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아니고 진짜로 마르스 전기구이 될 뻔했어요. 아니 살짝 됐어요..ㅜㅜ 지난 목요일날 퇴근했는데 집이 넘 조용한 거예요. 낑낑 거리거나 돌아다니거나 멀뚱히 날 보거나 뭘 해야하는데.. 아이는 없고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고.. 크지도 않은 집을 뒤지는 시간이 한 10년은 가는 것 같았어요. 그러고 진짜 그 순간은.. 아.. 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더랬죠..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18년동안 이리 조용한 집안에서 날 맞이한 적이 없는데..
마르스를 찾은 건 책상아래 전기 단자들을 모아 놓은 박스 위였어요. 중간 사진 박스에 왼쪽 사진 단자들을 모두 넣고 선이 나오는 부분만 오려내고 박스 뚜껑을 덮어서 책상 아래 벽쪽으로 딱 붙여놓거든요. 근데 마르스가 그 넓은 장소 다 두고 저 박스 옆으로 난 샛길을 걷는 걸 좋아라해요..
아마 내가 없는 동안 그리 혼자 놀다가 박스 뚜껑에 발이 걸려 얼결에 박스 뚜껑이 날아가고 그러면서 미끄러져 저 전기 단자들 위에 넘어진듯 해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마르스는 뜨끈한 걸 목숨에 위험을 느끼듯 싫어하거든요 매트가 깔린 방이 아니니까 바닥이 미끄러웠을 것이고 다리 관절도 예전만 못하니 혼자 일어나려고 바둥바둥 얼마나 했을까요.. 몸은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만 지쳐 그 위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 같은 시나리오네요.ㅜ
문제는 중간 박스에 물기 보이시죠? 마르스가 저 위에 누운 상태로 오줌을 싼 겁니다. 아... 얼마나 위험천만한 순간입니까..
집안엔 그 특유의 타는 냄새같은 게 진동을 했는데.. 정작 마르스는 너무도 편안하게 하지만 축 늘어져서 저 단자 위에서 자고 있었어요..
마르스를 발견한 순간.. 그 놀라고 황당하고 아찔하고 겁나고.. 너무 당황해서 눈물.. 뭐 이런 건 아예 안 나더라구요..
애를 안고 우선 산소스프레이부터 뿌리고.. 집밖으로 나갔어요. 그날따라 후텁지근.. 바람도 안 불더라구요.. 헥헥 거리는 아이를 달래주고 집에 들어와 아이스팩 위해 눕히니 바로 푹 주무셔주네요..
집안에 타는 냄새. 오줌 냄새.. 자는 애를 구석구석 보니 오른쪽 어깨쪽에 털이 좀 뭉쳤더라구요.. 근데 그게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거라고 생각하고.. 금욜 미용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미용할 때가 돼서 그런갑다.. 뭐 이렇게 가볍게 생각했는데.. 한참 자고 일어난 애가 오른쪽으로 몸을 조금 감고, 쫌 민감한 거 같단 생각은 들었지만 그 뜨끈뜨끈 한 데서 있었으니 컨디션이 정상이 아녀서 그럴 거다 싶어 어깨 털 뭉침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다음날 미용을 하는데 언냐가 털이 많이 뭉쳤네 여긴 좀 바짝 자르자 하길레.. 네.. 했더니 세상에.. 화상이네요.. 언냐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토욜날 오전 일찍 병원가서 처치 받고 왔네요.ㅠㅠㅠ
다른 아이들은 아픈 것도 티도 잘 안 내고, 아무리 아파도 가녀린 다리를 휘청거리면서도 화장실 가서 배변을 하고 한다는데.. 마르스는 쫌만 아프면 티를 팍팍내고, 몸 좀 안 좋으면 당연하다는 듯 방바닥에 쉬야를 해요.. 그래서 아픈 걸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엄살이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저리 살이 깊숙하게 타들어갔는데도 하나도 아픈 티를 안 냈어요.. 그래서 저는 진짜 아픈지 몰랐구요.. 상처가 꽤 깊어요..ㅠㅠ 범위도 넓고..
그러고는 드는 생각이, 마르스가 엄살이 아니고, 그동안도 참다참다 진짜 아파서 티를 낸 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럼 그리 소리소리 지를 땐 얼마나 엄청 아팠던 것이었을까.. 아마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의 아픔이지 않을까.. 저 정도 상처에도 아무 티도 안 내는 아인데.. 싶은게.. 미안해지네요.. 저는 마르스가 아파하면 남자가 그정도도 못 참냐고 한적도 많거든요.. 사실ㅠㅠㅠ 반성ㅜㅜㅜ
글고 그날도 그리 잠을 푹~~ 주무신 게.. 너무 많이 아파서 지쳐서 그랬구나 싶은게... 아.. 정말..
근데요 막상 아이 상처를 보니 사건 현장을 못 보겠는 거 있죠.ㅜ 단자 어느 부분에서 저런 상처가 났는지 확인을 해야하는데 도저히 못 보겠는 거예요.. 오늘에서야 용기를 내서 확인하고, 생각하기 싫은 그날의 광경을 다시 떠올리면서 퍼즐을 맞춰 봤네요..
원장님은 집에서 소독하고 약 먹이고 수욜날 오랬는데, 낼 아침 일찍 또 가려구요..ㅠㅠ 소독을 하니 따가운 지 넘 서럽게 낑낑대서ㅜㅜ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울 아들놈 전기구이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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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노령견 마르스 다이어리 원문보기 글쓴이: 말스맘
@아인언니 근데 자면서 싸는 토끼똥은 깨어있을 때 배변을 시원하게 하면 안 싸요.. 근데 쫌 덜 나왔다 싶으면..ㅋㅋㅜㅜ
어릴땐 자면서 오줌도 똥도 잘 참고 일어나면 다 해결하는데 나이가 들면, 정신의 문제인지 장기의 문제인지 아님 겹친 건지 자면서 조금씩 해결을 하더라구욤ㅋㅋㅋ 어쩌겠어요.. 받아들여야죠..ㅎㅎ
쌤이랑 상담 잘 하시공.. 그쌤 좋은 분이시래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