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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금소리 스크랩 [토의자료] 문학적 대위법 & 회장 메시지
아현 추천 0 조회 12 13.06.19 15:0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화초와 정원을 통해서 본 문학적 대위법(對位法 Counterpoint)

아현 이재관 (팔도문학회 순천만 여름캠프, 2013. 7. 6.)

 

  

 

“시는 흙속에서 투쟁하는 뿌리와 해 아래 활짝 핀 그 화초의 꽃 사이를 흐르는 침묵과 스피치이다.”

("Poetry is the silence and speech between a wet struggling root of a flower and a sunlit blossom of that flower.")

- Carl Sand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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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래 가사(김동률의 <잔향>)에서 뿌리 부분과 꽃 부분을 구별해 보자.

 

소리 없는 그대의 노래 귀를 막아도 은은해질 때

남모르게 삭혀온 눈물 다 게워내고 허기진 맘 채우려 불러보는 그대 이름

 

향기 없는 그대의 숨결 숨을 막아도 만연해질 때

하루하루 쌓아온 미련 다 털어내고 휑한 가슴 달래려 헤아리는 그대 얼굴

 

그 언젠가 해묵은 상처 다 아물어도

검게 그을린 내 맘에 그대의 눈물로 새싹이 푸르게 돋아나

그대의 숨결로 나무를 이루면 그때라도 내 사랑 받아주오.

날 안아주오. 단 하루라도 살아가게 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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話者는 흙속의 뿌리 같다. 천신만고 그대를 향한 삶을 살아왔으나 얻은 것은 없다. 꽃 부분 즉 ‘그대’는

줄곧 침묵한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소리 없는 노래, 향기 없는 숨결이요 얼굴조차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그대에게도 눈물이 있어 싹을 키우니 그 눈물로 언젠가 무성한 나무를 이루고 안아주겠지.

(독립적인 양자가 대위법적으로 합쳐진다.)

 

 

② <오페라의 유령>에 삽입한다면, 이 노래는 누구의 노래일까?

[참고] 가스톤 레루 원작 <오페라의 유령>의 1차 영화(1925)에서는 유령 에릭이 대머리 노인 인상이고 분위기가 훨씬

더 음산 흉측하였다. 그러나 최근 오페라(1986), 2차 영화(2004)에서 에릭은 젊고 허둥대는 음악가 모습, 그 존재도 축소

되어 크리스틴과 라울 백작 간의 로맨스와 유령의 방해가 부각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뿌리와 꽃의 대위법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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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가꾸기의 미덕은 보는 눈과 이해하는 마음으로 대할 때 ‘젊음과 봄’(=청춘), ‘꽃과 열매의

약속’의 끊임없는 경신을 열린 책(즉 정원)에서 항상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One of the greatest virtues of gardening is this perpetual renewal of youth and spring, of promise of flower and

fruit that can always be read in the open book of the garden, by those with an eye to see, and a mind to understand.“)

- E. A. Bowles

 

로마 신화에서 꽃과 봄의 여신인 ‘플로라’는 평소 돋보이는 존재가 아니나 봄이 오면 그 기세가 등등하였다. 플로라 여신의

축제 ‘프로랄리아’의 심벌은 꽃, 부활, 댄싱, 음주. 플로라는 바람의 신과 결혼한다. 훗날 르네상스 휴머니즘과 식물학에 의해

그 명성이 고조되었다. (Wikipedia)              

 

 

[Flora 여신] 왼쪽: Boticelli 작

오른쪽: William Morris(1834-1896) 작

 

 

池上篇 /백거이(白居易, 낙천)

 

十畝之宅 五畝之園 (십묘지택 오묘지원) 집은 10묘, 뜰은 5묘에 불과하나

有水一池 有竹千竿 (유수일지 유죽천간) 물 있어 연못이요 대나무 있어 천간이라

勿謂土狹 勿謂地偏 (물위토협 물위지편) 터 좁다 말하지 말고 땅 좁다 탓하지 말라

足以容膝 足以息肩 (족이용슬 족이식견) 무릎 넣기 넉넉하고 어깨 기대기 충분하다

有堂有亭 有橋有船 (유당유정 유교유선) 당 있고 정자 있고, 다리 있고 배 있고

有書有酒 有歌有絃 (유서유주 유가유현) 책 있고 술 있고, 노래 있고 악기 있고

有?在中 白髮飄然 (유수재중 백발표연) 그 속에 늙은이 있어 흰 수염 표연하다

識分知足 外無求焉 (식분지족 외무구언) 분수 넉넉함을 아니 밖에서 구할 게 없다

如鳥擇木 姑務巢安 (여조택목 고무소안) 새는 나무를 택하여 보금자리 편안에 힘쓰고

如龜居坎 不知海寬 (여구거감 부지해관) 구멍 속 거북이는 대해를 모르는 척 하나니

靈鶴怪石 紫菱白蓮 (영학괴석 자릉백련) 영학, 괴석, 자릉, 백련,

皆吾所好 盡在吾前 (개오소호 진재오전) 모두 내가 좋아하여 내 앞에 가없이 있도다.

時飮一杯 或吟一篇 (시음일배 혹음일편) 때로 한 잔 마시고 때로 한 편을 읊으니

妻?熙熙 鷄犬閒閒 (처노희희 계견한한) 처자는 화목하고 계견은 한가롭고

優哉游哉 吾將終老乎其間 (우재유재 오장종로호기간)

아 좋다 흘러감이여 내 장차 여기 늙어 가리니

 

[백거이의 대위법] 큰 폭의 웨이브(wave)로 병행적 대위---> 효과 극대화

-정원의 화려함을 뽐내는 동시에 선사 같은 초연함과 청빈을 과시.

-고위직 경험을 슬쩍 삽입하면서 초야의 무사안락 사상을 강조

 

 

睡覺偶吟 잠에서 깨어 우연히 읊다 /백거이(白居易)

 

官初罷後歸來夜(관초파후귀내야): 관에 다닐 때는 일 마치면 밤에 귀가했네.

天欲明前睡覺時(천욕명전수각시): 날이 밝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났었네.

起坐思量更無事(기좌사량경무사): 일어나 앉아 생각에 잠겨도 할 일이 없어

身心安樂復誰知(신심안낙복수지): 심신이 편하고 즐거움을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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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트 가든(Buchart Garden)    /이재관

 

그 집 참 대단하다. 부차트 가든! 정원 7만 평에 정원사 70명,

10개의 분수와 테라스와 레스토랑, 오피스, 기프트 숍, 그 집 참 대단하다.

남편은 석회석 많은 땅끝 섬에 공장을 세워 ‘포틀랜드 시멘트’로 기세를 올렸지.

아내는 꽃삽 하나로 동네 지도를 바꿨지. 사랑스런 제니가

함몰된 석회채석장에 선큰가든(Sunken Garden)을 만들자고 꿈꾸듯 말할 때

남편은 쉽게 대답하고 힘껏 외조 했다네. 착하구나!

 

착한 뿌리가 되자. 팔다리 사지와 깊고 깊은 만 갈래의 무의식으로

사면팔방 위아래 암흑을 헤쳐 가는 뿌리가 되자.

꽃의 말을 잘 알아듣고 또 꽃에게 말도 걸 줄 아는 뿌리가 되자.

 

때로는 꽃이 되자.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보조개 둥근 귓밥이 아름답다.

미소의 안화(顔花) 얼굴꽃이 흙속 뿌리에게 말을 거니 그 집 참 대단하다.

실개천 언저리엔 일본식 정원을 만듭시다.

테니스장 자리엔 이태리 정원을 만듭시다.

채소밭을 뒤엎어 장미가든을 만들면 어떨까요?

 

갈수록 양양, 흙속의 뿌리처럼 긴 세월 야금야금

꽃 뚝심이 약하다고 누가 그랬나.

억척같은 꽃꿈들이 이젠 다 피어나

백만 개 색등에 억만 송이, 시든 것이 없구나.

온 세계 연인들이 꿈꾸듯 찾아온다니

로버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플로라 여신이 대박을 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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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팔도문학회원과 가족, 동반자 여러분,

 

이번 순천만 여름캠프에 오셔서 부디 즐겁고 유익한 시간 보내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안병석 전임회장님께서 좋은 말씀과 강의자료를 준비해오신다고 합니다.

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발적 참여회원도 몇 분 계실 줄 믿습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큰 기대를 갖습니다.

 

저는 그저 공부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준비했습니다.

애교로 보시고 많은 도움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여름 문학캠프의 성패는 각자가 느끼실 '보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더위 장마철에 내내 건승하시고 멋진 순천만에서 반갑게 만나뵙기

바랍니다.

 

                                                  2013년 6월 19일

                                                  팔도문학회 회장 이재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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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3.06.19 15:10

    첫댓글 간단하게 스크랩 게시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늘 건재합니다.
    35기 여러분 별고 없으시죠? 그간 축하할 일 등 많으셨을 텐데 연락 못 드려 죄송해요.
    저는 큰 집 관리 잘하고 있습니다. 월세도 순조롭게 들어오구요. ^0^
    문학회 행사로 순천국제정원박람회 다녀오게 되어 미리 다듬어봤어요 ㅎㅎ

  • 13.06.19 21:17

    교수님 안녕하세요? 팔도문학회 회장님이시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순천만 여름캠프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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