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과 인간
작성자 미에코
상쾌한 아침을 뒤로하고
드래곤 두 마리도 모두 짐을 챙기고 배에서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과연 운디네 시티답게 입구 부터 상쾌한 바다 내음과
싱싱한 해산물 향기가 풍겨왔다.
쉽게 말하자면 생선 비린내가 진동했다,
라는 얘기가 된다.
"윽, 해산물이 많은 것도 괴롭구나."
"지역 특성인데 뭐라고 할 순 없잖아."
"생선 부채 부적씨는 고향을 만나서 기쁜 모양이네요."
카인이 새롭게 선보인 생선 부채 부적은
아까는 각설이 같이 입고 부채도 허름한 걸 들고 있었던 데
비해서 이번에는 정장을 차려입고 부채도 고급스러웠다.
그 부채에는 '그렇습니다요' 라고 써있었다.
"......말투는 여전하군요."
다른 생선 부채 부적에는 '고치겠습니다' 라고 써있었다.
"카인, 그거 총 몇 개나 있는거에요?"
"글쎄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 생선 부적 부채씨의
가족들만 해도 꾀 많아서요."
가족들이라 하면 대충 이런 뜻이다.
'감사합니다' 의 가족은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등이고
'몸은 어때요?' 의 가족은 '건강하신가요?' '몸은 어떻습니까?' 등이다.
카인, 해츨링 때 부적만 만들었나보다.
"저기, 그 생선 부채 부적이 드레스를 입으면 엄청 웃길 거 같은데."
"별로 안 웃기던데요."
담담한 표정과 말투로 들어올린 생선 부채 부적은
분홍빛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분홍빛 부채를 들고
그 안에 '화려한가요?' 라고 씌여있는......
복어아가씨 모양이었다.
"푸훗......카인, 이거 나 줘요!"
"이런 거 팔면 잘 나갈 거 같은데요."
"잘 팔릴 거에요. 식당에서도 엽기적인 요리가 더 많이 팔렸으니까요."
"그게 뭐가 웃기다고 그 난리들이야!
빨랑 와! 여관 잡고 짐 풀고 해야될 거 아냐!
니들은 무슨 로보트냐!
이 무거운 짐들을 들고 그렇게 서있게!"
갑작스레 화를 내는 그 모습에 당황도 잠시,
레시의 반격이 이어졌다.
"넌 약골이라 무거울 지 몰라도,
우린 약골이 아니라서 괜찮네요. 메-"
혀까지 내밀려 약올리자 바이런의 반격도 강하게 나갔다.
"흥! 여자가 힘만 무식하게 쎈 게 자랑이라고 떠벌리기는."
"무슨 소리! 요즘은 여성도 강해야 한다고!
여자는 무조건 연약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
남자도 무조건 강해야 한다는 편견도 버리고 말야.
너같은 애들은 서러워서 어떻게 살라고
그런 편견이 있는지 몰라."
"뭐? 너 그거 무슨 뜻이야!
난 블랙 드래곤이라고!
그래, 오늘 블랙 드래곤의 위력을 보여주겠어!"
"흥! 하나도 안 무섭다고!"
퍼억- 빠악-
이 두 개의 효과음은 하나는 레시꺼고 하나는 바이런꺼다.
무기는 둘 다 생선 부채 부적.
레시에겐 '그래도 여자잖아',
바이런에겐 '남자가 되가지고' 라는 훈계까지 주어졌다.
때린 건 세션과 카인이고 카미스는 저 뒤에서
다른 거 없나 살펴보고 있었다.
"자작 좀 해! 이놈의 생선 대가리, 이젠 지겹다고!"
"재밌는데, 뭐. 아, 여관 잡아야 겠다.
빨랑 가자고요~"
"아까 내 말 들었으면 됬잖아!"
"아까는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없잖아.
그리고 나 아직 사진 안 버렸는데."
"걱정 마. 내가 버렸어."
"그럼 이건 뭐야?"
"쳇."
저 앞에서 궁시렁 대는 두 마리의 드래곤을 보고 있자면
드래곤의 위엄을 실감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운디네 시티에서 제일 호화스럽다는 여관을 잡으려고
했지만 바이런의 절대적인 반대에 결국 그렇고 그런 여관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짠돌이 바이런을 구박하는 듯 한
한숨을 내쉬고 그렇고 그런 여관을 찾고 있었다.
"아!"
"갑자기 왜 그래요?"
"바이런. 나도 돈이 있다는 걸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어.
돈은 내가 낼테니까 호텔로 가자."
"에? 쓸데없는데에 돈 쓰지 않는게 좋을텐데."
"그렇게 걱정이면 바이런 혼자서 싸구려로 가시든가."
"윽, 아, 알았어! 하여간 이 악마들......"
까지 말했던 바이런은 레시의 서슬 퍼런 눈빛과
카인의 손에서 왔다갔다하는 필름을 보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카인이 돈을 지불한다는 조건 하에 도착한 호텔은 정말로
최고급이란 말이 아까울 정도로 화려했다.
온통 황금빛에 마치 파티장을 연상케하는 화려한 식당,
그리고 계단은 붉은 카펫으로 쫙 깔려있었다.
일행들이 호텔에 들어가자 처음 그들을 맞이한 건
'드래곤 나으리!' 였다.
유독 카인만 머리색과 눈색이 달라서 카인에게
뭔가 띠꺼운 시선들이 주어졌지만 그가 돈을 지불하자
그 띠꺼운 시선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인, 정말 괜찮겠어요? 하루에 1골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네. 괜찮아요. 어제 마신이 얘기한 것 처럼
드래곤이 돈을 모으는 건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거든요."
"흥, 네 녀석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난 아니라고."
"에? 뭐가? 너랑 나랑 종류만 다를 뿐 같은 드래곤인데."
"너야 워낙 심성이 고운 척 하는 드래곤이라 후원자가 많을 지 모르겠다만,
나는 심성이 고운데 미운털 박힌 드래곤이라 후원자는 커녕
방해꾼만 넘친단 말이야! 그러니까 자연스레 돈을 아끼는거지."
"말에 가시가 박혔군."
"카미스가 그런 말도 하네요!
워낙 말이 없어서 상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세션의 칭찬(?)에 쑥스러운지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카미스의 모습은 평소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매치가 안되서
더욱더 웃음을 자아냈다.
일행들이 실소를 흘릴 수록 홍조가 더욱더 짙어지는
그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 세션은 빨리 방으로 가자는 말로
그를 구원해줬다.
"2인실 두 개랑 1인실 하나......
저기, 제가 카미스랑 한 방 쓸테니까 세션이랑 바이런이 한 방 쓰는게 어때요?"
그 말에 세션과 바이런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션은 카미스의 푸념이 무서워서,
바이런은 카인이 또 무슨 장난을 칠지 몰라서,
의견을 낸 카인은 바이런 때문에 또 밖에서 잘까 두려워서이다.
그리고 카미스는......아무 생각이 없어보인다.
레시는 당연히 1인실이기에 별다른 말 없었고
일행들 모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자
떠들석 했던 복도는 침묵으로 채워졌다.
생선 부채 부적 시리즈는 이걸로 끝이에요.
뭐, 종종 등장하겠지만.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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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와 파괴를 모두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는 '인간' 이란 존재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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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냥 기니까 생선 부적이나 생선 부채로 줄여버리는건? ㅇㅅㅇ
매력있어 보이는 상품. 정말로 잘 팔리겠는데. (긁적)