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추를 징벌한 설악산 산신
설악산 봉정암에 한 동냥중 땡추가 와서 주인으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 노거사가 백일기도를 하고자 봉정암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자지도 않고 아랫목에 앉아서 기도하였는데, 그 노거사가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동냥을 해서 술과 고기를 먹고 바람을 피우는 땡추중들이 많은 때였습니다.
어느 날 이 땡추중이 출타했다가 보름 후에 돌아오더니 잠에 곯아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 일어나더니 중얼거렸습니다.
"에잇! 꿈도 고약하다, 고약해."
"무슨 꿈을 꾸었습니까?"
"아, 수염이 하얀 영감이 오더니 나를 보고 단단히 나무라면서, '네가 계속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우리 집 개를 보내겠다'고 하지 않겠소?"
노 거사는 이 땡추가 어디 가서 나쁜 짓을 하고 온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여, 이튿날 아침을 먹고 땡추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래도 좋지 못한 짓을 하는 모양이니, 이제라도 아주 끊으십시오. 여기 설악산 산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 다음에 또 막행(莫行)을 하면 정말 개를 보낼 것이니 조심하시오."
"꿈이라는 것은 본래 헛것이요.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땡추중은 듣지 않고 며칠 후에 또 다시 나갔다가 보름만에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녁, 노 거사가 아랫목에 앉아 있고 땡추중은 옆에 누워자는데, 밤 열두 시쯤 되자 밖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크게 나더니 와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무엇인가가 땡추중을 데꺽 집어내어 버렸습니다.
순간적인 일에 노거사는 혼이 나가 기도도 잊은 채 한동안 멍청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야 등불을 밝혀 절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마당 한 쪽에서 사리탑 쪽으로 올라가는 곳에 삐딱하게 누워 있는 큰 바윗돌에 피가 묻어 있고 대소변을 본 흔적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노거사는 손발을 덜덜 떨며 오세암으로 내려갔습니다.
봉정암에서 약 십오리쯤 내려가면 수석이 좋은 곳이 있는데, 그 곳에 땡추중의 시신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목은 목대로 떼어 바윗돌 위에 조각품 모양으로 얹어 놓았고, 사지를 찢어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장자는 창자대로 여기저기 나무에 걸어 두었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땡추중의 육신을 먹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것을 본 노거사는 주저앉아 정신을 못차린 채 얼마를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오세암으로 내려가 스님들을 데리고 와서 화장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호법신장(護法神將)이 응징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일타큰스님의 '윤회와 인연이야기 모음집' <시작도 끝도 없는 길> 민간에 전해지는 인과윤회담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