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1번째 주' 발언에 애국심 자극... 자유당 지지율 '들썩'
카니 변수에 NDP 지지층 이탈까지... 캐나다 정치지형 '대격변'
"새 리더 효과일 뿐"... 과거 캠벨·터너 사례처럼 '거품' 가능성
캐나다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년간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보수당의 지지율이 최근 불과 몇 주 사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자유당이 선두 자리를 되찾는 극적인 반전이 벌어졌다.
최근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자유당은 결정된 유권자들 사이에서 보수당을 2%포인트 앞서고 있다. 비록 오차 범위(3.8%) 내 수치지만, 불과 6주 전 보수당이 26%포인트 앞서던 상황에서 완전히 뒤집힌 결과여서 정치권은 물론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사퇴 선언이 자유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시켰다. 둘째, 마크 카니 전 중앙은행 총재 등 새로운 당 대표 후보들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셋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에 대한 관세 위협과 '51번째 주' 발언이 캐나다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여당 지지로 이어졌다.
특히 레제 조사에 따르면, 카니가 이끄는 자유당은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의 보수당을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뤼도 체제에서는 여전히 보수당에 뒤지지만, 리더십 교체만으로도 판도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재그밋 싱 대표가 이끄는 신민주당은 위기에 직면했다. 자유당 반등은 상당 부분 NDP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로, NDP는 지지층의 거의 절반을 잃으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보수당 집권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표 현상이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싱 대표는 "의료 서비스 같은 사회 안전망을 지킬 수 있는 건 우리 뿐"이라며 차별화에 나섰지만, 지지율 회복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치 분석계에서는 현재의 판세 변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과거 1993년 킴 캠벨의 진보보수당과 1984년 존 터너의 자유당 사례처럼, 새 대표 선출 후 나타난 '허니문' 효과가 실제 선거에서는 사라지고 참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지지율 변화는 매우 급격하고 새로운 현상이라 그 기반이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한 번의 실수나 부적절한 발언만으로도 지지율이 다시 역전될 수 있는 유동적인 상황으로, 향후 있을 연방 선거 캠페인이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물론 1968년 피에르 트뤼도나 2014년 온타리오주의 캐슬린 윈, 2013년 BC주의 크리스티 클라크처럼 새 대표가 당을 재집권으로 이끈 성공 사례도 있어, 자유당의 반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봄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연방 선거를 앞두고, 캐나다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트뤼도 총리의 사퇴와 트럼프 발언이라는 두 가지 파격이 가져온 정치 지형의 격변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질서의 시작인지는 앞으로의 캠페인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