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버릇이 있다. 그것을 고정관념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투자자라면 누구도 피해가기 힘든 함정이다. 주식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펫은 18세기의 유명한 작가인 사무엘 존슨의 말을 인용하며 ‘습관의 고리는 도저히 깰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기 전까진 너무 가벼워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한마디로 말해 투자의 가장 큰 적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몸에 굳어지게 되고 결국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습관적 행동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습관은 서서히 투자자를 무너트리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가 자신이 고정관념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즈음엔 이미 습관은 도저히 깰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육중한 모습으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투자에 실패했을 때 보다는 투자에 성공했을 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투자에 실패하면 자신의 투자관을 되돌아 보게 되고 다시 검증하려고 하지만 투자에 성공하면 자신의 투자관을 인정하고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아주 긴 시간적 간격을 갖고 진행된다. 따라서 투자에 성공을 지속하면 할수록 고정관념의 늪에 빠질 위험은 증대하게 되는 것이다. 망치로 성공한 사람은 이세상이 모두 못으로 보이는 법이며, 톱으로 성공한 사람은 이세상이 모두 나무로 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이세상 모든 것이 못과 나무로 보이는 순간 성공한 대장장이는 어느날 나무에 망치질을 하고 있을 것이며 성공한 목수는 못에 톱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1년간 투자에 성공하긴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나 1년 정도는 수익을 내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년간 투자에 성공하긴 쉽지 않다. 더 나아가 5년간이나 10년간 투자에 성공하긴 더 어렵다. 왜 그럴까? 1년간 투자에 성공했다면 이론적으론 다음 1년도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만약 5년째 투자에 성공하고 있다면 6년째가 되는 다음해에도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은 그 누구보다도 높아야 한다. 투자에 성공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투자의 성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정반대로 장기적으로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바로 투자에 성공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에 맞춰서 고정관념의 틀에 빠질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자에 성공하면 할수록 자기 손엔 망치나 톱 중 단 하나만 들려 있을 것이며 세상은 못이나 나무 중 단 하나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투자에 성공하면 할수록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실패를 맛보고 투자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심오하다고 감탄과 탄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는 구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마라톤이다. 42.195Km라고 길이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10년이라고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몇 개의 오르막과 몇 개의 내리막이 있는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오르막 다음에 또 오르막이 있는지 내리막이 있는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오르막의 길이가 얼마나 길고 내리막의 길이가 얼마나 짧은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투자는 모든 경주를 마치고 트랙에서 나오는 그 순간 자신이 달린 구간이 몇 Km였으며 몇 개의 오르막과 몇 개의 내리막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경주하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인지가 정해지는 경기인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기업도 변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생존의 조건은 강함도 아니고 지식도 아닌 적응인 것이다. 투자란 것은 정해진 모법답안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있다면 주식투자의 대가들이 과거에 걸어 갔던 발자취와 경주기록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도 과거의 위대한 투자자들이 만들어 둔 투자라는 역사책의 목차일 뿐이다. 지금 투자라는 역사책의 본문을 채워 나가는 것은 지금 경기장에서 마라톤경주를 하고 있는 투자자 본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을 투자에 바쳐 온 한국의 어느 원로투자자가 해준 말은 의미심장하다 할 것이다. ‘투자를 하면서 시장에 대해 갖는 한가지의 변하지 않는 생각은, 투자를 해 온지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평생이 되었든 시장은 두렵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