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판매량 1위 맥주를 누가 막았는지 알아? 바로 화장품 ‘설화수’야.
돌이켜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 10」에서도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의 ‘설화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소비를 중국 내에서 한다는 것. 이거 완전 집돌이 아냐?
아니다. 설화맥주는 한국에 진출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이었다. 바로 화장품 ‘설화수’ 때문이다. 아니 이름 두 글자 같다고 중복 금지를 해도 되는 거야? 답답함을 토로하자 동료들은 말한다.
네가 전학을 했어. 그런데 전교 1등과 이름이 같아. 그러면 기분이 어떻겠어?…
오 단박에 이해. 사람도 그런데 돈이 오고 가는 상품은 얼마나 그렇겠어. 오늘은 참 중요한 ‘상표권’ 분쟁에 대한 이야기해본다. 전교 1등은 얼마나 좌절했겠어 나보다 콜라를 많이 마실 수 없으니까.
설화 VS 설화수: 맥주 대 화장품의 자존심 대결
최근 맥주계의 가장 큰 이슈. 바로 중국 설화맥주가 들어온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주전 선수인 ‘설화’가 아니다. 국내에서 ‘설화’라는 이름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설화수’의 예전 이름이 ‘설화’였기 때문에 이쪽이 박힌 돌. 더불어 설화수(아모레퍼시픽)는 맥주, 탄산수, 주스 등에도 상표권을 등록했다.
설화라는 이름을 ‘SNOW’로 바꾸는 것은 본사인 ‘화윤설화맥주(华润雪花啤酒)’에서 거부한 상태. 해외에서 코카콜라가 이름을 바꿔서 들어가냐고. 결국 설화 대신 프리미엄 라인인 ‘슈퍼엑스’가 국내에 출시되기로 했다. 설화의 (최고) 장점인 ‘압도적인 가격’도 없고, 이름도 낯설다. 과연 화윤설화맥주의 국내 진출은 실패하고 말 것인가?
아니다. 슈퍼엑스는 단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설화’라는 상표는 사용하지 않는 상태. 화윤설화맥주는 국내에서 활동을 하면서 설화의 상표권 만료(혹은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 뜻밖의 척화비가 된 설화수와 설화맥주의 줄다리기는 누가 이길까?
레드불 VS 불스원: 러시아판 성난 황소 대결
이번에는 반대다. 한국의 ‘불스원(불스원샷으로 유명)’은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과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불스원의 상표가 레드불과 혼동된다며 상표 보호를 막은 상태. 그들은 레드불과 불스원에 그려진 빨간색 소가 헷갈린다고 말한다. 그냥 하나는 인간이 마시고, 하나는 자동차(?)가 마신다. 그냥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될까?
문제가 있다. 인간은 불스원샷을 원샷할 수 없지만, 레드불은 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레드불 레이싱팀이 모터스포츠 경기에 나올 때 불스원도 스폰서가 된다면 헷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레드불 레이싱팀이 참가해서 경기 중간에 불스원의 불스원샷을 넣는다고 생각하면… 이게 레이싱 경주인지 청도 소싸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스타벅스 VS 사타르 벅쉬: 단지 이름을 썼을 뿐인데
파키스탄에는 스타벅스가 없지만 사타르 벅쉬(Sattar Buksh)가 있다. 사타르 벅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타르 벅쉬 카페를 차린다. 문제는 이름이나 로고가 스타벅스와 너무 닮았다는 것. 스타벅스에서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사타르 벅쉬는 단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메뉴조차도 스타벅스와 다르다며 적극 가게 홍보를 펼쳤다. 오히려 이 공방은 유명세를 펼쳐서 사타르 벅쉬 카페는 유명세를 얻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타르 벅쉬 만의 로고로 변해서 상표권에 문제없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잘된 일이다. 마치 스타벅스가 소설 ‘모비딕’ 인물의 이름을 빌려 썼다가 자신의 것처럼…(후략)
스프라이트 VS 스프린트: 이곳이 성대모사, 모창의 나라입니까
한국 음료계 흑역사가 있다. 1992년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가 처음 국내에 진출한 때다. 세계 1위 사이다 브랜드에 맞서는 롯데칠성은 ‘칠성사이다’ 대신 ‘스프린트’라는 신제품을 준비한다. 잠깐… 스프라이트와 스프린트라고? 칠성사이다와 맞붙으러 왔던 스프라이트는 엉겁결에 스프린트와 경쟁을 했다.
스프라이트는 결국 이름도 모양도 비슷한 스프린트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 정의는 승리한다! 법의 경고를 먹은 스프린트가 사라졌다. 시무룩해진 롯데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대항마 ‘스프린터’를 출시한다. 한국의 고춧가루 공격에 호되게 당한 스프라이트. 한국을 떠나고 2013년이나 되어서 돌아온다.
대동강맥주 VS 대강맥주: 부를 듯 부를 수 없는 그 이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제 맥주. 바로 더부스의 ‘대강 페일에일’이다. 흔히 대동강 맥주라고 불리는데, 라벨을 보면 ‘동’ 글자에 검열(CENSORED) 스티커가 붙어있다. 때문에 이 맥주를 일찍 알았던 이들은 ‘대동강 맥주’, 늦게 안 사람은 ‘대강 맥주’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대동강 맥주를 쓸 수 없는 것인가. 간단하다. 지역명에 들어간 원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대강 페일 에일은 벨기에에서 생산된다). 대강 페일에일의 이름은 ‘대동강 맥주만큼 맛있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일종의 포부였던 셈. 하지만 이름을 확 바꿀 수 없어 검열 스티커로 위트를 살렸다.
반면에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이천햅쌀라떼, 이천햅쌀프라푸치노 등 ‘이천햅쌀’ 시리즈는 지역 이름을 빌려 쓸 수 있다. 실제 이천에서 나온 쌀을 가지고 메뉴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농가에는 안정을, 스타벅스는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부르고 싶은 그 이름, 음료수 너의 이름은
누군가는 음료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누군가는 맛있는 이름을 지어 넣는다. 음료도 사람도 이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을 지키기 위한, 또는 사용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비슷한 듯 다른 음료의 세계. 오늘 우리가 부를 음료의 이름은 무엇일까?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강신우, 「아모레퍼시픽, 中설화와 상표권 분쟁…‘설화’ 뺏기나」, 이데일리
- 김병덕, 「中맥주 ‘설화’국내 진출.. 수입맥주업계 긴장 고조」, 파이낸셜뉴스
- 길소연, 「‘성난 황소’가 뭐길래…불스원 vs. 레드불 상표권 분쟁 뜨거워」, 글로벌이코노믹
- Hassan Sajwani, 「Sattar Buksh cafe fights star appeal to keep booming business going」, Gulf News
- 「사이다 전쟁 : 사이다의 왕좌를 차지할 음료수는」, 마시즘
첫댓글 슬프고도 재미있는 중국맥주 이야기네요.
저도 예전에 양꼬치 먹으면서 "칭따오"는 먹어봐서 중국맥주가 생각보다 나쁘진 않던데
세계1위 설화맥주를 우리나라에선 못먹는다니, 슬프군요.
맥주는 다량의 수분과 탄산, 낮은 알콜도수 때문에 기름진 음식등에 음료수 대용으로 많이들 먹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엔 '치맥'이란 명칭으로 치킨과 함께 많이들 즐겨먹곤 하죠. 이로 인해서 부작용도 많은듯 합니다.
저렇게 먹다가 '통풍'이 발생하거나 도지는 경우들 많죠.
맥주를 널리 많이 먹는 나라로 유명한 미국과 독일인들 보면 비만인들 많고, 그중에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남성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수분덩어리 맥주를 마시면서 더불어 먹는 고칼로리 덩어리가 만든 현상인듯 합니다.
그래서 술은 뭐든 맛 들일게 못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