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 마음에 드는 이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42,1-4.6-7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2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3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4 그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마침내 세상에 공정을 세우리니
섬들도 그의 가르침을 고대하리라.
6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
내가 너를 빚어 만들어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
7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 위함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하느님께서 예수님께 성령을 부어 주셨습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10,34-38
그 무렵 34 베드로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나는 이제 참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35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
36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곧 만민의 주님을 통하여
평화의 복음을 전하시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보내신 말씀을
37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한이 세례를 선포한 이래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온 유다 지방에 걸쳐 일어난 일과,
38 하느님께서 나자렛 출신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신 일도 알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렸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5-16.21-22
그때에 15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16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21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22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124위 복자를 시복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저는 당시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에서 ‘영성 신심 분과’ 위원으로 일했습니다. 제가 하였던 일은 시복식을 위한 기도문을 만들고, 순교자 영성에 대한 자료집을 만들고, 순교자 영성과 의미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교황님 방한을 준비했던 시간이 제게는 큰 기쁨과 영광이었습니다. 시복식이 이루어졌던 광화문 광장에는 교황님이 미사를 봉헌했다는 ‘표지석’이 있습니다. 한국의 초대교회를 박해하던 장소, 많은 교우가 순교했던 장소가 이제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교황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던 장소가 되었습니다.
박해와 죽음의 장소가 천상에서 빛나는 신앙의 별들이 머물던 장소로 변했습니다. 교황님은 켈리 주교님을 타일러 교구의 교구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교황님께서 착한 목자의 마음을 지닌 분을 선택하셨음을 인정하며, 켈리 주교님께서 타일러 교구의 하느님 백성을 훌륭히 섬기실 것이라 믿습니다. 켈리 주교님은 2025년 2월 24일 월요일에 타일러 교구의 다섯 번째 교구장 주교로 착좌하실 예정입니다. 새로운 교구장으로 켈리 주교님을 모시는 타일러 교구에도 기쁨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회개와 정화의 표징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세례는 ‘성사(聖事)’가 되었습니다. 이제 세례는 죄의 사함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물에 들어가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물 또한 거룩한 성사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면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들 또한 세례를 받으면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사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가브리엘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본명(本名)이 생깁니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도 있지만 세례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이름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어르신들이 ‘본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시면 저는 ‘가브리엘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합니까? 오늘 제1독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마침내 세상에 공정을 세우리니, 섬들도 그의 가르침을 고대하리라.” 하느님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참아내라고 합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하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실하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고,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지 않았으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사셨습니다. 세례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필요조건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공정이란 무엇일까요? 햇빛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골고루 비추듯이 하느님의 사랑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방인이라서, 죄인이라서, 배우지 못해서, 여자라서, 난민이라서, 이주노동자라서, 장애인이라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공정의 세상을, 사도행전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진 것을 모두 교회로 가져왔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고아나 과부가 풍족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공정의 세상을 박해 시대의 교우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우들은 함께 기도하였고, 가진 것을 나누었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런 세상이 공정의 세상입니다. 매주 친교를 나누는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도 공정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세례명을 정하는 것은 이미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성인과 성녀들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의 도움을 청하며 세상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서 세례명을 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의 세례명을 한번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