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시라노 캐스팅은
홍광호 / 최현주 / 임병근 / 이창용 / 김대종
뮤지컬 초짜라서 아직 많은 걸 보지는 않았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를지 모르겠다는 점 미리 언급하고 갈게.
1. 좌석 시야 및 음향
나 lg 아트센터는 처음이엇는데 진짜 너무 좋았어. 내 좌석은 8열 왼쪽이었고 몇몇 예외 케이스를 제외하고 보통 내가 10열 내외에서 보는 편이었는데 역대 앉아본 곳 중에서 제일 무대가 잘 보였어. 배우 얼굴 표정 하나하나 보는데 무리 없을 정도. 그리고 무대 장치 때문에 가려지는 부분도 별로 없었어. 되려 왼쪽에 시라노가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서(기분탓일지도 모름) 만족함.
음향도 정말 좋더라.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던 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얘는 음향 때문에 일부러 가까이가 아니라 듣기 좋은 자리 찾아갔었는데 가수의 고음을 감당 못해서 깨졌었음 ㅋㅋㅋㅋ 그게 인상에 깊게 남은 뒤에 처음으로 본 공연이라서 그런지 진짜 음향에 감동하고 나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지만 배우가 아무리 강하게 불러도 음 깨지는 거 하나 없고 그냥 온전히 감동할 수 있어서.
2. 내용
개비추. 시라노라는 인물에 대해선 불만이 없어. 진짜 자존심 강하고 사랑에서는 소심하면서도 상대만을 온전히 생각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여주인공을 그냥 뇌가 없는 것 같은 철없음으로 만들어버렸어. 뭐, 당신네 부대에 들어간 내 사랑을 잘 부탁해요 정도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슨 시라노가 시다바리도 아닌데 자기 애인한테는 부탁하지 못한 걸 모두 시라노에게 부탁해버림. 애인이 편지를 자주 썼으면 좋겠다면 애인한테 직접 부탁해야 하는 것 아님? 애인이랑 같이 전쟁 나가는 자기 소꿉친구한테 내 애인이 편지를 많이 쓰도록 해주세요라고 하는 대신? 부탁하는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림. 그리고 얘가 머리가 아예 안 돌아가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은데 보고 있으면 머리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 것도 기가 막힌 재능이라고 생각함. 나름 머리를 쓰는 장면이 두세 번 나오기는 해. 1. 가스콘 부대가 출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시라노에게 복수하는 방법 알려주는 장면 2. 신부님한테 거짓말 해서 크리스티앙이랑 결혼하는 장면 3. 전쟁터로 오면서 물자를 싣고 오는 장면 그런데 셋 다 록산의 지혜가 아니라 이기심의 극치를 더 크게 드러낸다고 생각함. 1은 제 애인 살리겠다고 시라노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존심을 가져다가 팔아버린 기분이고 2는 결국 수습하는 건 시라노를 시켜 먹는 거고 그래서 피해는 온 가스콘 부대가 다 입고 3은 빵집 주인만 그것에 대한 크래딧을 가져가고 록산은 그냥 아 몰라 애인 보고 싶어 나 여기서 안 나갈 거야 ㅠ 하는 걸 보는 기분? 데스노트 미사미사보다 더 짜증나는 캐릭터는 오랜만이었어. 이렇게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2 같은 경우에는 분명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느낌도 나지만 줄리엣한테 짜증나본 적은 없거든, 내가. 앞에서 얘가 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해봐. 마음에 안 들어. 더 표현해봐 이런 것도 좀 웃겼고.
또, 시라노랑 크리스티앙 둘 다 어처구니 없는 게 왜 둘 중 하나를 록산이 선택한다고 가정해버리는 거지. 록산이 니들이 날 갖고 놀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뺨 때리고 다른 남자 찾으러 간다는 전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나? 내가 록산이면 배신감에 둘 다 발로 걷어찼다. 록산의 선택권이 시라노랑 크리스티앙만 있다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음. 그나마 시라노는 록산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노력하니까 그냥 그렇다고 쳐도.... 크리스티앙은 그냥 좀 잘생긴 병풍 아니냐고 ㅎ 능력도 없고 내가 문학적 능력이 부족해서 굳이 대필을 해서 여친을 사귀어야 한다면 편지 배달 정도는 직접 한다. 시라노한테 완전히 맡겨두는 게 아니라 적어도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썼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먼저 조심스럽게 부탁도 해보고. 완전 떠먹여 주는 거 그대로 받아 먹는 무능력한 남자주제에 왜 나는 록산을 사랑해요 징징.
2부의 마지막에 가서 내용이 더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는데 시라노는 이런 사람이에요 하고 주위 사람들이 논평하는 거 웃겨 죽겠음. 내 기준 시라노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다가 다들 자기가 맞대. 누가 나를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하면 진짜 꼴도 보기 싫을 것 같은데. 특히 록산이 그러는 것 짜증났음. 자기가 누굴 사랑하고 있었는지 14년동안 모른 걸로 묘사되면서 누가 누굴 이해해 ㅎ....
시라노도 자기 죽기 전에야 록산한테 사실 네가 사랑하던 거 나임이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이 행동했는데 이해는 됐어. 마지막인 거 본인이 알고 있는데 마지막의 마지막이라도 알리고 싶었겠지. 근데 왜 하필 록산을 14년간 슬픔 속에 빠지게 만들고 나서 또 다시 절망을 안겨주는 시점인지 ㅠㅠㅠ 이해는 하면서 차라리 그냥 입다물고 가지 싶었던 부분이었음. 그 대단한 자존심이 역시 록산 앞에서는 무너진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건가....
여튼 내용은 개비추 비추 씨발 비추 이게 영화였으면 보는 사람마다 다 뜯어 말렸음.
나는 2 막부터 뒷목 잡고 봤는데 또 울면서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
3. 배우
(1) 홍광호 / 시라노 역
내용적으로 비추지만 뮤지컬 자체를 비추할 수 없는 이유. 연기하는데 눈에서 꿀 떨어짐. 노래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자신감 넘치는 시라노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작아지는 시라노의 감정 둘 다 표현을 너무 잘했어. 홍광호 배우의 그 엄청난 성량을 잘 살리는 노래가 많았고 충분히 다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이었다고 생각해.
또 마지막 넘버 같은 경우에는 14년이 지나고 시라노가 나이가 들어서 나오는데 연기하는 목소리 뿐만 아니라 노래하는 소리도 바뀌더라. 어떤 뮤지컬 배우라도 그렇게 했을지는 모르지만 변한 목소리 또한 성량이 죽지는 않아서 역시 홍배우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 뮤지컬 보는 내내 홍광호만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ㅠㅠㅠㅠ
(2) 최현주 / 록산 역
연기력 괜찮았고, 노래도 괜찮았음. 예쁜 고음으로 부르는 게 록산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다만 이상하게 홍광호 배우와 듀엣은 좀 아니더라. 크리스티앙 역의 임병근 배우하고는 잘 어울렸고 크리스티앙도 홍광호랑 듀엣하는 건 잘 어울렸는데 록산하고 시라노하고 둘이서 부르는 Summer in Bergerac을 들어보면 록산의 목소리가 확실히 더 튀었어. 홍광호 배우가 묻힐 소리는 아닌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네.
(3) 임병근 / 크리스티앙 역
키가 매우 크셨다! 진짜 감상이 이거임 ㅋㅋㅋㅋ 홍배우님 키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임병근 배우가 너무 커서 시라노가 크리스티앙인 척 할 때 좀 웃겼어 ㅋㅋㅋ 거의 190은 되실 것 같던데 누가 봐도 다른 사람 ㅋㅋㅋㅋㅋ 배역에 어색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서브 주인공이라기엔 비중이 좀 적은 편이라서 뭐라고 적을 게 많이 없어 ㅠ
(4) 이창용 / 드기슈 역 김대종 / 르브레 역
두 분 다 역할에 잘 어울렸어. 연기를 굉장히 안정적으로 하심. 다만 진짜로 넘버가 별로 없어서 뭐라고 할 게 없다....
(5) 앙상블
진짜 좋았어 이분들은. 내가 앙상블이 마음에 들던 국내 뮤지컬이 없었거든. 최고의 호화 캐스팅이라던 데스노트의 경우에는 최악의 앙상블로 기억하고 다른 뮤지컬들도 어느 하나 앙상블이 마음에 드는 게 없었는데 시라노 같은 경우에는 가스콘스가 차애 넘버일 정도로 앙상블이 괜찮았음.
4. 총평
내용 : ☆ 도 아까움...
배우 : ★★★★★
넘버 : ★★★★☆
재관람은 하겠지만 오직 홍광호 배우를 다시 보기 위해서일 뿐
첫댓글 후기 넘나 공감돼서 계속 웃으면서 읽엇엌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잘읽엇어 여시얌!!!!
갠적으로 홍광호 연기 별로 잘한다구 생각하진 않고 목소리로 먹고 들어가는게 넘x1000 엄청나다고 생각하는뎈ㅋㅋㅋㅋ 와 근데 시라노는 진짜 홍광호가 모든 넘버를 씹어먹더라 넘 노래 잘해서 자꾸 헛웃음 치면서 보게댐,,
공감 ㅋㅋ 록산 진짜 아오......... 홍광호 노래 처음들었는데 왜 홍광호홍광호 하는지 알겠더라 혼자 목소리가 4DX임...
ㅋㅋㅋㅋㅋㅋ아씨 나 이거 넘 보고시픈데 배우때매 ㅋㅋㅋㅋㅋ ㅜㅜ 한번 보고 깔까 생각중ㅋㅋㅋ잘읽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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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음에 보는 건 홍광호 린아야! 기대 된다 ㅎㅎ 물론 노래만
난 차라리 몬테가 나았을정도 ㅋㅋㅋㅋ
나는가스콘스최애넘버ㅠㅠㅠㅠ듣고나서소름돋았어ㅋㅋㅋㅋ내용은진짜비추인정ㅋㅋㅋㄱ
스토리는 뭔가 부실한데 홍광호가 다 커버침ㅋㅋㅋ
내가 본 회차는 최현주님이 생각보다 성량이 좋지는 않았어ㅜㅜ
아 나도 홍광호꺼로 보고팠는데...시간이 안됐어ㅠㅠ
나는 류라노 봤는데 사실 홍 보고싶던거 시간안맞아서... 근데 내용진짜 개노잼 나 좀 졸았어;; 그리고 저 남자 둘이서 여주 농락한거 맞음 ㅡㅡ 지네가 뭐라고 짜증나게.. 홍으로 보고싶긴 한데 극 자체가 너무 내기준 별로라 보고싶지가 않아.... 재연 안올라올거같으니 봐야하나... ㅠ
아 나 아는 언니도 이거 비추하던데 진짜 홍광호때문에 보고싶다ㅠㅠㅋㅋㅋ 내용이 그렇게 별로라니.......진짜 고민해야하네 ㅠㅠㅠ
앙상블 진짜 존나 ㅇㅈ 개잘불러
류하나믿고 예매햇다가 보고 나오면서 아... 이러고 숙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는 다들 잘해... 노래는...
나 류 린아 기다리는데...여주 넘 민폐캐라 그래서 후기 다읽고 린아로 예매함..어휴..기대안하고 봐야겠냄..
홍은 작고 소중한걸로 유명햌ㅋㅋㅋㅋ 나도 홍라노 봤는데 회전문까진 아니고 한번은 볼만한 뮤지컬이라는 생각들더라 ㅋㅋㅋㅋㅋㅋ
여시말 다 받는다ㅋㅋㅋㅋ 내용 의아한 부분 많았는데 난 노래도 좋고 배우들도 좋아서 한번 더 보러간다ㅠㅠㅠ
홍이 멱살잡고 끌고가는 극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는 최현주 배우님보다 린아 배우가 더 좋았어!!!! 홍이랑 듀엣도 잘 어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