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가끔 내가 뜬 눈으로 꾼 꿈같아. 사람 마음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같이 난리 부르스를 추자며 내 두 손을 잡아 흔들 때는 언제고, 왜 그렇게 갑자기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가니. 준비도 못 하고 뿌리쳐진 내 손이 너무 적적해 하잖아. 네가 하는 사랑은 원래 그래? 너는 원래 사랑을 짧고 다 없었던 일처럼 해? 썰물같이, 신기루같이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아주 짧게 꾸는 꿈같이? / 태주, 그리고 당신의 애인
마녀
왜 네가 아닌 이 새끼들에게 맞고 있을까. 너여야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너여야지. 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해야지. /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오월의 청춘
사랑한다는 단어가 묵음으로 발음되도록 언어의 율법을 고쳐놓고 싶어 청춘을 다 썼던 지난 노래를 들춰보며 좀 울어볼까 한다 도화선으로 박음질한 남색 치맛단이 불붙으며 큰절하는 해질 녘 창문 앞에 앉아 녹슨 문고리가 부서진 채 손에 잡히는 낯선 방 사랑을 안다 하고 허공에 새겨 넣은 후 남은 눈물은 그때에 보내볼까 한다 햇살의 손길에 몸 맡기고 한결 뽀얘진 사과꽃 세상을 베고 누워서 / 김소연,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
또 오해영
그날 꿈에는 내가 두고 온 죽은 사랑이 우리 집 앞에 찾아왔다 죽은 사랑은 집 앞을 서성이다 떠나갔다 사랑해, 그런 말을 들으면 책임을 내게 미루는 것 같고 사랑하라, 그런 말은 그저 무책임한데 이런 시에선 시체가 간데온데없이 사라져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다음 날 공원에 다시 가보면 사랑의 시체가 두 눈을 뜨고 움직이고 있다 / 황인찬,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안하다고 하더라"
첫댓글 진짜 다 좋다..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