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적신 모차르트 선율, 존 배리와 ‘Out of Africa’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Mozart Clarinet Concerto Adagio) ✱영화 ’Out of Africa’ 삽입곡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아침까지 내 곁에 있어 줘요) ◼다나 위너(Dana Winner)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편곡
◀I had a Farm in Africa (나는 아프리카에 농장이 있었지) ◼존 배리(John Barry) 작곡
✱‘Out of Africa’ Main Theme
◀Como Primavera(봄처럼) ◼IL DIVO
◉ 기온이 떨어지면서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 새벽에는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낮에도 0도에서 오르내리는 기온으로 눈이 계속 내릴 모양입니다.
올해 가을에 들어 사실상 첫눈인 셈입니다.
포근한 가을 날씨로 예년보다 다소 늦은 지각 첫눈입니다.
◉ 적도(赤道)의 나라 아프리카 케냐에도 겨울이 있고 눈이 내릴까?
적도의 나라라 얼른 생각하면 엄청나게 더울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계절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도 사계절은 분명히 있습니다.
북반구와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6월에서 8월까지가 겨울입니다.
다만 눈은 내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침저녁이 쌀쌀하고 그늘은 서늘한 겨울입니다.
그곳 연평균 기온이 의외로 16도 전후 밖에되지 않습니다.
해안 쪽은 무덥지만 건조한 내륙 평원 쪽은 사람이 살만합니다.
◉ 여기는 지금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첫눈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그곳은 지금 봄이 끝나가고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케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눈 내리는 늦가을에 영화와 영화음악을 통해
늦봄의 그곳 대평원을 한번 다녀와 봐도 괜찮을 듯해서입니다.
◉ 그곳은 잘 알려진 영화 ‘Out of Africa’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1985년 만들어져 아카데미상 7개를 쓸어갔던 화제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덴마크의 소설가카렌 브릭센(Karen Blixen)이 케냐에서 지냈던
그녀의 삶과 아프게 끝난 사랑을 담아 쓴 자전적 소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안방극장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됐습니다.
그래서 한 번 이상 본 사람이 많지만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만큼 잘 알려진 영화입니다.
영화를 다시 보거나 음악을 다시 들어도 별로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반갑습니다.
◉ 제목 ‘Out of Africa’는 ‘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New’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는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1세기 로마 시대 박물학자이자 작가인 플리니우스(Plinius)가 했던 말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가장 새로운 것은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던 존 배리(John Barry)가 아프리카에 심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음악을 따라가며 영화 이야기를 펼쳐봅니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입니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맡은 여주인공 카렌(Karen)이나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맡은
데니스(Denys) 모두 실존 인물입니다.
카렌이 쓴 이 자전 소설은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차례나 오를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모험가이자 비행사인 데니스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생겨나는 데 동기를 부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처럼 잘생긴 그는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 커피 농장을 운영하던 카렌과 데니스가 케냐에서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 사랑의 매개체로 모차르트의 음악이 한 역할을 합니다.
데니스는 글 잘 쓰는 카렌에게 두 가지를 선물합니다.
만년필과 태엽 축음기입니다.
전기 없이 들을 수 있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온모차르트의 음악은 아프리카 들판을 적시고
두 사람의 마음을 적셔 사랑에 빠지게 만듭니다.
바로 존 베리가 고른 절묘한 음악,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Adagio입니다.
1910년대와 1920년대 문명과 동떨어진 아프리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실제로 들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의 축복에 가깝습니다.
◉ 이 음악은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작곡했습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작곡했지만 그 고통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맑고 우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밝고 화려하게 전개되다가 우수에 찬 듯 애틋하고 슬픈 전개 속에 모차르트의 마지막 삶이 녹아 있는 듯합니다.
존 베리가 이 음악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선율 속에서 여주인공 카렌 삶의 그림자를 엿봤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하다가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빈 궁정악단의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같은 프리메이슨 동지였던 안톤 스테들러(Anton Stadler)가 궁핍한 모차르트를
도와주기 위해 작곡을 의뢰했습니다.
원래 목관악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모차르트는 스테들러 덕분에 표현의 폭이 넓은 클라리넷의 매력을 알게 됐고
불후의 명곡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게 됐습니다.
◉ 이제 그 음악 속에 영화의 장면을 담아봅니다.
엄청나게 무리 지어 나는 홍학 무리가 장관입니다.
높이 270여 미터의 웅장한 3단 폭포 카루루 폭포도 볼 만합니다.
음악만큼이나 아프리카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영상미가 아름답습니다.
7분이 넘는 비교적 긴 영상과 음악을 따라가 봅니다.
The Cleveland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Rjzf_cWzlp8
◉ 카렌은 문제 많았던 남편과 이혼하고 데니스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데니스는
구속받기 싫어하며 이를 거절합니다.
그래도 데니스가 옆에 머물러 주기를 원하는 카렌의 간절한 마음을 존 배리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편곡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벨기에의 국민가수 다나 위너(Dana Winner)의 목소리에 실린 애절한 노래입니다.
영상 속에는 데니스가 카렌의 머리를 감겨주는 이 영화의 명장면도 들어 있습니다.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아침까지 곁에 있어 줘요)입니다.
https://youtu.be/H-w_5pnQ5po
◉ 카렌의 이야기는 ‘나는 아프리카에 농장이 있었지’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커피 농장을 말합니다.
존 배리는 바로 이 말, ‘I had a farm in Africa’을 제목으로 내세운 테마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아프리카 자연과 어우러지는 멜로디는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때로는 장엄함과 웅장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존 배리의 메인 테마 음악입니다.
https://youtu.be/SMa7ymgHkpE?si=RDTv34-jhWrmftnw
◉ 카렌은 데니스의 청혼 거절에다 커피 농장의 운영까지 어려워지자 케냐를 떠나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라는 데니스의 메시지 탓인지 카랜은 가진 것을 모두 원주민들에게
나눠주고 가방 하나만 들고 떠나려 합니다.
그런데 바래다주겠다며 배웅하러 오던 데니스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지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 데니스의 묘지에는 두 사람의 인연을 만들어 준 사자가 어슬렁거립니다.
카렌은 그곳에서 데니스와 작별하고 쓸쓸하게 아프리카를 떠납니다.
아프게 끝난 그들의 사랑이지만 둘이 사랑할 때는 겨울이 끝난 뒤 봄과 같은 짧은 사랑을 했습니다.
그 장면들이 담긴 영상에 크로스오버 4 중창단 일 디보(IL DIVO)가 그들의 사랑에 축복을 보냅니다.
‘Como Primavera’(봄처럼: Like Spring) 그들의 2006년 앨범 ‘Siempre’에 담긴 이탈리아어 노래입니다.
https://youtu.be/U0dZj4c8IBg?si=1-KDz7ERAl9c9sQj
◉ 데니스에게 만년필을 선물 받았던 카렌 블릭센은 덴마크로 돌아가 열심히 글 쓰며 작가로 활동하다
일흔일곱 살인 1962년 세상을 떠납니다.
케냐 나이로비 그녀가 살았던 집은 지금 그녀의 흔적을 담아 박물관이 돼 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로 그 집입니다.
케나 정부가 국립으로 그곳을 그녀의 박물관으로 만든 것은 케냐인에게 보인 그녀의 남다른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보입니다.
◉ 그녀의 탄생 백 주년에 맞춰 1985년 영화가 제작됐습니다.
그리고 존 배리에 의해 상징적인 모차르트 음악이 등장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나이로비의카렌 박물관에 가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아다지오가
은은하고 아련하게 울려 퍼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