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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학 |
베이징 대 석사과정에 다니던 다이웨이(戴威)는 200대의 자전거를 구매해 캠퍼스에서 공유 자전거 사업에 뛰어든다. 4년 전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ofo)를 창업할 당시 모습이다.
자전거 한 대 가격의 보증금을 내면 캠퍼스에서 모든 자전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2000명 재학생을 상대로 한 캠퍼스 공유자전거는 5개월 만에 하루 이용건수 4000건을 돌파한다.
중국인의 출행 문화인 자전거 비즈니스를 공유경제와 연결하는 아이디어 하나로 900만 위안(약 15억3000만원)이라는 초기자본을 만든다. 이렇게 시작된 오포 자전거서비스는 2년후 전국 20개 도시 200개 대학으로 퍼져나간다.
대학생 이용자수가 80만 명을 넘어서고 이용계약도 하루 평균 20만 건을 넘어서자 2016년 10월 오포는 캠퍼스를 벗어나 시장으로 나온다. 중국 도시를 누비는 노란색 오포자전거는 단숨에 스타급 대접을 받는다.
중국 언론에서는 공유 자전거를 중국의 신4대 발명품이라며 치켜세운다. 언론 보도는 창업 21개월 만에 수십억위안을 융자받는데 도움을 준다.
오포는 단숨에 중국 40개 도시에서 15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공유 플랫폼으로 부상한다.지난해 8억6000만달러의 융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오포가 4년 간 조달한 자금은 10여 차례 에 걸쳐 40억 달러다.
가장 잘나갈 때 오포의 자전거 대수는 1000만대를 넘는다. 매일 이용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3200만 회에 이른다.
이때부터 오포의 사업모델을 따라하는 기업도 속속 생겨난다. 모바이크(摩拜) 샤오란(小蓝) 샤오밍(小鸣) 여우바이(优拜) 우쿵(悟空) 샤오바이(小白) 산뎬(闪电) 등 경쟁사만도 100여개를 웃돈다.
선두업체인 모바이크와 오포의 대결은 마치 알리바바의 마윈(马云)과 텐센트의 마화텅(马化腾)의 대결로 묘사된다. 한마디로 업체를 대표하는 노랑 빨강 등 형형색색의 자전거가 중국 도시 거리를 뒤덮었던 시기다.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오포의 경우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고려해 1년 사이 직원 수를 10배나 늘린다.
직원 1만2000명 중에 정규직은 3000명에 불과하다보니 각종 부패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가격경쟁력을 고려하다 보니 타이어 불량 등 서비스 불만도 이어진다.
업계는 서비스 경쟁보다 매수를 통해 몸집을 늘리기에 치중한다. 자전거 관리는 허술해지고 시내 곳곳에는 쓰레기로 변한 불량 자전거로 쌓인다.
이런 와중에 오포는 파산설에 휘말린다. 2018년 말의 일이다.
100만 명의 사용자들이 순식간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다. 오포는 10억 위안의 자금부족 사태를 맞는다.
마침 중국 시장이 포화되면서 지난해 20개국 250개 도시로 확장한 것도 자금난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시장 환경이 전혀 다른 해외 시장에서 유독 적자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오포가 창업 4년 만에 파산하자 뜨거워지던 중국내 공유 경제의 열기도 점차 식어간다. 자전거 뿐 아니라 공유 차량 서비스를 비롯해 심지어 누워서 돈 번다는 공유 안마기 등 시장 전반으로 확산돤다.
특히 공항이나 철도역 상가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면 예외 없이 설치된 공유 안마기 업계는 공유 자전거 다음 피해자다.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대거 공유 안마기 시장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안마는 가장 싼 휴식으로 통한다. 공유 안마기가 돈 되는 비즈니스로 꼽히는 배경이다.
중국 건강양생빅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안마 시장 규모는 4000억 위안 정도다. 기계 시장을 10분의 1로 보면 공유 안마기 연간 매출은 400억 위안 정도라는 이야기다.
중국 안마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7분의 1정도지만 수익률은 12.7%로 글로벌 평균보다 3%포인트 정도 높다.
회당 이용료가 5위안에서 15위안하는 공유안마기에 대한 붐을 이룬 것은 2017년부터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공유 안마기 대수는 솽커(爽客) 12만대 마마다(摩摩哒) 10만대 러마바(乐摩吧)11만대 민번바시에줘(民本摩歇座) 4만대 터우덩창후렌(头等舱互联) 2만대등 60만대를 넘는다.
마마다의 경우 2012년 시험 삼아 안마기 만든다. 동전을 넣어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어 공항 VIP룸에 설치한다.
마침 중국서 모마일 결제시스템이 널리 보급되고 오포등에서 공유자전거를 시작하자 2016년 공유 안마기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사업 시작 아홉 달 만에 1만대를 설치해 33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를 실현한다.
400개 도시에 진출한 러마바의 경우 최근 푸저우(福州)의 한 상가에 10대의 안마기를 깐다. 하루매출은 500위안 정도다. 비용을 제외하고도 한 달 수익이 7000위안에 이르자 푸저우 주변으로 1000대를 더 공급한다.
시장이 호황을 이루자 수 십대씩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개인업자들까지 가세한다. 이른바 개인 사업자는 업체로부터 제품을 임대해서 영업하고 수익을 5대5로 나눠가진다.
그런데 누워서 돈 번다는 인식과는 달리 안마기 시장의 포화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특히 위생 문제가 불거진 데다 고장 등 수리 비용도 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에따라 올 들어 공유안마기 업계의 매출은 2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1년 만에 상황이 호황에서 불황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작년까지 호황을 누리는 공유 안마기 시장 뉴스로 도배했던 매체들도 사고 보도나 위생문제를 지적하기에 바쁘다. 감독 기관도 단속의 칼을 빼드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해 5월20일 항저우(杭州)에서 안마를 받던 한 여성의 머리가 말려들어가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어 지난 3월8일 포산(佛山)에서는 여성의 발이 안마기에 끼어 소방대원이 출동해 한 시간 만에 구조하는 일도 생긴다.
소독을 한한 안마기의 위생 상태도 도마에 오른다. 게다가 안마기를 잘못 사용하면 경추 요추 고관절 등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의사들의 경고까지 가세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안마기를 샘플 조사한 결과 43개 기업에서 만든 44개 상품가운데 14개의 결함을 발견됐다고 발표한다. 불 합격률이 31%를 넘는다는 이야기다.
공유 자전거에 이어 잘나가던 공유 안마기조차 1년 사이 정반대 운명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인해 침체된 중국 내수 경제의 단면을 대변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