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4-07-12)
< 보리밥비빔밥을 먹으며 >
-文霞 鄭永仁
친구들 끼리 공원을 한 바퀴 돌고서 점심을 먹는다. 서너 군데 음식점을 골라서 다니지만 보리 비빔밥을 하는 집을 자주 간다. 이 집은 항상 사람이 많다.
보리밥을 지겹도록 먹었던 잡수신 어르신임에도 보리밥비빔밥을 시킨다. 보리밥을 시키는 친구는 건강에 좋다고 해서, 나와 회장은 쌀밥비빔밥을 시킨다. 회장은 피난살이 때 너무나 보리밥을 먹어서 보리밥이라면 넌덜머리를 낸다. 나는 보리밥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입 안에서 보리밥 알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이 싫어서 부드러운 쌀밥비빔밥을 시킨다. 반찬이 그들먹하게 나온다. 비빔밥용 나물을 비롯하여 열무김치, 오이김치, 된장찌개, 콩돼비지 무우생채 등. 이리저리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을 넣고 썩썩 비비면 그 옛날에 비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보릿고개 시절, 꽁보리밥에 열무김치, 오이지, 고추장, 참기름이 전부였다. 그것도 모자라 늘 허기가 졌다.
원래 ‘보릿고개’라는 말이 시절의 상징적인 말이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그 넘기 어려운 고개를 어찌 알겠는가? 보릿고개 마루에 간신히 올라서면 보리가 풋바심할 정도로 누릇진다. 덜 여운 보리를 베어 풋바심한다. 그것을 쪄서 임시변통으로 보릿고개를 넘었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머리에 도장 부스럼이 나이테를 그리고, 얼굴에는 버짐이 구름 같이 핀다. 보리밥을 많이 먹어서 위가 늘어나 배는 볼록 나오던 시절. 지금은 피부가 탈까봐 썬 크림을 바르고 남자들도 화장하는 세대들은 보릿고개를 알랑가!
한국의 대표적인 K-푸드 중 힐링 음식은 비빔밥이다.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는 완전식품에 밥이기 때문에…. 5성장 호텔 최고 한국인 셰프는 비빔밥은 창의적인 식품이라고 하였다. 요리의 반은 요리사가 만들고, 나먹지 반은 먹은 사람이 선택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보리곱삶이를 채반에 담아 부엌에 걸어 놓고 보리밥을 짓던 시절, 그 시커면 보리쌀을 자배기에다 닦달하여 보리밥을 짓던 그 어머니 손같이 거무틱틱한 보리밥이 지금은 건강식이라니…. 하기야 고운 보릿겨는 먹어도 고운 쌀겨는 먹지 못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자란 쌀은 추운 겨울철 음식이고, 추운 겨울밭에서 자란 보리는 뜨거운 여름철 음식이라고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왔다고 한다.
오늘은 여섯 명이 참석했다. 한 명은 시원한 콩국수, 또 한 명은 얼음이 동동 뜬 열무국수, 다른 두 명은 보리밥비빔밥, 나머지 두 명은 쌀밥비빔밥을 시켰다. 막걸리와 소주 한 잔에 올해 뜨거운 여름이 그렇게 지나나 보다.
지금 우리는 ‘이밥에 고깃국’을 지천으로 먹는다. 북한의 죽은 김정일의 소원은 인민을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라 했다. 작금의 북한은 병에 걸려 땅에 묻은 소를 파내어 먹었다고 총살형을 시켰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소를 함부로 잡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은 아직도 초근목피의 시절인가 보다. 남한은 쌀이 남아돈다고 야단이고, 북한은 보리쌀도 없다고 야단이다. 언제 그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일 것인지. 3대를 거쳐도 입바에 고깃국은 꿈도 못 꾼다. 그나마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넘겼기에 지금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다.
국민학교 시절, 하교하면서 밀탄지 . 콩탄지 해먹던 고소한 맛과 어머니가 해주던 남은 보리밥으로 담가주던 달착지근한 보릿술도, 소다 넣어 찐 시커면 보릿겨 개떡도 그리운 시절의 인연이다.
집에 오는데 사거리에서 어느 교회에서 보리건빵을 나누어 준다. 보리건빵을 먹으면 보리밥 먹고 풍풍 뀌던 방귀가 나올까?
첫댓글 정겨운 그 시절이 떠올라 좋습니다.
경험이 없는 사람도 이렇게 흥겹게 느껴 집니다.
나이가 드니 자꾸 옛 생각이 자주 납니다.
그게 꼰대의 특징이라고 하지만요.
정겹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군요.
정겨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꽁보리밥도 꿀맛 같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 밥이 웰빙식품이라니 세월은 변하는가 봅니다.
보리밥 파는 가게만 생각해도 구수한 어머니표 된장국이 생각납니다.
거기에다 무우생채는 또 얼마나 맛있었습니까?
오늘 아침 모처럼 찾아다 준 제 옛날 어느 때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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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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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나물 중에 하나가 무우생채입니다. 무우생채만 넣고 참기름 친 보리비빔밥도 일품입니다.
다 그리운 시절인가 봅니다.
@너나들이 고맙습니다, 너나들이님.
늘 올리시는 수필 잘 읽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찾게 해주시는 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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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