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맵네”… 14년만에 최대폭 13.1% 뛰어
작년 하반기 출고가 인상 영향
소비자 “간편한 한끼, 가격 부담”
잼 35.5%, 치즈 21.9%, 빵 11.5% 등
먹거리 물가 급등에 서민경제 휘청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 동월 대비 13.1%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뉴스1
대학원생 조모 씨(27)는 최근 라면을 사러 주말이면 대형마트를 찾는다. 그간 편의점에서 라면을 한 봉지씩 사곤 했지만 최근 가격이 부담돼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해 집에 비축해놓는 것. 그는 “급하게 한 끼 해결할 때 만만하게 먹던 라면 가격이 편의점에서 개당 2000원 안팎에 이르며 부담이 됐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하는 공해영 씨(46)는 최근 종업원이 7명에서 5명으로 줄었지만 추가 채용은 못 하고 있다. 고기 값은 물론이고 식용유 등 식재료 값이 올 들어 10∼20% 오르며 적자만 면하는 수준인데 손님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진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설탕 값도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인건비를 더 쓸 순 없다”고 했다.
최근 물가 상승이 다소 둔화됐지만 라면 등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체감 물가가 계속해서 치솟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 동월 대비 13.1% 올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으로 둔화됐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세부 품목 112개 중 31개(27.7%)는 물가상승률이 10%를 초과했다. 잼(35.5%), 치즈(21.9%), 피자(12.2%), 두유(12%), 빵(11.5%), 햄버거(10.3%) 등 순이었다.
최근의 라면 값 상승은 지난해 단행된 라면 출고가 인상의 여파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에서 출고가 상승 전 매입한 재고가 소진되고 인상된 출고가로 매입한 라면이 판매되기 시작하며 통계에 반영됐다”고 했다.
실제 라면업계는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을 비롯해 환율, 인건비, 에너지가격 등의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지난해 9월 출고가를 평균 11.3% 올린 것을 시작으로 라면 4사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10월 오뚜기와 팔도가 제품 가격을 각각 11.0%, 9.8% 올렸고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평균 9.7% 인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았던 원맥(밀가루의 원료) 국제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지만 국내 밀가루 공급가격엔 거의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제분업체가 지난해 올랐던 밀가루 가격을 유지해 원가 부담이 줄지 않았다”고 했다.
제분업계는 6개월가량 원맥을 미리 구매하는 특성상 밀가루 공급가를 즉각 인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4월경부터 원맥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라면업체에서 밀가루 공급가 인하 요구가 이어져 비공식적으로 할인해주고 있다”고 했다.
올 들어서도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상승이 이어져 체감 물가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바게뜨는 2월 ‘후레쉬식빵’ 등 95개 품목의 판매가를 평균 6.6% 인상했다. 미스터피자도 2월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피자 등의 가격을 최대 40% 올렸다. 동원F&B는 1월부터 치즈와 크림 등 유제품 50여 종의 공급가를 평균 10% 인상했다.
설탕 등 다른 주요 원자재의 국제 가격도 여전히 불안해 추가 인상 요인이 여전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설탕가격지수는 전월(149.4)보다 5.5% 상승한 157.6으로 올해 1월 가격지수 116.8과 비교하면 넉 달 동안 34.9% 상승했다.
오승준 기자, 조응형 기자, 송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