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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산악회
 
 
 
카페 게시글
불문사랑방 스크랩 딸네집 가는 길
그저물처럼 추천 0 조회 504 14.09.29 11:48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토요일 아침 6시가 채 되기 전,  간고등어 한마리, 몰랑몰랑 떡 한봉지 등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몇 년 전 우리집에서 동서남북으로 길을 정하여 걷던 길 중 북쪽으로 가는 길을 다시 걷는다.

6시 반쯤 던킨 도넛 공급차가 오는 것을 알게 되고 아침해도 그즈음에 떠오르는 것을 본다.

 

 

시외버스 정류장과 북천교를 지나는 길, 주변의 식당들도 모두 잠들어 있는데 진도개 한마리 어렴풋하니

눈을 뜬 듯 하지만 아직도 잠결인지 짓지도 않는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눈만 꿈벅꿈벅 .

 

만산동 쪽 산비탈엔 집짓기가 한창. 교외에 집을 짓는 것도 붐이다. 이 집은 어느 집짓는 회사의 모델하우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집모양이 독특하다고 보던 것인데  걸어가면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축구공 모양의 집이다. 내부 역시 궁금하다. 언제 한번 들어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갔다.

 

만산동에서 부원마을을 지나 드디어 세천으로 들어선다.

시내버스 다니는 길로 가니 고불고불 옛길을 따라 간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려 어느새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거의 두시간이 다 되어 간다.

길가에 이런 폐허도 있다. 그러나 그 옆 조그만 흙바닥에도 사람들은 채소를 가꾸어 먹거리를 만든다.

아마도 어느 할머니의 손길이리라. 어디라도 허리굽은 할머니들이 마을을 지킨다.

 

 

과수원길을 지난다. 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가을이 오고 과일은 제 색갈을 내며 익어가고 있다.

상주는 감이 많이 생산되어 곶감으로 유명한데 요즘은 포도, 배, 사과 등 많은 종류의 과일이 생산된다.

논이 넓어 식량도 풍부하지만 이런 과일까지 있으니 로컬푸드 운동을 하기에 딱 맞는 곳이다.

먹는게 풍부하니 인심도 후할 수 밖에....정치의식은 남루하지만 인정은 풍부한 곳- 상주이다.

 

산비탈에 핀 보라빛 쑥부쟁이도 만나고 수로에 빠져서도 하양게 빛나는 코스모스도 만난다.

걷다보면 들꽃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 크고 작은 꽃들이 아직은 많다.

 

세천 중심가에 들어섰다.

농협 하나로 마트, 수퍼마켓, 그런가하면 맛있는 짬뽕집, 돼지고기 숯불구이집, 세천 막걸리 등 유명한 것들이

많은 곳이다. 계속 가면 점촌 쪽이고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들면 은척, 보은, 쪽으로 갈 수 있다.

 

세천다리를 지나 관동리 가는 길- 넓게 논이 펼쳐져 있다. 아직 나락이 덜 익었다. 찻길 저편은 사벌 쪽이고

사벌 들판도 함창과 함께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삼백레미콘이다. 길은 여러 갈래지만 이 길을 가는 이유는 울창한 소나무숲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숲길에 들어서면 서늘하고 그윽한 맛이 일품이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왼편에 경로당이 보인다.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들이 더 많은 듯. 앞으로 깎듯하게

모셔야 할 분들이다.이 경로당을 끼고 왼편으로 돌아 오른편 첫 골목길로 들어서면 마침내 보인다.

 

딸 수영이가 이사온 집이다. 할머니 온다고 하윤이가 밖에 마중을 나왔다.

축대를 높이 쌓아올려 기초공사비가 많은 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든 부부가 살려고 지은 집이다 보니 방은 두개뿐이고 평수도 넓지 않지만 하윤이를 백원초등학교

유치원에 보내려니 당장해 구할 수 있는 집이었고..집주인과도 막역한 사이라 그 분의 사정까지 감안해

이 집을 선택했다. 집은 작지만 전망이 좋고 아늑하다. 맑은 날에는 멀리 상주진산 갑장산이 보인다.

 

 

 

9월이 다 간다.

9월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선이가 미국에서 나와 결혼식은 아니지만 양가 친척, 친지들 함께

식사하는 모임을 갖고는 떠났고  예의리 집을 팔았고 수영이가  상주로 집을 옮겼다.

집을 사고 파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데 모두 잘 아는 선생님들과 사고 팔았다.

집을 살 때는 우리가 제시한 가격에서 돈을 빼고 샀고 집을 팔 때는 우리가 제시한 가격보다 더 올려서

팔았으니..서로가 만족한 것이라 아무런 문제 없이 성사되었다 .

물론 이 모든 거래를  내 사고방식 위주로 하긴 했지만...사위도 딸도 남편도 인정해 주었다.

딸과 함께 산다고 어떤 사람들은 불편할 것이라 말하는데 나는 좋기만 하다.

 

옛날, 어머니가 이런저런 농사지은 것들 봇짐에 담아 머리에 이고 훠이훠이 몇 십리를 걸어 딸네집에

갔을 것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걸어 가 보고 싶었던 것- 이런 계획은 아마도 앞으로 전개될  내 삶 속에서  

시간이든 뭐든 되는대로 자식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남들만큼 아이들에게 주지 못한 게 많았던 젊은 날들,  시간이 가면서 미안한 것들이 많다.

지나온 내 삶의 의미를 후회하는 일은 전혀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불만을 갖고 비뚜른 시간을

갖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은 가득하다. 물질적이든 뭐든.

그래서 있는만큼 다 해주고 싶은,  손녀손자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할머니 마음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남편과 나- 둘만의 삶에서 수영이네 가족까지 포함되는 ,

그런 삶의 시간들이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일단 왔다 갔다하면서 정신이 없는 것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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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9.29 14:18

    첫댓글 따님이 옆에 왔으니 마음이 훨씬 위안이 되겠습니다.

  • 작성자 14.09.29 15:27

    녜 지금도 시험기간이라 조퇴하고 자는 손자녀석을 보고 있습니다. 딸은 운전연습하러 갔습니다. 시골살이 첫준비가 타고 다닐 차인 것 같습니다. 자는 손자녀석 옆에서 책 읽는 맛도 좋습니다! 비도 오구요..

  • 14.09.30 08:12

    바쁘신 분이 더욱 바빠지겠군요. 안보면 보고싶고 보면 귀찮은 것이 손자인데...

  • 작성자 14.09.30 08:47

    같이 마음 나눌 사람이 능선님 뿐인감? 좀 더 많이 생겨야 할 터인데... ㅋㅋㅋ

  • 14.10.06 15:18

    @그저물처럼 안면이 많은 집, 오선생이 사시던 집에 큰따님이 잘 내려왔네요!

  • 작성자 14.10.06 15:28

    @이산 그렇죠? 수영이가 이웃과 사귀며,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보며 너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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