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 아라클럽 http://www.araclub.co.kr
사람을 좋아하는 저는 처음 남편이 남해에
바다가 보이는 넓은 잔디밭을 만들어 가꾸리라 할 때
차라리 거실을 크게 하지 그러냐고 했습니다.
바다를 향하여 차탁을 몇개 놓고
쑥잎, 뽕잎 덖은 차를 내거나 가을 들국화 말린 것을
차로 우려내어 나누어 마시며
오고 가시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리라 했습니다.
여행 이야기나 사는 이야기,
아슬아슬했던 순간들,
어느 나라에서의 작은 에프소드를 풀어내며
여행지에서 주워모은 작은 돌조각에서 묻어나는 추억들,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일,
그런 마음이 이렇게 돈을 받는 아라클럽으로 변해 버렸으니
세상 일은 참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손이 조금 큰 저는 무엇이나 적게는 못합니다.
자고 가시는 손님들에게 아침을 제공한다고
새벽마다 수영장 다녀오는 길에
죽을 끓일 싱싱한 굴이나 다른 조개류와 딸기, 빵과 쥬스 등을 삽니다.
그저께는 유난히 홍합죽을 많이 끓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서 비행기로 사천공항으로 와서 차를 렌트했다면서
유난히 경치가 좋은 곳에
아라클럽 간판이 있는데 B&B라고 쓰여져 있어서
혹시 숙박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아침밥을 파나
물어보려고 했다는 겁니다.
"죽이라도 드시려면 드릴 수 있어요."
식구는 두 딸과 엄마아빠 네 명이었습니다.
아들이 이리저리 휙휙 장난처럼 휙을 그은
대접시에다 검은 일식 공기 넷을 얹어
홍합 야채 죽, 우리 온실에서 기른 각종 유기농 채소에
진저 드레싱을 끼얹고
새송이 버섯과 당근을 구워 한 접시 담고
아침에 사온 싱싱한 굴에다 식초와
매실엑기스를 섞어 배랑 무친 굴회초를 드리고
빵은 각자가 구워드시라고 했습니다.
코나 커피는 늘 커피포트에 있으니까
직접 따라 드시면 됩니다.
너무나 든든한 아침식사를 했다면서 행복해 하는 그들이
더 불루카페의 데크로 나가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가 진주 지구를 봉사했을 때 기념으로 받은 도자기에 그려진 엠이마크를 보고
그 집 갑자기 큰딸이 "와! 엠이마크!" 하는 겁니다.
그분도 엠미 봉사자였는데
우리와는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는 몰랐던 것입니다.
모든 객실을 다 구경하더니 아들 방에 놓여 있는,
내가 여고 1학년 때 만든 좀먹은 침풍이 제일 마음에 든다면서 ..
가시면서 아침 식사 대금을 묻는 겁니다.
저는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는데 무언가 귀엣말로 속삭이는 말씀이
다시 오시겠다는 말씀인지
어디다가 붙였다는 말씀인지 밥값이야기에 당황하여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늘 청소를 하다가 냉장고 바깥 쪽에
냉장고 마그넷에 붙여둔 그분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간밤에는 김해에서 오신 분이 불우이웃을 도우라면서
쥬스와 커피를 마신 값이라면서
얼마를 내어 놓으셨어요.
유배문학상 상금으로 불우한 남해 학생들의 장학기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주고 가신 사랑은 그렇게 쓰여져야 할 거라 생각되는군요.
대구에서 온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는
아라클럽이 자기 꿈의 집이라면서
엄마 아빠를 졸라 기어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갔습니다.
"아라는 바다, 누리는 하늘, 미리내는 은하수.."
내가 가르쳐 준 단어들을 입으로 외우면서
"아침 식사가 참 좋으네요."
아빠도 딸의 선택을 잘한 일이라고 좋아하네요.
부산에서 오신 아기 엄마는
"굴 초무침을 어찌 하셨는지 레시피를 가르쳐 주셔요."
자기는 굴냄새 때문에 싫어했는데
이건 냄새 하나 없이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적어갑니다.
갑자기 남해로 부부 모임의 여행을 오셨던
대법원 모 판사님을 비롯한 다섯 부부님,
국민 배우 박원숙의 지인님들..
저도 없을 때 다녀 가신 루치아님,
태교 여행을 다녀 가신 세 쌍의 부부님,
한 밤만 자고 가려다 네 밤이나 자고 가신 손님,
이용후기를 잘 올려 주신 아라클럽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
새벽게 수영장 갔다가 시장보고
청소하고 손님들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니까'
"근데 왜 그리 힘들게 사셔요?"라고 말하던
꼬마 친구의 걱정도 고맙고
그리고 그동안 오셔서 아라클럽을 이용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이방을 드나드시면서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일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사실 아침에 시장을 보는 일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싱싱한 식재료로 손님들에게
맛있게 대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늘 손님으로 북적거렸습니다.
배가 부르다고 말하여도 기어이
무언가를 먹여보내야만 하는 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은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 팔자를 제가 닮았나 봅니다.
시간도 없고 힘도 들고 바쁘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에너지가 넘치는
이런 날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오늘 다녀간 내 오랜 친구들은 '
발바닥도 아프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저를
많이 안타까워하면서 비오는데 건조기라도 사라고
금일봉을 내어놓고 갑니다.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보냅니다.
저 아직도 쓸만한 기운이 많이 남았나 봅니다.
요즈음 많이 행복합니다.
포스팅을 할 시간이 없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만...
긁어보아야 눈도 꿈쩍 안하는 남편에게는 별 수 없이
제가 먼저 이 일을 행복하게 생각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어거지를 쓰고 아라클럽을 만들었으니
이런 저런 좋으신 분들을 만나는
이 만남이란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인생의 황혼기에 만난 이 분주함이
나쁘지만은 않은 느낌입니다.
누구나 어떤 일이 자기에게 맡겨지면 없던 힘이 샘솟는 법이라니까요
첫댓글 삶의 이야기를 잘 보고 갑니다
한번 가보고 싶군요.......
고맙습니다. 좋은 인연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