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콘비니’로 불리는 편의점(Convenience Store)은 일상에서 생활필수품과도 같은 존재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식품류 외에도 담배, 생활용품 등 일상 생필품을 취급하고 있다. 또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설치돼 현금을 찾을 수도 있으며 장소에 따라서는 택배 발송, 복사와 사진 출력까지 가능할 정도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경제신문 조사에 따르면 2014년도 기준으로 일본의 전체 편의점 수는 약 5만6,000개, 연간 매출액은 10조1,718억 엔에 이른다. 이런 일본 편의점 업계가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의 포화 수준이라고 말하는 5만개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국가 중에서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베트남이다.
인구 9,250만 명의 베트남은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전자상거래 등 현대식 유통시장 비율은 25%로 매우 낮다. 수도 호치민의 편의점은 약 400개에 불과하고 자국 편의점 기업은 숍&고(Shop&Go)가 유일하다. 여기에 2013년 6월 외자 소매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따라 면적 500평방미터 미만 소규모 점포는 출점 심사가 면제된다. 이런 베트남의 높은 잠재성에 주목한 미국의 서클K는 이미 지난 2월 100호점을 열었고, 올해 말까지 추가로 50개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일본 패밀리마트와 공동 투자했던 태국의 유통 대기업 벌리저커(BJC)는 패밀리마트와 투자 관계를 정리한 후 비마트(B's mart)로 이름을 바꿔 편의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일본을 비롯 세계 16개국에 5만6,439개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최대기업 세븐&아이홀딩스는 2017년 호치민에 1호점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세븐&아이홀딩스의 미국 자회사인 세븐일레븐과 편의점 운영업체 세븐시스템베트남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3년 안에 100호점, 10년 안에 1,000호점을 각각 개설할 예정이다. 그동안 해외 편의점 진출에 있어 미국 자회사가 권리를 행사해 왔으나, 이번 베트남 진출의 경우 일본에서 직원을 파견해 도시락 등 독자 기획 상품의 개발 기법과 최적의 온도 관리 등 유통 물류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성장 시장인 베트남에 ‘일본류(日本流)’를 불러일으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간층의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계 편의점은 미니스톱과 패밀리마트 2개였으나, 이번 세븐일레븐의 가세로 3파전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 최초로 2009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패밀리마트는 현재 71개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2011년에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17개의 편의점을 운영 중인 미니스톱은 지난 4월 현지 편의점 컨설팅업체인 Vinh KHANH Consultancy(VKC)를 8억3,800만 엔에 인수했다. 또한 현지 자본으로 설립된 미니스톱베트남과 지역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종합상사 소지쯔와 편의점 사업의 공동 전개에 나섰다. 조달, 물류, 점포 개발 등 편의점 인프라 지원 업무도 하고 있는 소지쯔는 미니스톱 편의점의 강점인 패스트푸드점과의 융합 점포 운영을 살려 편의점 수를 3년 안에 200개, 10년 안에 8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미국 서클K와 2013년 합작으로 편의점 관리업체 서클K아시아를 설립했던 서클K산쿠스는 지난 7월 합작 관계를 해소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이유는 모기업인 유니그룹홀딩스가 패밀리마트와 경영통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발간 International Trade 월드링크 ‘일본편’ 201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