을 잘 지켰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통산 세 번째이자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한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파이널 포’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때 처음 4강 무대를 밟았다. U-20 월드컵은 2년에 한 번 열려 왔는데 2021년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개최되지 않았다. 이번 U-20 대표팀의 준결승 진출로 한국 남자 축구는 FIFA 주관 대회 통산 5번째 4강 진출을 달성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3위를 했다.
21명으로 구성된 올해 U-20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일명 ‘골짜기 세대’로 불리며 주목받지 못했다. 2017년 한국 대회 때의 이승우(수원FC) 백승호(전북)나 2019년 대회 때의 이강인(마요르카) 같은 스타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21명 중 17명이 국내 프로축구 K리거인데 소속 팀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는 공격수 배준호(대전) 정도다. 대학생 선수가 2명, 포르투갈 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팀 소속 선수가 각각 1명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잘하면 16강’ ‘아주 잘하면 8강’ 정도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 첫 경기인 조별리그 1차전부터 우승 후보 프랑스를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반란의 시작을 알렸다.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는데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처음이다. 이번 대회 4강 진출국 중에서도 조별리그 무패 팀은 한국뿐이다.
김은중 U-20 대표팀 감독(44)은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이 저평가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 후에도 “우리 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고맙고 대단하다”고 했다.
‘골짜기 세대’의 반란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선수는 주장 이승원(강원)이다. 이승원은 U-20 대표팀에 선발되기 전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다. 지난해 1월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에 처음 승선했다. 이승원은 소속 팀 강원에서 K리그1(1부 리그)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다. 강원B팀이 나서는 K4(4부 리그)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U-20 월드컵에선 날아올랐다. 8강전까지 5경기에서 공격포인트 5개(1골 4도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8골 중 5골이 이승원의 발끝을 거쳐 나왔다. 이승원은 공격포인트 1개를 더 보태면 2019년 대회에서 공격포인트 6개(2골 4도움)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상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받은 이강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국은 9일 이탈리아와 4강전을 치른다. 이탈리아는 대회 3연속 4강 진출 팀이다. 한국의 8강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에서 0-2로 패했지만 우승 후보 브라질을 3-2로 꺾었다. 16강에선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2-1로 눌렀다. 대표팀이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면 한국 남자 축구는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한국 여자 축구는 2010년 U-17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한국이 준우승을 한 2019년 U-20 월드컵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정정용 김천 감독(54)은 “지금 대표팀이 4년 전 우리 팀보다 경기력이 더 낫다. 4강을 넘어 결승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골 넣는 수비수’ 최석현, 16강-8강서 연속 헤더 결승골
[한국, U-20 월드컵 4강]
키 작지만 위치 선정 능력 탁월
“웨이트 훈련으로 점프력 키워”
한국 대표팀 중앙수비수 최석현이 5일 나이지리아와의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5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볼 점유율(%)에서 34-51(경합 15)로 많이 밀렸다. 슈팅 수에서도 4-22로 크게 뒤졌다. 유효슈팅은 한국이 1개, 나이지리아가 3개였다. 하지만 한국은 단 한 번의 유효슈팅으로 나이지리아 골문을 뚫으며 이 대회에서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유일한 유효슈팅을 기록한 선수는 중앙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이다. 선발로 출전한 최석현은 연장전 전반 5분 골문 앞에서 돌고래처럼 솟아오르며 이승원(강원)의 코너킥 크로스를 골문 안으로 돌려 넣었다. 헤더로 만든 이번 대회 2경기 연속 결승골이었다. 경기 후 최석현은 “(이승원이) 공을 너무 잘 올려줘 헤딩을 했을 뿐”이라며 “오늘 경기가 제일 고비였는데 이탈리아와의 4강전도 잘 준비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최석현은 한국이 3-2로 승리한 2일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도 헤더로 결승골을 만들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득점 장면도 비슷했다. 후반 3분 머리로 상대 골문 오른쪽 구석을 뚫었다. 역시 이승원의 코너킥 크로스를 묵직한 헤더로 연결했다.
‘골 넣는 수비수’ 최석현(178cm)은 센터백치고는 키가 작은 편이다. U-20 대표팀 동료 센터백 김지수(성남)의 키는 189cm다. 나폴리(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센터백 김민재는 187cm다. 하지만 최석현은 스피드와 점프력이 좋고 공이 올 자리를 예측하고 자리를 찾아가는 위치 선정 능력도 탁월하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최석현은 다른 수비수들에 비해 골 감각도 뛰어나다. 중학교 1학년 때 발목을 크게 다친 이후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최석현은 올해 3월 U-20 아시안컵 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헤더로 골망을 흔들며 한국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석현은 “센터백치고는 키가 작다 보니 점프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웨이트 훈련을 많이 한다”며 “상대 공격수 공을 빼앗을 때마다 희열을 느껴 지금은 공격수보다 수비수가 적성에 맞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