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어렵게 한의사가 되었다. 누가 봐도 한의원을 개업할 장소가 아닌 지역에 아내와 함께 당당하게 도전했다. 환자들이 편하게 맞이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아니라 9평 남짓한 한산한 곳에 한의사로 첫 출발을 시작했다. 무모한 도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의원을 찾는 손님들 중에 단골이 꽤 많이 늘어났다. 3대가 같이 다니는 곳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환자 본인. 더구나 소문이 퍼져 멀리 인근에서도 찾아가는 한의원이 되었다.
서울 대도심 지역이 아니라 변방 시골 지역에서 개업한 한의원이 이렇게 잘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이유가 딱 한 가지다. 환자들이 한의사의 진실한 마음을 보았다는 점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환자를 넘어 내 이웃, 내 가족처럼 환자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다 안다. 그 병원이 자신을 돈으로 보는지 아니면 사람으로 보는지. 한의원은 사랑방이 되었다. 동네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사랑방이 되었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마음 쉼터가 되었다.
더구나 한의사님이 처방해 주는 방법이 특이하다. 마음이 아픈 환자들에게 성급하게 약을 처방하기 보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책을 추천하고, 심지어 필사를 요청한다. 신기한 것은 환자들의 병이 낫는다는 점이다. 갖가지 약으로도 안 들던 병이 한의사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고, 필사를 통해 원기가 회복되고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괜히 '책을 지어 드려요' 가 아니다. 실제 사례를 차곡차곡 담아냈다. 유명한 병원의 유명한 의사의 이야기는 거부감이 든다.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최신 의료 장비가 구비되어 있고 각종 의료 시스템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철저하게 가동되는 곳이라 병이 치료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곳에는 사람이 없고 정이 없고 관계가 없다. 반면 사랑방과 같은 시골 좁은 한의원에는 약을 처방하기 전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 마음의 병을 먼저 진단하고 기가 막힌 처방전으로 환자들을 대한다는 점이다.
우리 곁에 있는 이웃과도 같은 한의사님이 처방하는 책 처방전을 한 번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