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동백에 있는 높은 뜻 하늘 교회에서 참 오랜 만에 설교를 합니다. 최근에 날기새에서 다루었던 말씀을 다시 한 번 다듬었습니다. 주일 날 교회를 가고 설교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적 소풍가기 전날 처럼 설레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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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랜딩
시 90:1-12.
1.
작년 4월 15일 병원에서 암을 발견한 후 수술도 하고 항암도 하면서 1년을 지냈습니다. 지금은 수술로 암을 제거한 후 몇 달에 한 번 씩 재발 되지 않았나를 지켜보면서 지내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건강을 많이 회복한 상태입니다.
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하고
힘든 항암을 하면서
아무래도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는 걸까?'였습니다.
크게 무서운 것은 아니었는데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2.
나도 죽는다는 걸 그 동안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는 일로 생각했었는데
죽음이 현실로 실감나게 바로 내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항암을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들게 했습니다.
석 주에 한 번 씩 항암 주사를 맞았는데
항암 주사를 맞은 후 두 주간은 구토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먹질 못했습니다.
먹지 못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자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몸무게도 무서운 속도로 줄었습니다.
힘이 없어 두 번이나 졸도를 했었습니다.
구토 없이 먹을 수 있고
하루 몇 시간 만이라도 깊은 잠을 자는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잘 먹고
잘 자는게 얼마나 소중한 일이고 행복한 일인가를 뼈저리게 깨닫는 기간이었습니다.
3.
지금은 우선 보이는 암은 다 제거 된 상태이고 암의 치료를 위한 치료를 위하여 먹는 표적치료제도 아마 한 달 정도만 더 먹으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5년이 지나면 병원에서 완치판정을 내려준다고 하는데 다시 재발될 확률이 꽤 있고 재발되면 그 때부터는 정말 힘들고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합니다.
저도 이제 70이 되었습니다.
요즘 70은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70은 70입니다.
그런데다가 암 까지 걸린 상태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현실 감각이 보통 사람들보다는 많이 예민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제법 지혜로워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4.
파스칼이라고 하는 철학자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은 갈대처럼 나약한 존재이지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능력은 지혜 즉 생각하는 힘에 있습니다.
인간에게서 지혜를 뺀다면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가장 나약하고도 열등한 동물에 속할 것입니다.
지혜는 어디서 올까요?
어디서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성경은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하나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때 지혜를 얻는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때 인간은 어리석어 집니다.
치명적으로 어리석어 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때 인간은 지혜로워 집니다.
늘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를 얻고 그 지혜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실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오늘 본문은 모세의 시편입니다.
모세는 오늘 본문 12절에서 지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남은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죽음을 생각하고 인지할 때 인간은 선해지고 지혜로워집니다.
죽음을 잊을 때 인간은 악해지고 어리석어 집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죽음
즉 남은 날 계수함을 통하여 우리는 지혜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5.
목회를 하면서 늘 은퇴를 생각했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은퇴를 생각했습니다.
모시고 섬겼던 어른 목사님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은퇴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은퇴해야지 하는 생각을 평생하며 살았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은퇴를 욕심내니 어떻게하면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회를 할 수 있을것인가가 보였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회를 해야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은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 생각과 욕심이 은퇴를 하면서 크게 추한 꼴 안 보이고 무사히 목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높은 뜻 숭의교회를 개척했을 때 제 나이가 51살 이었습니다.
한 참 때였습니다.
목회가 바람에 돛을 단 것처럼 쉽게 풀렸습니다.
마음 먹고 생각한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목회가 풀렸습니다.
그 때 어느 기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제게 물었습니다.
목사님이 제일 많이 기도하시면서 준비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이냐고?
제가 숨도 안 쉬고 대답했습니다.
'은퇴입니다'
6.
등산가는 올라갈 때 내려 올 준비를 하고 올라갑니다.
정상에 서는 순간 하산을 준비합니다.
하산이 등산보다 더 어렵고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등산에 성공했다고하여도 하산에 실패하면 실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올라만 가다보면 하산에 실패한 등산가처럼 될 겁니다.
뜻밖에 등산에는 성공하고 하산에 실패한 목회자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하산의 실패가 자기 개인의 실패로만 끝나지 않고 자신이 섬기던 교회와 한국 교회에 까지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소프트 랜딩을 생각하며 목회했습니다.
은퇴가 저 개인에게와 섬기던 교회에 충격이 되지 않기를 위해서 이런저런 준비를 했었고
하나님의 은혜로 은퇴가 저 개인과 교회에 큰 충격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소프트랜딩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7.
이번에 암을 앓으면서
내가 목회의 은퇴는 제법 일찍부터 제법 치밀하게 준비했는데
보다 중요한 삶의 은퇴 즉 죽음의 준비는 치밀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삶이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삶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여
은퇴의 날에
죽음의 날에 아름답게 은퇴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무사히 소프트랜딩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름답게 뷰티플랜딩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할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8.
남은 삶이 길지 않다는 것을 당황스럽게 실감하면서
깨달은 가장 귀한 것 중의 하나는
삶이 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짧으니까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길 때 보다
많이 남았을 때보다 더 귀한 삶인 것입니다.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쓸데 없는 짓 말아야겠다.
시간이 없다.
욕심부리지 말자.
이 땅의 것에 대해 연연해하지 말자.
화내지 말자
성내지 말자
짜증내지 말자
미워하지 말자
허송세월하지 말자
재미있게 살자
행복하게 살자
즐겁게 살자
사랑하며 살자
착하게 살자
베풀며 살자
섬기며 살자
도우며 살자
예쁘게 살자
9.
수술을 받고 올라 온 날
하나님이 이사야 40장 1절의 말씀을 마음에 주셨습니다.
'내 백성을 위로하라'
항암을 시작하면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암에 걸린 분들을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시작한 방송이었습니다.
'날마다 기막힌 새벽'
그리고
CMP (Comfort MY People) 집회도 시작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습니다.
날마다 기막힌 새벽을 들으시고
말기 암 고통 중에도 빠지지 않고 포천에서 cmp 집회에 오시던 분께서
지난 2월 하나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그 딸이 제게 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날마다 기막힌 새벽과 cmp 집회 때문에 마지막 고통의 시간들을 천국처럼 지내시다 가셨습니다.'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조금 힘이 들어도 방송을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암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프로그램을 몇 개라도 더 개발하여 섬기려고 합니다.
제가 양평에서 항암 중에 요양을 하고 있을 때
제법 많은 암 환우들이 제가 있는 곳을 찾아 오셨습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위해서 기도해 드리면 그렇게 좋아들 하셨습니다.
카페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 교육도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만 되면 카페 나가 앉아
차도 만들고
서빙도 하고
암 환자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기도도 해주는 일을 사역처럼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만해도 흥분이 됩니다.
며칠 전에는 너무 흥분이 되어서 밤에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앉아서 이런저런 계획들을 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10.
암을 통하여 저는 저의 남은 날을 계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삶이 참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쓸데 없는 짓 하면서 보낼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짜증내고
미워하고
화내고
싸우고
다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쁘고
즐겁고
행복하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다가
하루를 살아도 천년처럼 살다가
하나님 오라 하시는 날 예쁘게 랜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1.
말씀을 마치려고 합니다.
저만 죽지요?
저만 얼마 남지 않았지요?
여러분은 죽지 않으시지요?
암에 안 걸렸으니까?
그래봤자
10년 20년 차이입니다.
그래봤자 저보다 기껏해야 몇 십년 더 사실지 모릅니다.
그래봤자입니다.
생각처럼 긴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떠날 세상인데
영원히 사는 삶도 아닌데
쓸데 없는 욕심 부리며
그것 때문에
화내고
죄짓고
미워하고
싸우고 산다는 게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입니까?
남은 날을 계수해 보세요.
암에 걸린 저나
암에 걸리지 않은 여러분이나 별 큰 차이 없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소중한 삶
아름다고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을 위하여 잘 사용하다가
하나님 오라 하시는날 예쁘게 아름답게 뷰티플 랜딩 할 수 있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실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첫댓글 아멘ㅇ ^^
아멘
샬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