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 묵리 임도 그리고 미리내 가을 이야기
▲ 용인시 석포숲공원
▲ 미리내 애덕고개
▲ 미리내성지 단풍길
▲ 미리내성지 경당
▲ 고은 단풍, 푸른 하늘을 받치고...
▲ 낙엽을 날리고 그리고 가슴을 펴다
▲ 산그리메 재우며 파르르 물결이 번지다(미산호수)
=========================================================================
함께한 사람들
구달 나비잠 비와사랑 솔빛길 아그녜스 이베뜨 정유 찔레꽃 첼로 호수 그리고 이같또로따
========================================================================
아침에 서울을 떠나며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시 이야기를 꺼내며
가을이라는 계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그리고 저물어 기우는 가을의 서정 속을 거닐며
마음 안의 작은 거울을 꺼내어 자신을 비춰 보았습니다.
당신도 애써 외면했던 당신 자신을 돌아 보셨는지요?
그러셨지요. 당신도 저도요.
아버지로 부터 물려 받은 200여 만평의 산을 산림청에 쾌척한 한 남자.
이를 기꺼이 내놓기는 쉬운게 아니지요.
그뿐이 아니지요.
그 유명한 김정희의 세한도를 비롯 삼백여 점의 고가의 고서화를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지요.
선친 석포 손세기의 유지가 있었다지만 대단한 결심였겠지요.
석포(石圃),자신을 그냥 돌밭 정도로,
아니 그냥 지나칠 수도 돌 하나 하나를 큰 밭으로 일구어서
그리 호를 지었을까요.
아니면 하냥 자신을 낮추어 석포라 했는지요.
개성에서 인삼 장사를 크게 하였다던 분.
그리고 귀한 고서화를 모은 콜렉터 부친과
이를 지켜 보존하고 나아가 나라에 기부한 富者(부자). 父子(부자) 두 분께 고개를 숙였지요.
이들이 일구고 가꾼, 산길을 걸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꽈악~ 쥔 손이 아닌 손을 펴 남에게 고운 마음을 내 민
두 분의 고운 뜻이 서려있었지요.
짙은 운무 걷치는 모퉁이를 돌을 때 환하게 핀
진달래 한 송이에 우뚝 걸음을 멈추었지요.
손세기님과 손창근 두 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에는 이야기가 얹히어 더욱 길맛을 느끼고 빠져 들지요.
당신도 종종 그 맛에 집을 나선다지요?
길은 벗이고 또 자신을 돌아보고 내다보는 소중한 거울이지요.
그래서도 당신은 오늘도 배낭을 꾸려 어딘가를 다녀 왔겠지요.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 그리고 열일곱 소년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살아 있는 아름다운 고을.
이름하여 미리내라 한다지요.
작고 곱게 무리지어 밤 하늘에 수 놓은 별무리... 미리내라고 한다지요.
누군가는 이승의 삶을 마치고 밤하늘의 어느 별이 된다고 한다던가요.
미리내,거기이 거룩한 곳이라 하여 성지라 이름이 붙은 미리내 성지.
우리날 최초의 천주교 사제이자 첫 죽음.
순교라는 이름 안에 새겨진 곱고 높은 존재는 결코 과거분사가 아니지요.
현재 진행형으로 읽어저야지요.
그리고 그리고 열일곱 소년 이민식의 이야기도 잊을 수는 없구요.
밤하늘 어느 별 하나가 되어 있을 거예요.
한양 새남터 사형장에서 이곳 까지 일주일을 달려 왔던 사람.
김 신부의 영성과 믿음까지도 업고 왔겠지요.
못다한 복음과 메시지도 담아 왔을 거예요.
김대건 신부님 옆에 누어 있는 민식이라는 영원한 소년을 기억하렵니다.
그 무덤가에는 왜 그리 유독히 단풍이 고왔는지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답니다.
또 왜 그리 하늘은 하냥 맑은지요.
임도를 마치고 마지막 고개, 애덕고개를 숨죽여 넘어 넘었습니다.
信望愛(신망애) 끝의 고개 사랑의 마루, 애덕고개였습니다.
고개를 올라서 아래로 발을 옮길 적에 느낌이 있었다지요.
쏴아~시원한 바람은 성스러웠습니다.
당신도 걸음을 멈추었다지요.
내려가던 걸음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지요?
조심조심, 아니 두근두근 설레임으로 내려설 때
바람에 나부끼는 곱고 예쁜 잎들을 보았지요.
하마터면 외마디 비명을, 눈물이 왈칵 내릴 뻔했지요.
하마터면 그냥 덜썩 주저앉을 뻔도 했지요.
당신도 잠깐이지만 심정이 멎는 걸 느끼셨다지요.
이때 햇님이 방긋 미소 짓는 모습은 놓치셨다구요?
아무튼 좋아요.
과부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먹으면 체하고 욕심이 도가 넘치면 되려 손해를 본다는.
아름다운 산속 임도와 미리내의 아늑하고 숭고한 정취.
그리고 미산 호수의 은빛 물결...
오늘은 과부하까지는 아니지만 포만감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절기로 입동입니다.
가을이 기울고 겨울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하는 때랍니다.
그러나 아직은 가을이라고 우기고 픕니다.
영어로는 Fall이라고 하지요.
단순히 우리말로 옮기면 떨어지다란 말이겠지요.
떨치기가 무척이나 아쉬운 때입니다.
가을은 되돌아 봄이고 또 놓아 버리는 계절이지요.
많은 시인이 가을을 노래합니다.
그 중 앞에서 얘기한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옮깁니다.
당신의 가을, 아름답고 곱게 갈무리를 빕니다.
함께한 시간, 이 가을 그 이상으로 추억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길에서 뵈옵겠습니다.
- 2020년 11월7일 늦은 밤 이같또로따 -
----------------------------------------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
PC로 보시면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사진 있으면 문자 주시면 지워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연서를 받는 느낌입니당^^
심쿵하고 아름다웠던 길 ㅎ
오감을 만족했던 길~~~
늘
변하는것이 세상이라지만
지금 그자리에 머물고 싶음은 행복했음이겠지요ㅋ
건강유념하시고
좋은길에서 뵙길 희망합니다
짙은 문무 속에서 걷기를 시작해 맑은 가을 하늘 보며 마무리했지요.
저무는 이 가을엔 모두가 시인이 되지요. 함께한 여정,저도 보람찼지요.
아 가을~덕분에 맘껏 누리고 왔어요.수고많으셨습니다
이번 여정의 아름다운 마무린 누구보다 찔레꽃님 덕이 컸습니다.
햇살 보다 밝고 맑은 심성으로 일총, 무쟈게 수고 많으셯습니다.
꼭 가고싶은 길이었지만 집안행사로 참여치못해 아쉬웠는데 로따님 후기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애궁ㅠ 그러셨구나.저도 빅토리아님과 같이 못해 아쉽습니다.
이 가을 저물기 전에 벙개라도 처서 함께 걷기를 소망하나이다.
새로운 인연의시작
여유로움속에~~ 유머스러움속에~~
황홀한 단풍속에 빠진날~~
참 편안했던 동행이었네요
몇번반복해 읽은 가을시속에 오늘다시 빠지고~~
담길을 기대하며
멋진사진들 퍼 갑니다
만추라고 한다지요. 지금의 가을 풍광말입니다.
함께한 단풍나들이,저도 보람 가득했습니다.
아름다운 산속 임도와 미리내의 아늑하고 숭고한정취 로따님 글
딱 입니다 가을끝자락 낙엽송잎이 날리는날 최고선물
받은듯 이리 좋은글과사진을
접하니 내년도 약속해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랜만에 호수지기님과 동행하여 즐거움이 무척 컷지요.
환절기에 건강 더욱 챙기시고 보람 가득하시어요.
함께 하진 못 했지만 후기만으로도 충분하여
그 길 위에서 잠시 발을 멈춥니다
감동서린 이야기와 가을정취가 제 발목을 잡고 잠시 쉬어가라 하네요ㆍ
묵연하게
갈잎 지는 호숫가를
배회하다 갑니다ᆢ 로따님
이 계절은 잊었던, 또는 잃은 것이 떠올라 상념이 머무나 봅니다.
이 후기를 보시고 배회를 하셨군요.낙엽 한 잎 휘돌진 않았는지요.
묵상하며 걷는 미리내 임도길 ~
나의 신앙을 되돌아 본 길~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계절의 동사는 돌아 보다가 아닌지요? 그리고 내려놓는 시절이구요.
고운 마음으로 걸으셨나 보아요.아름다웠던 길이라 하시니...
함께여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귀한글과 멋진사진 감사합니다~
다음에 뵈오면 두번 째 만남이겠군요. 짬나시는대로 함께하셔요.
결코 다리 운동만이 아닌, 정신 운동에도 큰 효험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