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득점왕 레이스는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어느 해보다 볼거리가 풍부하다. 마그노(전북)-도도(울산)-이따마르(전남) 등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3인방과 국내파 골잡이의 자존심 김도훈(성남)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치열한 사파전을 벌이고 있다. 마그노가 22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도훈과 도도가 21골로 선두를 위협하고 있고 이따마르도 20골로 따라붙었다. 팀당 경기수가 44경기로 늘어난 덕분에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네명이 모두 20골을 돌파했다. 프로축구 출범 이후 20년 동안 한 시즌에 20골을 넘어선 선수는 89년 조긍연(20골)과 94년 윤상철(21골) 등 두명뿐이었다.
일단은 마그노가 앞서나가는 형국이지만 현재의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마그노는 실점이 적은 경기를 하는 수원, 대전, 울산, 전남의 탄탄한 수비를 뚫어야 하는 부담이 크고 시즌 막판 동네북으로 전락하기는 했지만 안양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순위를 한 계단이라도 더 끌어올려야 하는 팀의 처지까지 고려하면 마냥 골 욕심을 앞세우기도 힘들다.
반면 김도훈은 홀가분하게 골사냥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성남이 부담 없이 김도훈의 득점왕 만들기에 나설 것이 뻔하다. 대진도 무난하다. 아시안컵 예선에서의 참패로 국내파 골잡이들의 공격력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라 외국인선수들에게 득점왕 타이틀을 내줄 수 없다는 김도훈의 목표의식은 더 뚜렷해졌다.
남은 경기수로는 도도가 가장 불리하다. 성남과 전북, 전남이 각각 6경기를 남겨뒀지만 울산은 5경기뿐이다. 게다가 부천전을 제외하면 모두 부담스러운 경기들이다. 몰아치기에 능한 만큼 부천, 광주와 벌이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뒤집기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추격자인 이따마르에게는 어차피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조바심을 떨치고 부담 없이 경기에 집중할 경우 득점 레이스에 최대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시즌 최종일인 다음달 16일 전북전에서 마그노와 정면승부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